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가족나들이 장소로 딱이야"...정원으로 변신한 6만평 뚝섬공원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05-17 13:15:23
  • -
  • +
  • 인쇄
세계의 정원이 모였다...곳곳이 인증샷 스팟
전문가 정원부터...시민들이 꾸민 정원까지
▲한강뚝섬공원에 6만평 규모로 조성된 '서울국제정원박람회' ©newstree

6만평에 달하는 뚝섬한강공원이 '대정원'으로 변신했다.

뚝섬한강공원에서 펼쳐지는 '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지난해보다 규모가 더 커졌고 개최기간도 10월 8일까지 길어졌다. 개막 당일인 16일, 직접 방문한 박람회 현장은 어린이부터 어르신들까지 아침부터 꽃구경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비온 직후여서 그런지, 하늘도 구름 한점없이 맑고 미세먼지도 없는 깨끗한 공기가 사람들을 반겼다.

시민들은 예쁘게 꾸며진 정원 한가운데 들어가 마음껏 인생샷을 남기고 있었다. 기자도 한걸음마다 멈추고 꽃 사진찍기 바빴다. 삼삼오오 모인 학생들, 느긋하게 거니는 어르신들.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나온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박람회장은 평평하고 턱이 없는 '무장애길'로 조성돼 있어, 거동이 불편해도 정원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실제로 공원 곳곳에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시민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런만큼 안전상의 이유로 자전거 출입은 제한하고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자전거 제한구역 표지판이 걸려 있었다. 간혹 이를 무시하고 자전거를 버젓이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박람회장을 둘러본 시민들은 "아무것도 아닌 곳이었는데 몰라보게 변했다"며 놀라워 했다. 또다른 시민은 "앞으로 잘 가꿔서 (꽃들이) 활짝 피어나면 더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지친 일상에 가족들과 손을 꼭 잡고 정원박람회 나들이 어떨까? 정원을 보면 우울감이 20% 해소된다고 하니, 이번 주말 나들이 장소로 제격인 것같다.

▲16일 개막된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오전부터 시민들의 발길로 이어졌다. 사진속 그늘막은 태양광패널이 설치돼 있다. ©newstree

◇ 6만평 대단지 정원···쉬면서 둘러보자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가려면 자양역 2번 출구에서 내려야 한다. 지하철 출구를 나오면 거대한 '해치 프렌즈'의 포토존이 가장 먼저 반긴다. 서울시의 새로운 마스코트다. 서울정원박람회는 지하철역을 나오는 순간부터 곳곳에 포토존이 마련돼 있어, 언제든 편하게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6만평 규모로 조성된 정원은 정원전문가와 기업·기관, 학생·시민·외국인이 가꾼 76개 정원으로 나눠져 있어 보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특히 기업·기관·시민들과 함께 세계적인 작가와 기획자들이 모여 조성한 정원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수준이 높아 보였다. 박람회 관계자는 "웬만한 대기업 회장님 저택보다 더 수준 높은 정원"이라며 "아름다운 정원의 밤과 낮을 이곳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정원 곳곳에는 사람들이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의자가 배치돼 있었다. 쉬엄쉬엄 둘러보라는 뜻인가 싶었다. 사실 정원 그 자체가 거대한 쉼터같은 느낌이었다. 누구나 정원에 파묻혀 쉬어갈 수 있게끔 만들어졌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앉아있으면 마치 정원의 일부가 된 기분이다. 야외박람회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앉을 곳이 별로 없다는 것인데, 이곳 박람회에서는 돗자리를 따로 챙겨가지 않아도 앉아서 쉴 곳이 많아 부담없이 정원을 둘러볼 수 있었다.

주최 측 관계자는 뚝섬한강공원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장소인 데다, 한강에 위치한 공원 중 유일하게 물에 잠기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물에 잠기지 않는 장소이니만큼 한시적 전시에 그치지 않고, 정원을 계속 유지해 3년 후 국가정원 지정을 목표로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하철에서 내리면 반겨주는 서울시 마스코트 '해치 프렌즈'(위쪽 좌)와 간이화장실 벽에 붙여있는 정원지도(위쪽 우), 김영민·김영찬 작가의 '앉는 정원'(아랫쪽 좌), 조동범·임승재 작가의 '겸재와 동행하는 한강스케치'(아랫쪽 우) ©newstree


◇ 할머니와 손자가 함께···시민들이 만든 정원

"한 할머니가 정원에 버려진 쓰레기를 보고 화를 내셨어요. 하필 할머니와 손자가 함께 직접 꽃과 나무를 심고 있던 곳이어서, 공들여 가꾼 정원에 누군가 함부로 쓰레기를 버린 것에 화가 나셨던 거죠. 자신이 손수 가꾸게 되면 그만큼 애정이 더 가기 마련입니다."

