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마저 운행지연에 출근길 지각 속출
11월 첫눈부터 '폭탄'급으로 내리면서 비행기가 결항되고 사고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27일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이날 예정된 항공편 가운데 12편이 폭설로 취소됐다.
결항된 항공편은 국내선 11편, 국제선 1편으로 김포공항 등 전국 14개 공항에서 운행 예정이었던 625편 가운데 11편이 기상 악화 등의 사유로 취소됐다. 출발 공항 기준으로 김포·제주 각각 4편, 김해 2편, 원주 1편이다.
지연된 항공편은 총 38편으로 김포 27편, 제주 7편, 김해 3편, 여수 1편으로 집계됐다.
인천공항은 기상 악화로 1219편 중 1편이 취소됐으며 10편이 지연되고 있다. 제주국제공항에서는 국내선 항공편 2편이 결항하고 2편이 지연 운항했다.
쏟아지는 눈에 뱃길도 막혔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제주운항관리센터에 따르면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6개 항로 여객선 10척 중 5개 항로 8척이 결항했다. 전남 목포∼홍도와 경북 포항∼울릉도 등 전국 74개 항로에서도 여객선 96척이 운항을 멈췄다.
서울은 적설량이 16㎝를 넘기면서 기상관측 117년 만에 11월 중 가장 많은 눈이 쌓였다. 이날 오전 8시까지 서울(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 기준) 일최심 적설은 오전 7시에 기록된 16.5㎝이다.
이로 인해 열차 출고가 지연되면서 여의도역, 용산역 등 출근길은 큰 혼란을 빚었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9호선 열차 1대가 고장나 최대 9분 지연됐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에서도 일부 지연이 발생했다. 서울 지하철 승강장에 갑자기 승객들이 몰리면서 스크린도어(안전문)를 닫는 데에 시간이 걸려 일부 열차가 지연됐고, 5·7호선 군자역, 노량진역 등 일부 역에서는 습기 때문에 스크린도어가 고장 나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1∼8호선 '러시아워' 운행 시간을 기존보다 30분 늘려 오전 9시 30분까지로 연장 운행하고, 코레일은 1호선 6회, 수인분당선 3회, 경의중앙선 2회, 경춘선 1회, 경강선 1회씩 증편했다.
교통사고도 이어졌다. 오전 8시 19분경 천호대로(군자교통단→군자교입구) 4차로에서 추돌사고가 발생해 도로가 부분 통제됐고, 성산로(성산대교남단→성산대교북단) 3차로도 추돌사고로 부분 통제 중이다.
6시 40분경 서울양양고속도로에서는 차량 5대 간 추돌사고가 나 1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홍천군 서석면 수하리 서울양양고속도로 서울 방향 서석터널 진입 전 구간에서 눈길에 미끄러진 제네시스 승용차를 뒤따르던 25톤 덤프트럭이 들이받았다. 이어 아반떼 승용차가 제네시스 승용차를 들이받는 등 차량 총 5대 간 추돌사고로 이어졌다.
이 사고로 제네시스 차량 동승자 A(84)씨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고, 또 다른 승용차에 타고 있던 운전자 B(59)씨와 동승자 C(53)씨도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른 차들에 타고 있던 운전자 등 4명도 가벼운 상처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폭설 피해는 경기도에서도 잇따랐다. 오전 6시 10분경 경기 남양주시 별내면 구리포천고속도로 남양주터널 인근 서울 방향에서 6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1톤 트럭이 터널 출구로 나오는 과정에서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단독 사고 후 SUV차량과 25톤 트럭의 2차 추돌 사고, 이어 뒤따라오던 차량 3대가 연쇄추돌 하는 등 3차 사고로 이어졌다.
오전 6시 55분경 구리시 수택동에선 자전거를 타던 60대 남성이 눈길에 미끄러져 쓰러지면서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오전 6시 10분경 양주시 백석읍에서는 승용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수로에 앞바퀴가 빠졌고 앞서 5시 50분경에는 수도권 제1순환선 노고산 2터널과 양주 요금소 사이 도로에서 화물차가 넘어졌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는 전날 오후 10시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경기북부 지역에 접수된 대설 피해 신고가 모두 10건이라고 밝혔다.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오전 7시 기준 대설로 인한 경기북부 지역 교통사고는 7건이다.
인천에서는 오전 8시 40분경 중구 인천대교 송도 방향 14.3㎞ 지점에서 승용차가 앞서가던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어 5분 뒤 인천대교 인근 지점에서 승용차와 승합차 등 차량 3대가 서로 부딪혔다.
또 오전 8시 50분경에는 인천대교 영종도 방향 5㎞ 지점에서 승용차 5대가 잇따라 추돌했다. 이들 3건의 사고로 다친 사람은 없었으나 사고 수습 과정에서 40분가량 차량 정체가 빚어졌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는 27일 오전 8시 3분경 장수~포항고속도로 익산 방향 48.5㎞ 지점에서 25톤 화물 트레일러가 넘어지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운전자는 차에서 빠져나왔으나, 화학물질을 실은 컨테이너가 파손되면서 3류 위험물인 아미노에틸에탄올아민 300∼400ℓ가 누출됐다.
'눈폭탄'을 머금은 나뭇가지가 부러지거나 내려앉아 통행에 지장을 주는 상황도 벌어졌다. 오전 5시 30분경에는 폭설에 무거워진 가로수가 쓰러지면서 서울 성북구 성북동 일대 주택 등 가구 174호에 정전이 발생했다. 오전 4시 35분경 구리시 수택동과 오전 6시 45분경 구리시 토평동에는 폭설로 쓰러진 나무가 도로를 덮쳐 시민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었다.
서울시는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새벽부터 인왕산로, 북악산로, 삼청동길, 와룡공원길 등 4곳의 도로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오전 7시부터는 제설 비상근무를 2단계로 격상했다.
강원 고성군은 폭설로 군도 8호선 델피노 입구∼미시령 정상 6.6㎞ 구간을 전면 통제했다.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탐방로 14곳 모두 출입을 통제했고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도 탐방로 부분 통제에 나서는 등 강원도 국립공원 탐방로 67곳의 통행이 제한됐다. 국도 26호선 진안 방면 보룡고개 인근과 남원 육모정~호랑골가든 구간 도로도 통제됐다.
기상청은 27일 밤부터 28일 오전까지 서해상에서 다시 눈구름대가 들어오면서 수도권과 강원내륙·산지, 충청내륙, 전북동부, 경북북부내륙, 경남북서내륙에 습기를 머금은 무거운 눈이 다시 쏟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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