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의료기관에서 태어나는 아동들의 출생 사실과 관련 정보가 지방자치단체에 자동으로 등록된다. 지난해 6월 발생한 수원 영아 사망사건과 같이 아동의 출생등록 누락 사례를 막고, 국가가 모든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다.
보건복지부는 출생통보제와 위기 임신 지원 및 보호출산제를 19일부터 동시 시행한다고 밝혔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사실과 생모의 성명, 출생 연월일시 등의 정보를 출생 후 14일 안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통보하고, 심평원은 다시 지자체에 통보하는 제도다. 지난 2021년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출생아의 99.8%가 의료기관에서 출생하는만큼, 출생통보제를 통해 대부분의 출생아를 공적체계에 등록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출생정보가 지자체에 통보됐으나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신고 의무자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지자체는 출생신고 의무자에게 7일 이내에 아동의 출생신고를 하도록 통지하고 이후에도 신고가 이뤄지지 않거나 의무자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 자체적으로 출생을 등록한다.
출생통보제가 시행되면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이 공적체계에서 보호받게 된다. 다만 임신과 출산 사실을 주변에 알리기를 꺼려하는 일부 위기임산부들이 의료기관 밖에서 출산하고 유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실제로 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연간 100여명의 유기 아동이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출생통보제와 함께 보호출산제를 시행한다. 보호출산제란 위기임산부가 불가피한 경우 가명과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하는 관리번호 등으로 의료기관에서 산전 검진과 출산을 하고 출생통보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김상희 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서는 임산부 입장에서 마지막 수단이 되도록 보호출산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한다"며 "출생통보제가 도입되면 막다른 길에 몰린 임산부가 병원을 피하게 될 우려가 많기 때문에 보호출산제를 동시 시행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많았다"고 동시 시행 이유를 설명했다.
복지부는 위기임산부가 보호출산을 결정하기 전에 최대한 원가정 양육을 결정할 수 있도록 맞춤형 상담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다. 이날부터 전국에 16개 위기임산부 지역 상담 기관과 1308 상담 전화를 운영한다. 위기임산부가 상담 이후에도 보호출산을 원하면 지역 상담 기관은 △보호출산 절차와 친권 상실 등 법적 효력 △자녀의 알 권리와 알 권리가 충족되지 못할 때 자녀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 등 자녀의 권리 등에 대해 다시 상담한 뒤 보호출산 신청을 할 수 있다.
아이가 보호출산으로 태어나면 임산부는 최소 7일의 원가정 양육 숙려 기간을 거친 후 지자체 아동보호 전담 요원에게 아동을 인도할 수 있다. 아동을 인도받은 지자체는 입양 등의 보호를 위한 절차를 밟게 된다. 보호출산 신청시 임산부의 이름, 연락처, 보호출산을 선택하기까지 정황 등을 작성해야 한다. 작성된 서류는 아동권리보장원에 영구 보존되며, 보호출산을 통해 태어난 사람은 성인이 되고 난 후에, 또는 법정대리인 동의를 받아 해당 서류의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단 생모의 인적 사항은 생모 동의 여부에 따라 공개된다.
한부모가족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도 강화한다. 위기임산부가 소득과 무관하게 모든 한부모 가족시설에 입소할 수 있도록 19일부터 소득 기준이 폐지된다. 한부모 가족시설은 전국에 121곳 있으며 시설에서는 안전한 출산 지원, 입소자 상담·치료·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 한부모가족의 양육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정부는 기준 중위소득 63% 이하 한부모 가구에는 자녀당 월 21만원의 양육비를 지원한다. 기준 중위소득 65% 이하 청소년 한부모 가구에는 월 35만원을 지원한다. 이에 더해 취업 지원을 위한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의 직업교육훈련·여성인턴 과정 및 폴리텍대학 전문기술과정과 연계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정부는 상담기관 운영에 20억원을 투입하는 등 제도 시행을 위해 총 52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김 정책관은 "보호출산 산모 대상 의료비 지원 예산이 3억원, 숙려 기간 중 지원 비용이 4억2000만원 등으로 준비했다"며 "향후 보호출산 신청 추이와 위기 임산부들의 수요를 파악해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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