서울시의 이수연 푸른도시여가국장은 지역주민들이 박람회 정원을 조성하는데 함께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이같은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실제로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전국에서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 엄마와 딸이 함께, 혹은 3대 가족이, 동네 친구·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만든 정원들이다. 120다산콜센터 직원들이 만든 정원도 있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개인화되면서 각박해지는 현대사회에서 정원을 계기로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것으로 보여 의미가 더 남다르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참여해 조성한 정원도 있었다. 서울시는 '사계절 매력정원'을 주제로 '학생동행정원' 10개소를 선정했다. 구조물보다는 자연식생을, 한철 피고 시드는 꽃보다는 오래 두고 볼 수 있는 관목을 위주로 선정했다고 한다. 다문화가족이 직접 조성한 '글로벌가든'은 아이가 집에서 피규어를 가져와 꾸민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정원의 전체 디자인도 색달랐다. 간이화장실 외벽은 박람회장 안내지도가 됐고, 하얀색이었던 도로가림막은 미대생 자원봉사자들의 2주간에 걸친 노고 끝에 거대한 그림으로 변신했다. 놀이터, 운동기구 주변에도 정원을 조성해놔서 마치 숲속에서 운동하고 뛰노는 느낌이 들도록 해놨다. 정원은 다년생 식물 위주여서 유지·관리가 수월해보였다. 이 식물을 심는데만 한달이 걸렸다고 한다. 서울시 직원들과 자원봉사 시민들의 노고가 고스란히 묻어있었다.

서울시는 지난해 '정원도시 서울'과 올해 '매력가든·동행가든 프로젝트'를 연이어 발표하고 정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원박람회는 서울 전역을 돌아가면서 개최하고 있다. 지역 리모델링을 통해 지역주민이 즐길 수 있는 시민친화공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박람회는 시민들에게 강과 정원이 어우러진 여가공간을 제공해 행복감을 증진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관계자는 덧붙였다. 

▲시민들과 정원전문가, 기업들이 참여해 조성한 서울국제정원박람회의 꽃들 ©newstree

◇ 작가와 기업들이 조성한 테마정원 '볼거리'

여러 나라의 전문가들이 꾸민 정원을 한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지난해 조경상 대상을 수상한 '앉는정원'을 주제로 만든 정원에 앉아있으니 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이 경치를 감상하던 시민들은 "한강이 다 보인다"며 감탄사를 자아냈다. 국내 공모 당선작인 차용준 작가의 '호미정원'은 지난해 가드닝 도구로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켰던 호미를 콘셉트로 조성돼 있었다. 정원 한가운데 거대한 호미가 드리운 모습이 인상적이다.

중국 작가가 만든 '바이올로지컬 셀프'(Biological Self)는 균류의 생태를 재해석해 중국 남방 분위기의 정원으로 꾸몄다. 어른과 아이의 동선을 따로 만들고, 그네 타는 푸바오 조형물도 만들어놨다. '섹션가든'(Section Garden)에서는 기존에 있던 나무를 그대로 살리면서 습지 및 초·화류 정원을 조성해놨다. 여기에 유리벽으로 토양 단면을 드러내 땅속 세계를 훤히 볼 수 있도록 해뒀다. 방글라데시 작가가 만든 정원 'Bebored 1 Meditate 1 Appreciate'은 시야를 모두 차단한 것이 멍 때리기 좋은 장소같았다. 이곳에서 명상 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이다. 태국 작가의 '나비효과정원'(Butterfly Effect Garden)에 설치된 거대한 나비 조형물 앞에는 한 마리의 나비가 마치 '내가 진짜'라는 듯 날아왔다.

▲차용준 작가의 '호미정원'(위쪽 좌)과 서울대공원의 '세대공감 40+ 정원'(위쪽 우), 도심 속의 보석(아랫쪽 좌), '회복의 시간' ©newstree

17개 기업들이 참여해 꾸며놓은 정원도 있었다. 기업들은 ESG경영의 일환으로 이번 박람회에 참여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조성한 '도심 속의 보석' 정원은 반듯하게 꾸며진 정원 안 직사각형의 유리온실이 돋보였다. 삼성물산의 조경전문계열사인 에버스케이프가 만든 '시간을 초월한 풍경' 정원은 붉은 전망대에 올라 탁트인 공원 전경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놨다.

