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철강 탈탄소 성적 '낙제점'..."녹색철강 규정도 없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4-17 10: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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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 철강생산국 비교...中과 공동 8위
"재생에너지 수요 충족할 국가전략 부재"


한국의 철강 탈탄소 정책이 주요 철강생산국 11개국 가운데 중국과 나란히 8위로 낙제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기후솔루션이 국제기후싱크탱크 E3G와 주요 철강생산국 11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 철강정책 평가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8개 항목을 평가하는 24점 만점에 5.75점을 받아 중국과 공동 8위를 기록했다. 

1위는 13.4점을 받은 독일이 차지했다. 프랑스는 11.9점을 받아 2위를 기록했고, 이탈리아가 9.4점으로 3위에 랭크됐다. 일본은 5.5점으로 한국과 중국에 이어 9위를 차지했고, 브라질은 1.25점을 받아 꼴찌를 했다.

이 보고서는 철강 생산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8가지 정책수단을 각국이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평가한 것이다. 평가대상인 8개 항목은 △정책 방향 및 명료성 △정부 재정 지원 △탄소가격 책정 △소재 효율성 및 순환성 △녹색철강 정의 △공공 조달 △철강용 수소 및 CCS(탄소포집 및 저장) △철강용 청정 전력 등이다.

보고서는 한국에 대해 "아직은 먼 아시아 선두의 자리"라고 평가했다. 한국은 고도로 발전한 혼합경제 체제를 갖춘 전세계 주요 철강생산국으로서 아시아에서 철강 탈탄소화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지만, 여전히 화석연료가 에너지를 지배하고 있고 탈탄소 경로 및 지원정책의 부재로 인해 철강 탈탄소화는 모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시장신호, 수요구축, 인프라 등 3개 부문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수소 직접환원제철 기술과 같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 잠재력이 높은 기술에 투자하는 정부 지원금 비중이 매우 낮고, 또 저탄소 철강 기술에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다른 경쟁국가들과 비교할 때 턱없이 액수가 적다는 것이다. 또 설비투자비용(CAPEX)과 운영비 지원 역시 적다는 평가다.

게다가 한국은 녹색철강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하지도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녹색철강에 대한 국가차원의 표준을 수립해 기후정책과 보고체계를 연결하는 것은 생산과 수요 증가와 긴밀한 연관이 있다. 독일은 녹색철강 정의 채택을 위한 실무단이 존재하는데, 한국은 실무단이 없을 뿐더러 채택 의지에 대한 공식적인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2023 철강 정책 평가표(왼쪽)와 국가별 총점 및 순위 (자료=기후솔루션)


보고서는 "한국이 철강 구매자에게 무엇이 '녹색철강'인지 명확하게 보증하지 않고도 특정제품 라인을 '그린'이라고 마케팅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고 있다"며 "매스밸런스(mass balance) 방법론에 기반한 포스코(POSCO)의 신규제품 라인인 그리닛 스틸(Greenate Steel)이 그 사례"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철강산업의 재생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국가전략이 없는 점도 약점이라고 짚었다. 전기로(EAF)와 수소직접환원철(H2-DRI) 등 석탄 고로에 비해 탄소배출이 적고 많은 전기를 쓰는 방식으로 공정을 전환하게 되면 철강부문의 재생에너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의 전력부문은 여전히 수입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2년 기준 7.15%에 불과하다. 현재 계획대로면 기존 화석연료 관련기술인 '신 에너지'를 제외한 재생에너지는 2030년에 18.2%로 겨우 10%포인트(p)가량 증가할 예정이다. 2022년에 직접전력 구매계약(PPA) 분야에서 일부 진전이 있어 소비자들이 재생에너지 발전업체로부터 직접 전기를 구매할 수 있게 됐지만, PPA 단가를 낮추는 등 국내 재생에너지의 경제성과 접근성을 보장하려면 아직 갈 길이 먼 상태다.

철강부문 전환에 필요한 청정수소 역시 정부가 철강사에 청정수소 생산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최종 수요처에 대한 명확한 우선 순위를 제시하지 못한 채 상업용 차량과 전력부문에서의 적용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고서 저자인 E3G의 기후 및 에너지정책 분석가 알렉산드라 왈리스제브스카는 "녹색철강 시장을 구축하고 녹색철 파트너십을 추구하기 위해 표준 설정 및 공공 조달 분야에서 특히 많은 협력이 필요하다"며 "동아시아 국가들은 특히 청정 전력 및 수소 인프라 구축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이는 전력시스템 탈탄소화에 대한 추진력이 상대적으로 낮을 뿐만 아니라 청정에너지 인프라 정책 및 계획에서 제철업을 주요 최종 용도로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기후솔루션 철강팀의 김다슬 정책연구원은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기간산업이자 온실가스 배출 총량의 16.7%를 차지하는 철강산업은 현재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수단인 배출권거래제에서 전량 무상할당을 받으며 탄소가격을 제대로 지불하고 있지 않다"며 "탄소배출 규제가 점차 강화되는 탄소중립 사회에서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그린수소 등 녹색철강 생산의 단가를 낮추고 한국형 수소환원제철기술과 인프라를 구축하는 빠른 대책과 실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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