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가 거대 석유회사들을 상대로 기후소송을 제기했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는 엑손모빌(ExxonMobil), 쉘(Shell), 비피(BP plc), 셰브론(Chevron), 코노코필립스(ConocoPhillips) 등 에너지 대기업들이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것이 기후위기를 초래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축소해 대중들을 오도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석유협회(API)도 피고로 지목됐다.
고소장에는 이 기업들이 공적 불법방해, 천연자원 침탈, 허위·과장광고 및 제조산업 법령 위반 등을 저질렀다고 명시돼 있다. 또 소장에 따르면 석유기업 소속 과학자들은 1950년대 초부터 화석연료 연소가 기후에 미치는 재앙적 영향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주는 "이로 인해 지구온난화에 대한 사회적 대응이 지연됐고 캘리포니아에 가뭄, 대형 산불 등 수십억달러 규모의 기후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주 관계자들은 "이번 소송은 지난주 주의회가 주요 기업들이 제품 공급 및 사용과 관련된 탄소배출량을 계산하고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롭 본타(Rob Bonta)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1950년부터 에너지 대기업들은 화석연료가 지구에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은폐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거짓말을 해왔다"며 "캘리포니아 주민이 아니라 이 기업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이번 소송의 골자는 석유업계와 이익단체가 기후변화에 대한 비용을 저감기금(abatement fund) 형태로 마련하고 석유업계가 더이상 오염물을 배출시키지 않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실제 참여과학자연합(Union of Concerned Scientists, UCS)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1986년 이후 미국 서부와 캐나다 남서부에서 발생한 산불 면적 중 37%가 화석연료 및 시멘트 생산과 관련된 탄소배출이 그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UCS의 ESG 캠페인 담당자 캐시 멀비(Kathy Mulvey)는 "이제 이 기업들은 그린워싱과 허위정보 캠페인을 중단하고 기후위기가 캘리포니아 주민에게 입힌 피해를 보상할 때다"고 말했다.
반면 소송을 당한 기업·단체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기후변화 정책은 주법원이 아닌 연방정부와 의회에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API는 "이번 소송은 미국의 기반 산업과 그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무가치한 정치소송에 불과하다"며 "석유업계들은 미국 소비자에게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미국 에너지를 제공하는 동시에 배출량과 환경 발자국을 크게 줄여 왔다"고 반박했다. 또 API는 "기후정책은 의회가 토론하고 결정할 문제이지 법원에서 정할 문제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쉘도 "기후변화에 대한 조치가 지금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법정은 이 문제를 다루기에 적합한 장소가 아니다"며 "정부와 의회의 현명한 정책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셰브론은 성명을 통해 "캘리포니아는 오랫동안 석유 및 가스 개발을 선도적으로 추진해 왔다"며 "이번 소송은 캘리포니아 주 법원의 권한을 넘어선 일이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현재 기후소송이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캘리포니아주 외에도 뉴욕주 등 7개 주와 마우이시 등 지차체 수십곳이 석유회사를 상대로 비슷한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컬럼비아대학교(Columbia University)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기후관련 소송건수는 2017년부터 2023년 여름까지 5년동안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밀라노-비코카대학(University of Milano-Bicocca)의 마르코 그라소(Marco Grasso) 정치지리학 교수는 "다른 단체들도 이미 같은 이유로 화석연료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캘리포니아의 기후위기에 대한 역할, 지위, 취약성을 고려할 때 이번 소송은 특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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