NH농협손해보험과 동양생명은 지압로만 덩그러니 있던 빈공간을 정원으로 재탄생시켰다. 동양생명이 만든 어린이 정원은 기존의 지압로를 활용해 미로를 연출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KB증권은 황금을 테마로 '깨비정원'을 만들었다. 식물도 황금색 식물을 위주로 식재했다. 월트디즈니코리아는 오는 6월 개봉하는 영화 '인사이드아웃2'를 홍보하듯 정원을 꾸며놨다.

서울식물원의 '내 손으로 만드는 정원'은 맨땅에 잡초뿐이었던 공간을 다채로운 정원으로 재탄생시켰고, 서울대공원이 조성한 정원은 대공원 40주년을 기념해 사람과 동물, 식물의 공존을 주제로 '세대공감 40+ 정원'을 구성하고 거대한 철골 호랑이를 세웠다. 이 호랑이 구조물은 철골 밑에 식물을 심어 식물이 구조물을 뒤덮게 만드는 토피어리로 만들어,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수연 푸른도시여가국장은 "올해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기업, 기관, 시민이 함께 만든 박람회라는데 의의가 있으며 정원이 시민의 행복을 증진하는 하나의 사회적 정책솔루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3년 내 매력가든·동행가든 정원을 1000개로 조성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1만개가 넘을 것"이라며 "정원문화·산업 확산에 초점을 맞춰 서울 전역 곳곳에, 시민들 가까이에 정원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대기업 취업시장 '활짝'…하반기 2만5000명 채용한다

삼성과 현대차 그리고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하반기 대규모 신규 채용에 나사면서 침체됐던 취업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19일 재계에 따

[알림]'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씨이텍 등 6개 기업 시상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수상기업으로 선정된 6개사에 대한 시상식이 19

김종대 "기후대응 핵심은 스타트업...생물다양성·순환경제 아울러야"

"기후위기 대응은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와 기술 혁신이 핵심이며, 향후 기후대응은 자원순환 및 생물다양성과 통합돼 산업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

AI로 동물대체시험법 활성화한다...심포지엄 개최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이 국가독성과학연구소와 19일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파크 호텔에서 동물대체시험법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공동

합쳐야 살아남는다?...대기업 녹색사업 '합종연횡' 봇물

탄소중립 압박과 기후위기 대응 그리고 막대한 투자비용 탓에 개별 기업에서 해결하는 것이 한계가 뚜렷해지자, 대기업들이 힘을 합치기 시작했다.19

현대차, 올해 청년 7200명 신규 채용...내년엔 1만명 확대 검토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총 7200명을 신규 채용한다고 18일 밝혔다. 내년에는 청년 채용 규모를 1만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현대차그룹의 청년

기후/환경

+

[알림]'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씨이텍 등 6개 기업 시상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수상기업으로 선정된 6개사에 대한 시상식이 19

김종대 "기후대응 핵심은 스타트업...생물다양성·순환경제 아울러야"

"기후위기 대응은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와 기술 혁신이 핵심이며, 향후 기후대응은 자원순환 및 생물다양성과 통합돼 산업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

[주말날씨] 전국 또 '비소식'…강릉 저수율 27.7%까지 회복

이번 주말 전국 날씨는 대체로 흐리고 비가 내리겠다. 특히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도 비가 내릴 예정이다.19일 오후부터 전국에 내리기 시작

가뭄이거나 폭우거나...온난화로 지구기후 갈수록 '극과극'

전 지구적으로 기후 불균형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현지시간) 세계기상기구(WMO)는 '글로벌 수자원 현황 2024' 보고서를 통해 수개월째 비가

"재생에너지 188조 필요한데…정책금융 투자액은 여전히 안갯속"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 설비에 188조원을 투자해야 하지만 마중물 역할을 하는 정책금융 대부분은 재생에너지보다 화

지역 1인당 교통 배출량, 서울의 2배…"무상버스가 대안"

비수도권 교통 배출량이 서울의 2배에 달하면서 '무상버스'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녹색전환연구소가 18일 발표한 보고서 '작은 도시의 교통 혁명,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