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특화 에너지원 발굴해 신속확충해야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의 전력수요는 늘어나는데 전력 생산지와 수요지간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아 전력공급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각 수요지에서 스스로 전력수급을 충당할 수 있도록 하는 '분산에너지'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발간한 '분산에너지를 활용한 전력수급 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전력공급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동해안과 호남지역에서 전력을 생산해 대부분 수도권으로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3년 기준 국내 전체 전력생산량의 약 60%가 충남(18% 석탄), 경북(16% 원자력), 경기(15% 가스), 전남(11% 원자력·신재생)에서 만들어진 데 비해 전력소비량은 서울·경기 비중이 높다. 이렇다 보니 발전량을 소비량으로 나눈 전력자급률을 보면 서울 10%, 충북 11%, 경기 62% 등은 매우 낮은 반면 충남 214%, 경북 216%, 강원 213% 등으로 전력수급 불일치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는 첨단산업의 전력공급 리스크를 증가시킨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7개 첨단산업 특화단지가 현재 용인, 구미, 새만금 등에서 조성중으로 전력 수요가 15기가와트(GW)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이미 우리나라는 지역별 전력 수급 불일치에 따라 동해안과 호남지역에서 수도권으로 향하는 송전선을 통해 수급균형을 맞추는 중앙집중형 관리를 해오고 있어 전력계통이 포화상태이고, 그에 따른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보고서는 안정적 전력공급 시스템 구축을 위해 분산에너지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분산에너지는 중앙 전력계통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전력소비지 인근에 발전원이 위치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전력의 공급이 가능하다. 공급변동성이 커 기존 전력계통에 불안정성을 더할 수 있다는 이유로 확산이 더뎠던 재생에너지도 연결이 용이해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에도 도움이 된다.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기업의 대규모 지방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세제, 재정·금융, 규제특례, 정주여건개선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구역인 '기회발전특구'와 연계해 '분산에너지특구'를 지정하면 선도기업에 대한 강력한 유치 유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중앙 집중형과 분산형 전력공급이 적절한 조합을 찾으려면 제도를 설계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보고서는 정책과제로 △전력계통 신속 확충을 위한 법적 기반 마련 △전력망 보강 투자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제도 설계 △전력망 건설에 민간투자를 유인하는 방안 도입 검토를 제시했다.
한편 오는 6월 14일 지자체나 사업자 등에 '전력자립률'을 정해 분산에너지 설치를 의무화하고, 분산에너지 특구를 지정해 특혜를 주거나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이 시행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규제특례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전력공급망 리스크를 완화하고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까지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대한상의 SGI 박양수 원장은 "인구감소로 인한 잠재성장률 저하와 지방소멸 문제는 지역에 미래 주력산업 육성기반을 조성하고 핵심기업 이전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 하는 방향으로 풀어야 한다"며 "분산에너지법과 관련 정책을 면밀하게 설계해 나간다면 기업에 대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 인구 감소와 글로벌 무역질서 재편 대응까지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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