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습지 '판타날'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08-12 19:07:02
  • -
  • +
  • 인쇄

'노아의 방주'라고도 불리는 세계 최대의 습지인 브라질 '판타날'이 수로 및 항구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브라질이 판타날 습지를 가로지르는 파라과이 강을 산업용 운송로로 개발하는 '히드로비아 파라과이-파라나 수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1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수로가 조성되면 농산물 수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환경단체들은 구불구불한 강을 곧게 뻗은 수로로 만드는 과정에서 습지와 야생생물이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을 개발할 경우 습지에 서식하는 모든 생물들이 생존 기로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라질, 파라과이, 볼리비아에 걸쳐있는 판타날 습지는 17만㎢ 규모로 지구에서 가장 큰 습지다. 어류는 최소 380종, 조류는 580종, 식물은 2272종이 서식하고 있다. 재규어의 주요 서식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습지는 자이언트수달과 왕아르마딜로, 히야신스마카우 등 수많은 멸종위기종들이 터전으로 삼고 있는 곳이다. 1200개가 넘는 강과 개울로 이루어져 있어 '물의 왕국'이라고도 불리는 판타날 습지가 파괴되면 이곳을 서식지로 삼는 먹이사슬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습지는 기후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습지는 지구 육지 표면의 5~8%에 불과하지만 육지 탄소를 최대 30% 저장할 수 있다. 탄소 흡수원인 판타날의 강바닥 퇴적물을 파내면 묻혀있던 온실가스가 방출돼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피에르 지라르 브라질 마토그로소주립대학 교수는 "판타날 습지는 사라지는 동물들의 서식지로 노아의 방주와 같다"며 "그러나 우리가 아는 이 판타날이 곧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캐롤리나 조아나 다 실바 마토그로소주립대학 교수는 "곡물 가격을 낮추겠다고 세계에서 유일한 판타날을 파괴하면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이건 종의 존속을 건 전쟁"이라고 말했다.

히드로비아 프로젝트 개발의 위협은 수십년간 판타날을 괴롭혀왔다. 수백개의 부지에서 강 곡선을 곧게 펴는 초기 토목공사는 지난 2000년 환경문제로 인해 브라질 정부에 의해 보류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로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은 지속되어, 현재 프로젝트를 쪼개어 각각 승인하는 새로운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지난해 브라질 정부는 6개월간 습지를 배수한 후 파라과이 강을 개발하겠다며 여기에 8100만 헤알(약 2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포르토 에스페란차와 카세레스에 2개의 항구를 건설하기 위한 예비 허가가 내려졌는데, 이것이 파라과이 강을 인공 수로로 바꾸는 첫 단계라고 반대론자들은 전했다.

54세의 카세레스 주민 루렌소 페레이라 레이테는 그들은 우리를 속이려 한다"며 "90년대 수로를 처음 선보였을 때 지지자들은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대신 환경을 파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강을 오가는 대형 바지선은 지역사회에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항구는 철을 운반하는 데 사용되는데 철분은 어촌의 땅과 나무에 붉은 먼지 층을 남긴다. 전문가들은 현재 판타날에 사는 8개의 토착 공동체가 있으며 강에 수로를 만들면 이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50세의 나탈리나 실바 올리베이라 멘데스는 "바지선은 이미 환경에 영향을 미쳐 철분을 물, 토양, 식물에 퍼뜨렸다"며 "새로운 항구를 추가하고 히드로비아를 만드는 일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항만-공항부는 해당 환경 피해에 대한 우려는 "근거가 없는 의견"이라고 일축했다. 브라질 환경부는 가디언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친환경 교통수단이 생태계 위협”…녹색 교통수단의 역설

기후 대응을 위해 확대 중인 저탄소 교통 인프라가 오히려 생물다양성과 도시 자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탄소배출이 줄더라도 숲

국립심포니, 폐자원으로 업사이클링..."4년간 나무 5007그루 식재 효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지난 2022년부터 폐현수막, 폐악보,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업사이클링 굿즈로 제작하면서 약 30톤의 탄소를 감축하고 278만리터

폐자원 수거하고 환경교육까지...기업들, 환경의 날 맞아 다양한 활동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기업들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들을 펼쳤다.4일 LG전자는 13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

[최남수의 ESG풍향계] 이재명 정부의 ESG정책 방향은?

굳이 이념적 경향성을 따지자면 ESG는 진보 이슈에 더 가깝다. 환경보호와 사람존중 등이 핵심 주제여서 그렇다. 실제로 각 정파가 ESG에 접근하는 움직

SK AX, 카테나X OSP 자격 획득...유럽 ESG 핵심 파트너 등극

SK AX(옛 SK C&C)가 4일 유럽 최대 자동차 공급망 ESG 데이터 네트워크 '카테나X(Catena-X)' 운영사인 '코피니티X(Cofinity-X)'로부터 온보딩 서비스 사업자(On-boa

현대홈쇼핑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아파트 2000곳으로 확대

현대홈쇼핑이 폐가전을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규모를 아파트 단지 총 2000곳으로 확대한다.현대홈쇼핑은 지속가능한 환

기후/환경

+

작년 동남아 바다 덮친 '해양 열파'...호주 면적의 5배

지난해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일대에서 발생한 해양 열파의 면적이 호주 국토의 5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5일(현지시간)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

"19개국 대표단과 시민 1만여명 참여"...2025 환경의 날, 제주서 마무리

2025 세계 환경의 날 공식 기념행사가 5일 제주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환경부가 '플라스틱 오염 종식(#BeatPlasticPllution)'

'환경의 날' 맞은 환경단체들 새 정부에 '환경 정책' 이행 촉구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단체들이 새 정부를 향해 기후 위기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 정책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환경운동연합은 5일 오전 서울

"기후위기 시계를 멈추자" 청년단체, 새 정부 기후대응 촉구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청년단체들이 국회 '기후위기 시계' 앞에서 이재명 정부와 국회의 기후 대응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기후변화청년

비가 안와서 가뭄?...더워진 대기가 수분 빼앗아 가뭄 늘었다

더워진 대기가 공기중 수분을 빨아들이면서 전세계적으로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4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 수문기후학자

전세계 하천 통해 수만년전 탄소가 대기로 방출

전세계 하천을 통해 고대에 존재하던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기존 탄소 순환 모델과 기후목표 설정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