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반기 국내 금융기관들이 화석연료 기업에 조달한 자금은 331조5000억원으로,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났다.
27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이 발간한 '2023 화석연료금융 백서'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집행된 국내 화석연료금융 331조5000억원 가운데 석탄금융이 133조8000억원, 천연가스 및 석유 금융이 197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민간금융은 약 211조2000억원, 공적금융은 약 120조3000억원이 조달됐다. 민간금융 비중이 63.7%에 달했다.
이 보고서는 KoSIF와 양이원영 전 국회의원실에서 130개 공적 및 민간 금융기관에서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것으로, KoSIF는 금융기관 자산건전성을 평가할 때 기후리스크를 고려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등 정책적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화석연료금융 실행액이 매년 증가추세이기 때문이다. 2021년 약 27조9000억원이던 신규 화석연료금융은 2022년 40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 환율 인상 등으로 인해 기업 운영자금 및 시설투자 수요가 증가한 것도 화석연료금융이 증가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미래에 화석연료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들이 단기이익에 매몰돼 화석연료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관성적 비즈니스'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화석연료금융 비중을 늘리는 금융기관은 2050 탄소중립 실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KoSIF가 석탄금융을 대상으로 미래익스포저를 예측분석한 결과, 국내 금융기관들은 2050 탄소중립 달성에 실패하는 것으로 나왔다. 현재 금융기관이 보유한 석탄 만기 계획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2023년 6월말 기준 약 63조원인 석탄 회사채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잔액이 2053년 약 27조6000억원으로 쪼그라들게 된다.
보고서는 석탄금융 규모가 빠르게 감소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금융기관의 탈석탄 선언 적용 범위'를 꼽았다. 이 선언은 신규 계약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기존 계약의 약정금액은 계속 집행된다. 삼척블루파워발전소, 고성하이화력발전소, 강릉안인화력발전소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제안한 2040년 전세계 석탄폐지 시나리오와도 정면 배치된다.
KoSIF는 화석연료금융 리스크가 석탄 외에 천연가스와 석유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국내 금융기관의 2050 탄소중립은 더욱 요원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천연가스 및 석유금융 잔액은 현재 화석연료금융의 59.7%를 차지하고 있어서 앞으로 금융권 좌초자산의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KoSIF 박남영 책임연구원은 "천연가스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한시적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금융기관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며 "궁극적인 탄소중립과 질서있는 전환을 위해 정부 차원의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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