플라스틱 오염종식을 목표로 하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부결되면서 플라스틱 재활용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던 기업들이 슬그머니 목표를 낮추는 등 태도가 돌변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플라스틱 재활용과 재사용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던 코카콜라가 가장 먼저 약삭빠르게 태도를 바꿨다. 코카콜라는 지난 2일(현지시간) 당초 2030년까지 플라스틱, 유리, 알루미늄 등 주요 포장재의 50%를 재생원료 소재로 사용하겠다는 목표를 2035년까지 늦추는 한편 재생원료 사용비중도 35~40%로 낮췄다.
뿐만 아니라 코카콜라는 2030년까지 음료의 25%를 리필 가능한 용기로 재사용하겠다는 계획도 철회했다. 대신 병이나 캔의 70~75%가 수거될 수 있도록 순환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코카콜라의 이같은 발표는 지난 1일 부산에서 열린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협상회의(INC-5)에서 전세계 합의가 불발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플라스틱 생산감축과 재활용 이력 등을 도입하기로 했던 회의가 아무런 소득없이 막을 내리자, 하루도 안돼 소극적인 태도로 전환한 것이다.
이에 플라스틱추방연대(BFFP) 폰 에르난데스 글로벌 코디네이터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코카콜라가 이전의 목표는 내던져버리고, 지키지도 못할 재활용 및 수거 공약으로 더 많은 플라스틱을 쏟아내기로 결정했다"며 "그린워싱의 전형적인 사례로 전지구적 플라스틱 위기를 진지하게 해결하려고 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코카콜라는 신재 플라스틱 사용저감 목표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카콜라는 2020~2025년 신재 플라스틱의 누적 투입량을 300만톤 줄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2023년 신재 플라스틱 사용량이 줄어들지 않았고, 이에 코카콜라는 "사업성장 때문"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세계 음료시장의 강자 '코카콜라'가 음료용기의 재사용과 재활용에 대해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다른 기업들도 이같은 행보를 추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환경단체 오셔나의 맷 리틀존은 "코카콜라의 조치는 근시안적이고 무책임하다"면서 "이는 음료업체들에 대한 소송위험을 높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10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는 코카콜라와 펩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플라스틱 음료용기의 재활용과 관련해 사실을 왜곡하고 있고, 환경과 공중보건에 미치는 악영향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대한 국제협상은 내년 6~7월 케냐 나이로비에 있는 유엔환경계획(UNEP) 본부에서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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