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의 한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투숙객 대부분이 다치거나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23일 소방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39분께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있는 호텔 8층 객실에서 불이 나면서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당시 투숙객은 27명으로 절반 이상이 변을 당한 셈이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4분만에 현장에 도착해서 진화했지만 불은 2시간47분만인 오후 10시26분께 완전히 꺼졌다.
불은 810호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발생한 유독가스가 8층과 9층을 가득 메우면서 많은 사상자가 생겼다. 사망자 대부분이 8~9층 계단과 복도, 객실 내부에서 발견됐다. 유독가스 때문에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통해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화재도 '인재'라는 비판이 거세다. 화재가 난 호텔은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2017년부터 6층 이상 모든 신축건물은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이 호텔은 2003년 준공된 건물이어서 스프링클러 의무화가 적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또 사망자 7명 가운데 2명은 탈출을 위해 에어매트로 떨어졌지만 잘못된 지점에 떨어지면서 숨졌다. 먼저 뛰어내린 투숙객이 에어매트 모서리에 떨어지면서 에어매트가 뒤집혔고, 거의 동시에 뛰어내린 다른 투숙객은 뒤집힌 에어매트로 떨어지면서 사실상 바닥에 낙하한 거나 마찬가지인 충격을 받았다.
이를 두고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훈련받은 소방관도 고층에서 에어매트로 뛰어내릴 때 공포심을 느낀다"며 "제대로 훈련도 받지 않은 일반인이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는 건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화재 발생의 낌새도 있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한 투숙객이 810호에 들어갔다가 "타는 냄새가 난다"며 방 교체를 요구했다는 제보가 있었다. 810호는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객실이 비어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호텔측에서 투숙객의 민원을 흘려듣지 않고 제대로 점검했더라면 화재 참사는 피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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