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패션공장 입지 '흔들'...잦은 기후재난에 '배보다 배꼽'

김혜지 기자 / 기사승인 : 2026-02-03 13: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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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과 홍수 등 기후변화가 패션산업의 공급망 구조와 원가를 변동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보그(Vogue)에 따르면, 주요 의류 생산지역인 동남아시아에서 폭염과 집중호우, 물 부족 사태가 빈번해지면서 패션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다. 날씨 문제가 생산현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자, 글로벌 의류 브랜드들의 비용구조도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패션 기업들은 생산단가를 낮추기 급급했다. 값싼 노동력과 안정적인 생산능력이 옷값을 낮추는 핵심 조건이었기에 '어디에서 가장 싸게 만들 수 있나'를 고민해왔다. 그 결과 패션 브랜드들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 지역을 핵심 생산기지로 삼았다. 인건비가 낮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 구조가 깨지고 있다. 비용이 낮은 생산지일수록 기후 문제에 더 취약한 경우가 많아서다. 폭염이 이어지면 공장은 낮 시간대 정상 가동이 어렵고, 집중호우나 홍수가 발생하면 생산라인과 물류가 동시에 멈춘다. 염색과 가공에 필요한 물이 부족해지면서 원단 생산 일정이 밀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로 인해 납기 지연과 생산 차질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곧바로 비용 문제로 이어진다. 공장이 멈추면 브랜드는 납기를 맞추지 못하고, 위약금을 부담하거나 다른 나라에서 급하게 물량을 돌려야 한다. 물류 지연은 재고관리 비용을 키우고, 생산일정이 꼬이면 시즌 전체 계획이 흔들린다. 생산현장에서 발생한 문제가 그대로 추가 비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패션 기업들의 판단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생산단가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과거와 달리, 이제 "이 지역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생산을 이어갈 수 있는가"가 중요한 기준이 됐다. 일부 글로벌 의류 브랜드들은 생산지에서 발생하는 기후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지를 분산화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소비자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늘어난 비용은 옷값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 사이 의류 가격이 쉽게 내려오지 않는 배경에는 원자재 가격이나 인건비 상승뿐 아니라, 기후 문제로 인한 생산 불안정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

기후 문제가 패션 산업의 공급망과 원가 구조를 동시에 흔드는 핵심요소가 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앞으로 패션 산업의 경쟁력이 얼마나 싸게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날씨 변화 속에서도 생산과 공급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는지에 달려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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