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증산작용으로 인해 주변지역 '냉각 효과'
미국 동남부가 서부보다 평균기온이 낮은 이유가 광범위하게 조성된 산림의 증산작용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과학계는 지구온난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동부가 서부보다 기온이 더 낮은 현상을 '온난화 구멍'이라고 부르며 난제로 여겼는데, 이번에 그 원인을 밝힌 것이다.
최근 미국 인디애나대학교(Indiana University)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온난화에도 미국 남동부 지역의 기온은 크게 오르지 않거나 심지어 1~2℃ 내려가는 이유가 미국 동남부에 1500만헥타르(hr) 규모로 조성된 숲에 의한 냉각효과 때문으로 확인됐다.
미 동남부 지역은 건국초기 이민자들이 농업과 거주를 위해 무차별적으로 산림을 벌목하면서 엄청난 규모의 산림이 훼손됐다. 이에 미국 정부 주도하에 1920년대부터 재조림 사업이 진행됐고, 이후 한 세기동안 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나 현재와 같은 대규모 산림으로 복원됐다. 이 산림의 규모는 영국보다 더 넓은 국토를 모두 덮고도 남을만큼 광활하다.
연구의 주 저자인 말로리 반스(Mallory Barnes) 인디애나대학교 환경학과 교수는 "재조림의 영향은 놀라웠다"면서 "나무들이 주변기온을 낮추면서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또 "온난화 구멍은 미스터리여서 이번 연구에서 모든 것을 증명하지 못했지만, 분명한 것은 이 지역의 온도가 억제된 이유가 산림과 중요한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은 증명했다"고 밝혔다.
이 지역의 온도가 억제된 것은 산림의 작용 외에도 햇빛을 차단하는 대기중 오염물질과 농업관개도 잠재적 원인일 수 있기 때문에 재조림된 숲만 '온난화 구멍' 현상을 유발시킨 유일한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에서 이 숲은 증산작용으로 인해 온도가 올라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산 작용은 뿌리를 통해 잎으로 물을 끌어올린 다음, 잎을 통해 공기중으로 수증기를 방출하는 과정으로 말한다. 이 때문에 나무 주변의 기온이 내려가게 된다.
연구팀은 "1900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 동부 전역에 위치한 인공위성과 기상관측소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재조림 지역은 대규모 냉각효과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나무에서 400m 이내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재조림 숲은 미국 동부를 매년 1℃~2℃ 냉각시키고 있다. 냉각 효과는 여름철 가장 더운 날에 가장 강해, 해당 기간에는 최대 5℃까지 기온을 낮추고 있다.
이에 반스 교수는 "도심 인근의 산림을 복원해야 한다"며 "그늘진 나무가 부족해 기온이 특히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무는 사람의 땀과 비슷한 증산작용을 통해 지표면 온도에 매우 유익한 영향을 미치며, 실제로 많은 열을 식혀주었다"며 "앞으로 우리는 나무심기를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냉각효과도 고려해서 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계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패트릭 곤잘레스(Patrick Gonzalez) 캘리포니아주립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산림생태학 교수는 "이 연구는 나무가 대기를 식히는 역할을 한다는 이론을 뒷받침한 것"이라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석탄과 석유 등 탄소 오염을 줄이는 것 못지않게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과학자들은 "재조림만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반스 교수 역시 "나무 몇 그루 심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라며 "화석연료 배출량을 대폭 줄이는 것이 먼저이고, 그에 더해 재조림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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