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가격도 오르나...남아프리카 가뭄에 구리생산 '차질'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4-03-11 12:20:50
  • -
  • +
  • 인쇄
낮은 수위에 수력발전소 제대로 가동못해
하루 8시간씩 정전으로 구리 생산량 급감

전세계 구리공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남부 아프리카 지역은 엘니뇨 현상으로 극심한 가뭄이 닥치면서 농산물뿐만 아니라 주요 수출품인 구리 생산까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UC산타바바라 기후위험센터(UC Santa Barbara Climate Hazards Center, CHC)가 최근 발표한 예비평가 데이터에 따르면, 올 2월 잠비아, 보츠와나, 짐바브웨 등 남부 아프리가 대부분 지역은 1981년 관측 이래 가장 적은 강우량을 기록했다. CHC는 "이번 예비평가는 위성기반 강우량 추정치를 토대로 실시한 것"이라며 "다음주에 더 많은 관측자료를 토대로 최종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HC는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가뭄은 선진국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월등히 적은 아프리카 지역에서 더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빈도도 점점 잦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me, WFP)에 따르면 남아프리카 농촌인구의 약 4분의 1이 올 1분기에 식량부족에 시달릴 전망이다.

극한가뭄에 남부 아프리카 국가들도 재난상황을 선포하는 등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지난주 하카인데 히칠레마(Hakainde Hichilema) 잠비아 대통령은 "주요 작물인 옥수수가 한창 자라는 시기에 재배면적의 45%가 파괴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가뭄으로 국가재난을 선포했다. 짐바브웨 농부들은 수확을 포기한 농작물들을 소먹이로 줄 정도로 가뭄이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잠비아와 짐바브웨 사이를 흐르는 잠베지강의 수량은 1년전에 비해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히칠레마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장기간의 가뭄으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2월 옥수수 가격이 1년 전보다 평균 76% 급등했고 일부지역에서는 3개월만에 가격이 2배로 뛰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웃국가 짐바브웨의 곡물 가격도 12월 이후 비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짐바브웨 정부도 "2024년 수확량이 지난해의 절반에 그칠 수 있다"며 "이에 내년에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남미에서 110만톤의 옥수수를 수입할 계획"이라는 대응책을 내놓기도 했다. 또 보츠와나 기상청은 "평년보다 강우량이 훨씬 낮은 수준"이라며 "보츠와나 대부분 지역이 엘니뇨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나미비아의 경우도 수돗물을 공급하는 주요 저수지의 수위가 11%만 차있다. 이조차도 가뭄에 점점 떨어지고 있다.

남부 아프리카는 가뭄으로 전기공급도 차질이 예상된다. 이 지역은 대부분 수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잠비아는 전력 생산의 약 85%를 수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는데, 수력발전소가 있는 세계 최대의 인공 담수호 카리바호의 수위가 저장용량의 15%까지 떨어지면서 전력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잠비아는 11일(현지시간)부터 매일 8시간동안 정전을 실시하고 있다. 짐바브웨는 이미 순환정전을 실시하고 있다. 

문제는 잠비아가 콩고민주공화국에 이어 아프리카에서 두번째로 큰 구리 생산국이라는 점이다. 전력이 부족하면 구리 생산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잠비아 정부는 부족한 전력 때문에 광산의 전력사용량도 25%까지 줄일 계획이다. 콩고 광산도 잠비아 전력공급에 의존하고 있어 아프리카에서 생산하는 구리의 공급량이 급감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처럼 가뭄으로 농업과 주요 수출품이 타격을 입으면서 해당 국가들의 재무상황은 악화일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가뭄으로 인해 잠비아의 자금 조달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며 "이미 잠비아는 3년 넘게 복잡한 채무 재조정 과정을 겪고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Bloomberg Economics)의 아프리카 이코노미스트 이본 망고(Yvonne Mhango)는 "2024년 가뭄으로 인한 식량 공급 제약은 이 지역의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것"이라며 "이는 더 오랫동안 높은 금리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한편 세계기상기구(WMO)는 "현재 엘니뇨는 역대 가장 강력한 '5대 엘니뇨' 중 하나"라며 "남부 아프리카 일부 지역은 더 건조하고 더워졌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삼천리 70년' 나눔과 봉사 실천..."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삼천리는 지역사회 곳곳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면서 나눔상생을 실천하고 있다.20일 삼

네이버, 2024년 재생에너지 사용 통해 온실가스 9144톤 감축

네이버가 지난해 탄소배출량을 3만925톤(tCO2eq) 절감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통해 감축한 온실가스가 9144톤에 달했다.네이버는 20일 발간한 '2024 통합보

사외이사 안건 찬성률 95.3%...상장사 이사회는 '거수기'로 전락?

사외이사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95.3%에 달하는 등 올 상반기 국내 상장사들의 이사회 기능과 감사 독립성이 전반적으로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손기원의 ESG인사이드] 보여주기식 'ESG공시' 벗어나려면?

ESG 공시는 더이상 선택이 아니다. 지속가능성 정보가 자본과 규제의 흐름을 결정짓는 시대,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 수준을 점검하고 공시 역량을 평가

노동자 사망사고·압수수색 이후...SPC '컴플라이언스 위원회' 출범

노동자 끼임 사망 사고로 압수수색을 받았던 SPC그룹이 윤리·준법 체계를 감독하는 상설독립기구인 'SPC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구성하고 19일 출

틱톡, 광고 제작과정 탄소배출까지 체크한다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이 송출되는 광고는 물론, 해당 광고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측정한다.16일 틱톡에 따르면, 플랫폼 내 광고 캠

기후/환경

+

비 오면 벽체 내려앉아...세계문화유산 무령왕릉 5호분 보존처리 시급

단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는 '극한호우'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주 무령왕릉 5호분이 장마철 등 강우량이 많은 시기에 토양에 수분이 증가하면서 벽체

지구 기온 4℃ 오르면...2100년 식량 생산량 절반으로 '뚝'

지구온난화로 인해 2100년에 이르면 식량 생산량이 절반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솔로몬 샹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팀은 지구 평균기온

항공권에 '비행세' 부과하면...기후기금 167조원 확보 가능

항공권에 '비행세'를 부과하면 기후피해 회복기금으로 연간 1060억유로, 우리돈 167조2000억원 이상을 모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19일(현지시간)

올해도 미국은 '열돔'에 갇혔다...다음주까지 폭염 시달려

올해도 미국의 폭염은 더 뜨겁고 길어질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NWS)에 따르면 이번 주말 중서부에서 동부 연안에 이르는 지역에 열돔 현

환경공익사업 지원금을 로비에 활용?...EU, NGO 자금조사 착수

환경 등 공익사업을 수행하라고 지급된 유럽연합(EU)의 보조금이 NGO들의 정치적 로비에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EU가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

퍼붓다 그쳤다 반복...수도권 '국지성 폭우'로 피해 속출

인천 등 수도권 곳곳에 강한 비가 쏟아졌다 그쳤다는 반복하는 국지성 호우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기상청은 일부 지역을 제외한 인천 전역과 경기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