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에 제주도 앞바다가 하얗게 질식하고 있다.
11일 제주특별자치도 해양수산연구원이 공개한 '2023년 마을어장 자원생태환경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 남부지역은 석회조류 확산으로 어장 갯녹음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갯녹음은 연안 암반지역에서 해조류가 사라지고 하얀 석회 조류가 달라붙으면서 암반지역이 흰색으로 변하며 사막처럼 황폐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 '바다 사막화'라고 부른다.
연안 생태계에서 해조류는 어패류와 갑각류의 먹잇감인 동시에 은신처, 산란장을 제공하는 서식처 역할을 하는데, 갯녹음 현상으로 해조류가 사라지면서 해양생태계에 큰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 해수연이 수심별로 갯녹음 단계를 조사한 결과, 10개소 중 서귀포시 위미2리와 신천리 앞바다가 갯녹음 '심화' 단계로 파악됐다. 심화 단계는 갯녹음 진행이 80% 이상인 상황을 말한다. 신천리 앞바다는 수심 4~12m에서 심화 단계를 보였고, 위미2리 앞바다는 수심 4m~8m가 심화 단계였다. 남부해역 일부에서는 어장 내 갯녹음 현상으로 갈조류가 감소했다. 이외에도 고산리, 법환동, 이호동, 일과2리, 추자, 평대 지역에서는 갯녹음이 '진행'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 연안에 갯녹음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명확히 밝혀진 바 없지만 농사 등에 쓰이는 생석회가 바다로 유입되거나 지구온난화로 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수온 상승으로 해양의 이산화탄소 용해도가 낮아지면서 탄산칼슘이 석출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수온 상승으로 아열대성 부착 산호류인 빛단풍돌산호와 거품돌산호가 제주 북동부와 추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해역에서 발견될 정도로 분포대가 넓어지고 있으며, 남부해역은 아열대성 생물의 분포비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민 해양수산연구원장은 "이번 보고서가 대학과 연구소 등 관련 기관에서 제주 마을어장에 대한 연구 및 정책 추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면서 "올해부터 마을어장 주변으로 유입되는 농약과 비료 등 물질에 따른 해양수질과 해조류 생태계의 변화에 대한 정밀 조사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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