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에 발목잡힌 美 해상풍력...법원 허용에도 불확실성 여전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6-02-03 11: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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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라이즈 윈드' 프로젝트까지 법원이 사업 허용 판결을 내리면서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중단됐던 미국의 해상풍력 사업은 줄줄이 재개할 수 있게 됐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3일(현지시간) CNN,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법원은 덴마크 국영에너지기업 오르스테드(Ørsted)가 뉴욕 연안에서 추진하는 해상풍력 '선라이즈 윈드(Sunrise Wind)' 프로젝트에 대해 공사 재개 결정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는 해상풍력 사업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다섯번째로 패소했다. 지난해 12월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해상풍력 프로젝트 추진을 모조리 중단시켰다. 화석연료를 지지하고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트럼프는 "풍력 터빈은 못생기고 비효율적"이라며 신규 건설을 막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에 해당 사업자들은 연방법원에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행정부의 중단 명령이 무효라고 판결하면서 트럼프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이번 소송을 심리한 로이스 램버스 판사는 내무부가 근거로 제시한 '기밀 안보 보고서'가 "공사를 전면 중단할 정도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며 "중단이 지속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행정부는 풍력터빈이 군 레이더를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법원은 해당 사업이 이미 수차례 안보 검토를 거친 점을 지적했다.

선라이즈 윈드는 전체 84기 터빈 기초 가운데 44기를 설치해 공정률 약 45%에 달한 상태다. 오스테드는 지금까지 이 사업에 70억달러 이상을 투자·약정했으며, 공사중단으로 하루 100만달러(약 14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가처분 결정 직후 회사 측은 "작업을 즉시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선라이즈 윈드 사업까지 승소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단시킨 대형 해상풍력 사업 5건은 모두 재개할 수 있게 됐다. 다른 4건의 프로젝트는 뉴욕 해안의 엠파이어 윈드(Empire Wind), 로드아일랜드·코네티컷 연안의 레볼루션 윈드(Revolution Wind), 매사추세츠 인근의 빈야드 윈드(Vineyard Wind), 그리고 미국 최대 규모인 버지니아 해안풍력(CVOW)이다. 특히 CVOW는 공사 중단기간 하루 500만달러(약 72억원)가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풍력 업계는 이번 판결로 단기적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 이 불확실성은 신규 투자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세제 혜택이 축소돼 2035년까지 미국 해상풍력 설비는 6.1기가와트(GW)에 그칠 것이라고 블룸버그NEF는 전망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청정에너지 세액공제를 토대로 예상됐던 39GW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 덴마크 시드뱅크의 야콥 페데르센 애널리스트는 "공사 재개에도 불구하고 행정부와의 마찰로 매우 험난한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력망 운영기관과 에너지 전문가들은 해상풍력이 동북부 전력공급 안정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와 요금이 치솟는 상황에서, 해상풍력은 대규모로 빠르게 투입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원이라는 평가다. 뉴잉글랜드 전력망 운영사(ISO New England) 역시 겨울철 연료부족 문제 완화에 해상풍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일부 사업이 전력을 생산 중이며, CVOW 등은 올해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연이은 공사 중단과 소송, 정책 변화가 비용을 키우고 일정 지연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행정부의 조치가 "소비자에게 수십억 달러 부담을 안기고 필요한 전력을 전력망에 제때 공급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기적으로 규제 안정성과 정책 일관성이 없으면 미국 해상풍력 산업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블룸버그NEF의 아틴 자인 연구원은 "개별 프로젝트의 법적 장애물은 사라졌지만, 정책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새로운 사업 착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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