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전세계에서 제기된 기후소송이 2600여건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기업을 상대로 한 기후소송은 230여건으로 전체의 8.8%에 달했다.
런던정치경제대(LSE) 산하 그랜덤 기후변화 및 환경연구소는 전세계 기후변화 소송통계와 동향을 담은 '기후변화 소송 경향:2024 스냅샷'을 27일(현지시간) 공개했다. 그랜덤 연구소는 지난 2017년부터 매년 전세계 기후소송 경향과 주요 사례를 분석해 발표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기후소송은 최소 50여개국에서 2666건이다. 이 가운데 70%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제기됐다. 국가별 소송건수에선 미국이 1745건으로 가장 많았다. 영국과 브라질, 독일 등이 그 뒤를 이어졌다. 정부대상 소송 대부분은 패소했지만, 일부 승소한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4월 유럽인권재판소(ECHR) 판결이다. 스위스 여성노인들이 제기한 이 기후소송에서 재판부는 "스위스 정부가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또 지난해 8월 미국 몬태나주 법원에서도 주(州)의 화석연료 정책이 청소년의 환경권을 침해했다고 인정하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기업 대상 기후소송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233건 제기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40건이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기후위기를 고려한 것처럼 홍보하는 '클라이밋 워싱' 일명 그린워싱 관련 소송이다.
지난해 뱅가드인베스트먼트는 '윤리적인 고려를 하겠다'는 뜻으로 'Ethically Conscious'라는 문장을 이름에 넣은 금융상품을 홍보했다가 실제 투자 집행 내용과 다르다며 소송을 당했다. 이에 대해 호주 연방법원은 지난 3월 "피고가 대중을 오도할 수 있는 행위에 관여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탄소배출로 인한 피해 책임을 기업에 묻는 '오염자 부담' 소송은 30건으로 클라이밋 워싱 다음으로 많았다. 보고서는 이후 기업의 지배구조나 이사 및 임원을 대상으로 한 소송과 ESG보고서 로드맵 불이행 등 소비자 기만 관련 소송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밖에도 기후리스크를 재무적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것을 문제삼는 'ESG 반발소송', 기후변화 대응정책의 영향에 이의를 제기하는 '정의로운 전환소송', NGO나 주주를 대상으로 한 소송 등이 있다.
매년 전세계 기후소송 건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2023년 한해동안 제기된 기후소송은 230여건으로 2022년 270건보다 40건 줄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세계 최대 기후 소송국' 미국에서 친환경 에너지 사용이 확대되고 화석연료 인프라 신규 건설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또 여러 소송을 동시에 제기하는 것보다 영향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에 전략적 소송이 집중되면서 전체 소송 건수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는 분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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