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재선충, 방제할수록 창궐"...산림파괴 주범은?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6-02-04 17: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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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숲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벌목된 나무 (사진=홍석환 부산대 교수)

산림청의 벌목·훈증·농약 중심 방제가 오히려 소나무재선충병을 확산시키고 산불 위험을 키운다는 비판이다. 이에 획일적 방제를 멈추고 지역 맞춤형·친환경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들끓고 있다.

4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개최된 '소나무 재선충 방제 현황과 개선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이러한 지적이 집중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난해 전국에서 149만 그루 이상의 재선충 피해가 발생한 현실을 놓고, 지난 30여년간 이어진 정부 방제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발제자로 나선 홍석환 부산대 교수는 "우리나라 기후에서 소나무는 점점 살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는데, 이를 인위적으로 유지하려는 현재의 방제 정책이 오히려 재앙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가지치기와 간벌이 소나무의 방어물질인 송진 분비를 60% 이상 줄여 병해충 저항력을 떨어뜨리고, 숲가꾸기 지역에서 매개충 개체수가 비간벌지보다 5배 이상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며 "재선충을 막겠다며 시행한 숲가꾸기가 오히려 확산을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활엽수림이 발달한 숲은 탄소저장 능력도 더 뛰어나다는 점을 들어, 소나무 쇠퇴를 곧바로 '숲의 붕괴'로 보는 인식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관행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경제성이 지적됐다. 헥타르당 숲 관리비용이 평균 1200만원에 이르는 데 비해, 약 50년간 키운 나무를 수확해 얻는 수익은 헥타르당 70만원, 한 그루당 고작 830원에 불과하다. 반면 재선충 감염목 처리 비용은 한 그루에 20만~30만원까지 치솟는다. 홍 교수는 "방제 예산이 늘어날수록 재선충 피해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라며 "숲을 살리기보다 예산 집행을 위한 사업으로 전락했다는 의구심을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대표는 훈증 더미와 대규모 벌목이 대형 산불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밀양 산불 당시 훈증 더미 때문에 진화가 늦어졌다는 사례를 들며 "베어낸 나무 냄새가 매개충을 끌어들이고, 노출된 지면의 온도가 올라 재선충 확산을 가속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9~2023년 5년간 산림사업비가 10조원에 달했고, 이 가운데 숲가꾸기 비용만 2조원이 넘었다"며 "현 정책은 산림을 지키기보다 오히려 파괴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대표는 "재선충을 사멸시키는 천적 곰팡이를 활용한 친환경 방제 기술이 국립공원 시험에서 회복 효과를 보였다"고 소개하며, 전국 단위 공개 실증시험을 국회·정부 부처가 공동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정규원 산림기술사는 "항공 방제와 수간주사 자체를 무조건 부정할 수는 없다"며 "약제 선택과 피해목 벌목을 병행한 제한적 적용 등 보다 정교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한태만 국립공원공단 책임연구원은 "국립공원 자체적으로도 재선충 방제 권한을 갖춰야 한다"며 "친환경 기술 연구 확대와 함께 공단에 매년 200억원 규모의 방제 예산 지원, 관계 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 취재 경험을 전한 박상용 KBS 기자는 "전국 20곳 이상 방제 현장을 확인한 결과 지침이 제대로 지켜진 곳을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훈증 포장이 허술하거나 나무주사 약제 사용이 불투명했고, 특정 장기 약제를 둘러싼 특혜·유착 의혹도 국회에서 문제 제기된 바 있다고 전했다.

김우성 조국혁신당 울산 남구위원회 위원장은 "수종 전환 자체는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벌채한 소나무를 연료로 태우는 대신 건축재와 가구 등으로 활용해 탄소를 장기간 저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산 목재 자급률이 15%에 불과한 상황에서 재선충 피해목을 활용한 목재 건축은 탄소감축과 지역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산림청 이홍대 산림병해충방제과장은 "올해부터 국가 주도의 방제 품질 평가와 시민참여 현장감시단을 도입하겠다"며 "지역 의견을 반영한 맞춤형 방제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소나무 조림 역시 자연적 활엽림 전환이 어려운 지역에 한해 제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들은 끝으로 재선충 피해가 산불 위험과 생태계 훼손, 막대한 예산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며, 획일적 벌목·훈증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친환경 관리와 장기적 숲 전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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