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철강 외면한 현대차·기아...공급망 탈탄소 순위 '중하위권'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2-28 14:55:57
  • -
  • +
  • 인쇄
현대차 10위, 기아 13위에 그쳐
'저탄소 철강' 조달 계획 세워야
▲전기차 주차장 (사진=연합뉴스)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기후·인권 대응이 유럽연합(EU)과 북미 경쟁사에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완성차업체들의 공급망 탈탄소 및 인권경영 독려 캠페인 '리드더차지'(Lead the Charge)가 전세계 18개 완성차업체들의 기후·인권 대응을 분석해 공개한 순위에서 현대자동차는 10위, 기아는 13위를 기록했다. 전기자동차 판매량은 많지만, 저탄소 철강 조달계획이 전무하다는 점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차원에서 전기차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자동차 공급망 탈탄소가 시급한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경우 전체 탄소배출량의 77%가 매연에서 배출됐지만, 전기차는 철강자재, 배터리 광물 채굴 등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 91%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에 북미와 EU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 공급망 탈탄소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날 공개된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포드의 경우 2030년까지 탄소중립 철강을 10%로 늘리고, 이를 위해 철강 생산업체들과 저탄소 철강 공급 협약을 맺었다. 테슬라는 업계 최초로 철강, 알루미늄 및 배터리 생산별로 구분된 공급망 배출량을 공개하는 등 노력을 인정받아 3위를 기록했다.

녹색철강을 조달하겠다고 공표한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등도 각각 2위, 4위를 기록하며 전반적으로 EU와 북미 완성차업체들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미국과 EU 업체들의 평균 총점은 각각 28점과 31점으로 비슷했다. 반면 국내 기업의 경우 현대차는 15점, 기아는 8점으로 상위권 업체들과 큰 격차를 보였다.

▲2024년 리드더차지 자동차업계 기후·인권대응 순위표 (자료=기후솔루션)


특히 현대차는 지난 2023년 미국 조지아주와 앨라배마주의 노동단체로부터 지역사회와 혜택협약을 체결할 것을 촉구당한 바 있다. 또 이들로부터 노동자의 권리침해와 관련한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이에 대해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아, 이 점도 점수에 반영됐다.

이에 따라 수출에 의존적인 국내업체들은 적극적인 공급망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EU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같은 통상규제를 간과할 수 없고, ESG공시에서도 인권경영이 한 축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원주민·지역주민 고려없이 공급망을 조성할 경우 소송이나 광산의 생산중단 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1월 SK온의 미국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는 미국 조지아주 공장의 안전규정 위반으로 75만달러(약 1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핵심광물 조달시 지역적인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소송, 시위 등으로 투자금 조달이나 광산 생산중단 등 예기치못한 공급망 대란에 맞닥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광산 생산이 1주일 연기될 때마다 20만달러 (약 27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기후솔루션 철강팀 이명주 책임은 이날 발표내용과 관련한 미디어브리핑에서 "전세계 자동차업체 가운데 제철소를 보유한 곳은 현대차가 유일하다"며 "공급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미국, 유럽, 심지어 중국 등지의 민첩하고 기민한 경쟁업체에 뒤처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철강업계의 RE100이라고 할 수 있는 퍼스트무버연합 및 스틸제로와 같은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고, 현대제철 및 포스코와 같은 공급업체와 저탄소 철강 조달에 대한 논의를 강화해 진정한 미래의 친환경 자동차를 제조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BP, 기후전환 실패에 '주주 반발'...주주 24.3%가 회장 연임 반대

BP의 친환경 전환 전략이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가디언, CNBC 등 외신들은 17일(현지시간) 열린 BP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약 4분의 1

포스코 '그린워싱'으로 공정위 제재...허위·과장 광고

객관적인 근거없이 철강 자재를 '친환경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등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을 한 포스코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동물성 식재료 쏙 뺐더니...탄소배출 확 줄어든 '지속가능한 한끼'

지속가능한 식단을 직접 먹어보면서 알아보는 특별한 토크콘서트가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열렸다. 기후솔루션 주최로 16일 오후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카카오' 사용한다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카카오가 사용된다.롯데웰푸드는 대표 제품인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가나산 카카오

셀트리온, 글로벌 ESG평가 생명공학 부문 상위 5%에 선정

셀트리온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S&P글로벌이 주관하는 '기업지속가능성평가'(Corporate Sustainability Assessment, 이하 CSA) 생명공학 부문에서 국내 바이오

[최남수의 ESG풍향계] 논란의 DEI '한국은 낙제점'

최근 ESG 이슈 중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이다. 직장에서 성별, 인종 등 기준에 따른 차별을 없애자는 내용

기후/환경

+

한여름엔 어쩌라고?...4월 중순인데 벌써 49℃ '살인폭염'

몬순 우기를 앞둔 인도와 파키스탄이 벌써부터 살인폭염에 시달리고 있다.보통 5~6월에 폭염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인데 이 지역은 4월에 벌써부터 연일

전세계 농경지 15% '중금속 범벅'...14억명이 위험지역 거주

전세계 농경지의 약 15%가 중금속에 오염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금속 위험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14억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17일(현지

[영상] 홍수로 물바다 됐는데...'나홀로' 멀쩡한 집

미국의 한 마을 전체가 홍수로 물에 잠겼는데 나홀로 멀쩡한 집 한채가 화제다. 이 집은 마치 호수에 떠있는 듯했다.미국 남부와 중서부 지역에 지난 2

끝없이 떠밀려오는 '미역 더미'...제주 해수욕장 '날벼락'

제주시 유명 해수욕장인 이호해수욕장이 미역 쓰나미가 덮쳤다.최근 이호해수욕장 해변으로 엄청난 양의 미역더미가 떠밀려오면서 이를 치우는데 고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서 '생수병 반입금지'..."당황했지만 오히려 좋아"

8년만에 국내에서 열린 영국 4인조 록밴드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에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 반입이 금지돼 화제다. 콜드플레이는 지난 16일부터 오는 25

산림청, 경북 산불피해 4.5만여ha라더니...9만ha 넘게 '잿더미'

의성에서 시작돼 인근 지역까지 번진 경북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가 9만헥타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초 산림청이 추산한 피해규모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