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가장 많이 닥치는 8~9월 한반도에 이렇다할 위력을 지닌 태풍이 아직 하나도 상륙하지 않으면서 올해는 태풍이 없는 한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하지만 기상청은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며 10월 태풍의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23일 현재 올들어 한반도에 직접 상륙한 태풍은 아직 없다. 제14호 태풍 '풀라산'이 온대저압부로 세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전라남도 지역에 도달해 역대급 폭우를 쏟아부었지만 태풍의 위력을 보이지는 않았다. 지난달 9호 태풍 '종다리'와 10호 태풍 '산산'의 영향으로 남부지방에서 비가 오기도 했지만 이 역시 직접적인 피해라고 할 수 없다.
이처럼 태풍이 직접 상륙하지 않은 것은 2017년 이후 7년만이다. 최근 30년동안 10월에 한반도를 향한 태풍이 0.1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7년만에 태풍없는 해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통상 8월과 9월에 태풍이 가장 많이 발생했다. 8월에 평균 1.2개, 9월에 0.8개가 한반도에 직접 상륙하면서 영향을 미쳤다. 기상관측 사상 최악의 태풍으로 알려진 1959년 '사라'와 2003년 '매미' 모두 9월에 한반도를 강타했다. 특히 올해는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역대급으로 높아져 태풍의 세력이 강해질 수 있는 여건임에도 태풍은 한반도를 모두 피해갔다.
가장 큰 이유는 한반도 상공에서 버티고 있는 강력한 고기압 세력 때문이었다. 대기 상층부에 자리한 티베트고기압과 하층부의 북태평양고기압 때문에 역대 최장기간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졌지만, 태풍의 북상을 막아냈다. 한반도를 향해 일직선으로 북상하던 태풍 종다리도 이층구조의 고기압에 밀려 발생한지 48시간도 안돼 충남 서산 남서쪽 150㎞ 부근에서 소멸해 버렸다.
한반도로 진격하지 못한 태풍은 대부분 일본이나 중국으로 우회했다. 제5호 태풍 '마리아'부터 제10호 태풍' 산산'에 이르기까지 고기압에 밀려 일본 쪽으로 향했고, 필리핀과 중국 베트남에 큰 피해를 준 제11호 태풍 '야기' 등도 처음 진행 방향과 다르게 중국 쪽으로 꺾였다. 고기압 층을 뚫지 못해 한반도 남쪽에서 좌우로 갈린 것이다.
이처럼 태풍 방패막이 역할을 하던 고기압이 물러나면서 우리나라는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공기의 영향을 받아 기온이 많이 내려간 상태다. 가을 정체전선이 한반도 남쪽에서 많은 비를 뿌릴 수 있었던 것도 고기압이 물어난 탓이다. 이는 앞으로 발생하는 태풍이 한반도로 진격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의미다. 2019년 10월에도 태풍 '미탁'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한 적이 있다.
이에 기상청 관계자는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높아 태풍 발달 가능성이 높고, 태풍의 북상을 막아주던 고기압들이 약화된 상태라 태풍 상륙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까지 태풍으로 발달할 수 있는 열대저압부는 아직 관측되지 않고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