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넘게 이어지는 '의료공백 사태'가 수습은커녕 더 악화될 조짐이다. 정부가 당초 계획대로 2025학년도 대학입시의 의과대학별 정원을 2000명 증원하겠다고 확정발표하면서 의료계의 집단반발은 더 거세지고 있어, 정부의 강공전략이 의료공백 사태의 약이 될지, 독일 될지 알 수 없게 됐다.
20일 정부는 내년 대학입시부터 비수도권 27개 의과대학에 1639명, 경기·인천권 5개 의과대학에 361명 등 의대생 총 2000명을 증원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지역 의대에는 1명도 배정되지 않았다. 비수도권 의대 정원은 현재 2023명으로, 전국 의대 정원 3058명의 66.2% 비중이다. 여기에 1639명이 추가되면 총 3662명으로 늘어나 72.4%로 비중이 늘어난다.
교육부는 수도권·비수도권 의료격차 해소, 수도권 내에서도 서울과 경인지역 의료여건 편차를 극복하는 것을 주요 기준으로 삼아 정원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지역거점 국립의과대학은 총정원을 200명 수준으로 확보하도록 했고, 정원 50명 미만의 의과대학은 적정규모를 갖출 수 있도록 정원을 100명 수준으로 늘렸다.
정부가 전공의 이탈과 의대생 집단휴학 그리고 의대교수들의 집단사직 예고에도 불구하고 2000명 증원을 확정짓자, 의사단체들은 "교육여건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하며 철회를 촉구했다.
연세대학교 의대와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의대증원 졸속정책은 우리나라 의사 교육을 후진국 수준으로 추락시켜 흑역사의 서막을 열 것"이라며 "사직서를 내고 휴학계를 제출한 (전공의·의대생 등) 후속세대 1만5000명을 포기하며 진행하는 의대 증원은 아무런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이어 "특히 비수도권에 82%, 수도권에 18%를 증원하는 정책은 교육여건을 철저히 무시한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며 "이는 앞으로 의학 교육현장에서 혼란을 초래할 독선적 결정일 뿐이며, 총선을 앞두고 교육 생태계를 교란하는 정치적 카드"라고 꼬집었다.
대한의학회와 26개 전문과목학회도 "정부가 의료계와 합의없는 독단적 결정을 정의와 의료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며 "정부의 독단적 결정은 의학교육과 전공의 수련체계를 마비시킬 것"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대한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도 "증원이 이뤄진다면 학생들은 부족한 카데바(해부용 시신)로 해부실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형식적인 실습을 돌면서 강제 진급으로 의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학에 휴학계 수리를 강력히 요구할 것이며, 휴학계를 반려할 경우에 대비해 행정소송에 대한 법률 검토도 마쳤다"고 강조했다.
의대생들의 집단휴학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전국 의대 재학생의 32.2%인 6051명이 휴학계를 제출한데 이어, 최근 일주일 사이에 추가로 2926명의 의대생이 휴학계를 제출해 총 8977명의 재학생들이 휴학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저녁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의대협, 의협,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등 4개 단체가 온라인 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총회에서 의대교수들이 예정대로 오는 25일 집단사직서를 제출할지의 여부가 주목된다. 16곳이 넘는 의대교수들은 정부의 전공의 면허정지에 반발하며 오는 25일 집단사직을 예고한 상태다. 지난달 19일부터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는 93%에 달하는데, 이 빈자리를 메웠던 의대교수들마저 이탈하게 되면 대형병원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
출구를 봉쇄당한 의료계는 '대정부 투쟁'으로 싸움을 확산시킬 가능성도 높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14만 의사의 의지를 모아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에 나갈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정치권과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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