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벌채 줄였더니 세라도 벌채 43% 급증...브라질 정부 '골머리'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4-01-16 12:00:14
  • -
  • +
  • 인쇄


브라질에서 생물다양성이 높은 열대우림으로 손꼽히는 세라도 생물권(Cerrado biome)의 산림벌채가 지난해만 43% 증가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세라도 생물권은 브라질 영토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광활하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세라도 생물권은 다량의 탄소를 저장해서 기후변화를 억제할 뿐만 아니라 브라질의 수자원을 모으고 분배하는 저수지 역할도 겸할 정도로 남미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그런 세라도가 무분별한 벌목으로 사라질 지경에 처했다. 벌목의 주된 목적은 농지개간이다. 지난 30년동안 대두와 면화 농업이 급성장하자, 이를 재배하기 위한 면적으로 계속 늘려왔던 것이다. 브라질 산림당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라도에서 파괴된 산림면적은 7800㎢가 넘었다. 이는 2022년보다 43% 증가한 수치다. 당국은 "지난해 11월에만 570㎢ 이상의 토지가 개간됐는데, 이는 전년 같은 달에 비해 3배나 넓은 면적"이라고 밝혔다.

세라도 생물권에서 대규모 벌채가 이뤄지면서, 현 브라질 정부의 환경보호정책 동력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현 브라질 대통령은 생태기관에 자금을 지원하고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브라질 벨렘에 유치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또 룰라 대통령은 "2030년까지 브라질의 산림벌채를 제로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룰라 대통령의 강력한 환경보호 정책으로 실제로 지난해 브라질 아마존 지역의 열대우림 산림벌채는 전년보다 50% 감소하는 등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그러나 세라도 생물권에서 대규모 벌채가 이뤄지면서 룰라 정부는 환경보호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는 세라도와 아마존 열대우림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마존의 경우 불법 벌목업자, 무허가 목장 등 주로 범죄자들을 중심으로 벌목이 이뤄졌다. 따라서 불법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하면 아마존 산림벌채는 빠르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세라도는 정식허가를 받은 농장주들이 벌채를 하기 때문에 규제가 쉽지 않다.

이에 아마존 환경연구소(Amazon Environmental Research Institute)의 안드레 기마라에스(André Guimarães) 이사는 "세라도 지역은 합법적으로 벌채가 이뤄지고 있다"며 "따라서 법 집행을 통해 예방할 수 있는 아마존과 달리, 세라도에서는 토지 소유주가 산림벌채 권리를 포기하도록 보조금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라도 지역의 느슨한 환경규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아마존의 경우 토지소유주가 자신의 땅에 있는 식물의 80%를 유지해야 하고, 토지의 20%만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세라도는 토지 식생의 20%만 보존한다면 자유롭게 상업적 이용이 가능하다. 이같은 느슨한 규제와 농사에 적합한 기후가 결합되면서 세라도 지역은 브라질의 곡창지대로 바뀌고 있다.

기후변화 캠페인단체인 마이티어스(Mighty Earth) 알렉스 위제라트나(Alex Wijeratna) 수석이사는 "룰라 대통령이 소고기와 대두 생산을 위해 세라도를 희생시킨 것은 그의 환경 정책에 큰 오점"이라며 "이를 시급히 되돌리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안드레 리마(André Lima) 브라질 환경부 산림벌채 관리담당은 "올해 세라도 파괴를 줄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면서도 "합법적으로 산림벌채가 이뤄지는 지역이서 통제하기가 훨씬 더 어렵고 처벌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세라도 지역이 곡창지대가 되면서 해당 지역의 생태계도 크게 파괴됐다. 브라질 당국에 따르면, 세라도는 지난 20년동안 토종식물의 12%가 사라졌다. 더욱이 자연 식생을 농경지로 대체하면 증발산 과정을 약화시킬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토양에서 대기로 물이 증발하는 과정을 통칭하는 말이다. 과학자들은 "이는 강우량 감소로 이어져 물 부족 사태가 올 수 있다"고 짚었다. 

가브리엘 호프만(Gabriel Hofmann) 리오그란지두술 연방대학(Federal University of Rio Grande do Sul) 연구원은 "세라도에 물이 부족하면 브라질의 다른 지역의 물 공급과 수력발전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ESG 정책 중 '기본법 제정'과 '공시 의무화' 가장 시급해"

ESG 정책 가운데 기본법 제정과 공시 의무화가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 기업들의 목소리다.한국ESG경영개발원(KEMI)은 지난 17일 여의도 FKI타워 파인홀에서

한숨돌린 삼성전자...이재용 사법리스크 9년만에 털었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회장의 무죄가 확정되면서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9년째 이어지던 '사법리스크'를 털어냈다. 그동안 1주일에 두번씩 법정에 출두

"잔반 없으면 탄소포인트 지급"...현대그린푸드, 단체급식에 '잔반제로' 보상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종합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가 '탄소중립포인트' 제도에 신설된 '잔반제로' 항목을 단체급식업계 최초로 실제 단체급식 사업장에

"노사 칸막이 없는 문화"…LG CNS '노사문화 우수기업'에 선정

AX전문기업 LG CNS가 상호 존중과 대화, 협력을 바탕으로 한 모범적 노사문화를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아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2025년 노사문화 우수기

KB국민은행, 금융취약계층 위한 '도움드림창구' 운영한다

KB국민은행이 금융취약계층을 위해 '도움드림창구'를 새롭게 운영한다.KB국민은행은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은 물론 7세 이하 자녀를 동반한 보호자

기아, 오토랜드화성 사업장에 PPA 재생에너지 첫 도입

기아가 국내 사업장 중 처음으로 오토랜드화성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도입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재생에너지 전력은 지난 2월 한국남동발전과 체결한

기후/환경

+

농경지 1만3000ha 침수 피해…'극한호우'에 밥상물가도 '비상'

한달치 비가 하루에 쏟아지는 '극한호우'로 전국의 농경지 1만3000헥타르(ha)가 침수되면서 농산물 가격폭등이 예상되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브라질 의회 '환경허가 완화법' 의결..."환경규제 사실상 붕괴"

올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리는 브라질에서 환경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환경허가 완화법'이 의회를 통과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법

경기도민 절반 '장마철 피해대처 방법' 모른다...소득별 정보격차 커

경기도민의 절반은 장마철 피해를 어떻게 예방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 저소득층의 재해대응 인지도는 고소득층보다 25.

美 재생에너지 심사는 '깐깐하게' 석탄재 정화규제는 '느슨하게'

미국 정부가 풍력·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심사는 강화하면서 석탄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유독성 석탄재의 정화 시한은 늦추기로 하는 등 재

역대급 '극한호우'...왜 충청과 남부에 비구름대 몰리나?

지난 16일부터 충청권과 남부지역을 강타하고 인명피해까지 낸 폭우의 원인이 지구온난화로 심화된 '대기의 강' 현상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18일 기상

中 흑연에 93.5% 관세 결정…美 전기차 가격인상 불가피

미국 상무부가 중국산 흑연에 93.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고 1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흑연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이번 조치가 미국에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