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낙엽' 괜찮은 걸까...'나무의사' 김철응 원장의 진단은?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12-12 08:00:02
  • -
  • +
  • 인쇄
▲배우 박진희씨가 SNS에 올린 게시물(좌)과 김철응 월송나무병원 원장 


올가을 알록달록한 단풍이 사라졌다. 올해 유독 나뭇잎이 단풍으로 물들지 않고 그대로 떨어져버리는 기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죽하면 '초록낙엽', '녹색낙엽', '푸른낙엽' 해시태그가 소셜서비스(SNS)에 등장할 정도로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25년 넘게 '나무의사'로 일하고 있는 김철응 월송나무병원 원장은 12일 뉴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기현상에 대해 "기후위기로 이상저온이 발생한 탓"이라며 "한창 단풍이 들어야 할 가을철에 하루 사이에 기온이 10℃ 이상씩 뚝 떨어지면 단풍이 들지 않게 된다"고 진단했다.

김 원장은 "단풍이 들려면 '떨켜'가 만들어지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떨켜'는 잎자루와 가지 사이에 형성되는 코르크 재질의 딱지다. '떨켜'는 기온이 10℃ 정도로 떨어지면 서서히 자리잡기 시작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나무는 겨울을 나기 위해 잎에 있는 영양분을 흡수한 다음, '떨켜'로 잎자루에 있는 물관과 체관을 막아 잎으로 가는 영양분을 차단한다.

영양분 공급이 끊기면 잎속의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엽록소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노란색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또 나뭇잎의 '액포'라는 기관은 잎에 남아 있는 양분으로 붉은색 안토시아닌 색소를 뿜어낸다. 붉은색 색소는 동물들을 열매로 유인하고, 해충이나 다른 식물들이 유입되는 것을 막는 성분을 뿜어낸다.

그런데 올 11월은 하루아침에 기온이 급락하는 일이 잦았다. 11월 평균기온이 가장 높은 날과 낮은 날의 기온차는 무려 19.8℃. 기상관측 이래 등락폭이 가장 컸다. 김철응 원장은 "기온이 급락하면 떨켜가 생성되기도 전에 식물조직이 얼어죽는다"면서 "그러니 단풍이 제대로 들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우리나라에서 '단풍구경'이 옛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무들은 겨울을 맞이할 채비를 해야 이듬해까지 견딜 수 있다. 김 원장은 "나무는 이듬해 잎을 틔울 때 뿌리에 있는 양분을 다시 끌어올려야 하는데, 단풍이 제대로 들지 않아 흡수한 양분이 충분치 못하면 봄철 나뭇잎의 크기가 작아지거나, 꽃이 잘 피지 않게 된다"고 밝혔다.

잎의 크기가 작아지면 광합성을 더 적게 하면서 영양분 부족이 심해지고, 병해충에 약해지게 된다. 또 꽃도 잘 피지 않을 수 있다. 김 원장은 "꽃이 잘 피지 않으면 꽃가루받이도 잘 이뤄지지 않아 열매맺기가 어려워지고, 꿀벌처럼 꽃꿀에 의존하는 생물들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김 원장은 "나무의 영양상태가 좋지 않으면 나이테가 넓지 않고, 촘촘해지면서 목재로서의 가치도 떨어진다"면서 "꽃이 제대로 피지 않으면 양봉농가와 과수농가를 피해를 입기 때문에 농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단풍이 제대로 들지 않는 나무는 이산화탄소 흡수보다 배출량이 더 많아져 기후위기를 더 악화시키게 된다. 김 원장은 "잎에도 탄수화물이 있어 분해될 때 탄소가 나오는데, 단풍이 들지 않은 낙엽은 양분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탄소를 오히려 배출하게 된다"면서 "올해 낙엽의 탄소량은 엄청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원장은 "기후위기로 나무가 약해지면 나무의 탄소흡수력도 약해져 기후위기를 되레 부추기는 '되먹임' 현상이 일어난다"면서 "따라서 좁은 공간에 나무를 억지로 심기보다 나무의 생육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숲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토양과 생육환경만 바꿔줘도 나무가 튼튼해진다"면서 "튼튼한 나무는 떨켜가 자리잡을 확률이 높아지고 탄소흡수량도 1.5배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백화점, 추석 선물세트 포장재 종이로 교체 'ESG 강화'

이번 추석 선물세트 시장에서 현대백화점은 과일세트 포장을 100% 종이로 전환하며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현대백화점은 기존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K-컬쳐 뿌리 '국중박' 하이브와 손잡고 글로벌로 '뮷즈' 확장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반려호랑이 '더피'의 굿즈를 판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핫해진 국립중앙박물관이 방탄소년단(BTS)의 하

하나은행, 美글로벌파이낸스 선정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 수상

하나은행은 미국의 글로벌 금융·경제 전문지 '글로벌파이낸스지(誌)'로부터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Best Sub-Custodian Bank in Korea 2025)'으로 선

LG생활건강, 청년기후환경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 활동 성료

LG생활건강이 자사의 청년기후환경활동가 육성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YOUTH)'가 2025년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2일 밝혔다. LG생활건강은 지

쏟아지는 추석선물세트...플라스틱·스티로폼 포장 '여전하네'

추석을 맞아 다양한 선물세트가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대를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도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는 선물세트들

쿠팡 '납치광고' 반복한 파트너사 10곳 형사고소...수익금 몰수

쿠팡이 이용자 의사와 무관하게 쿠팡사이트로 이동시키는 이른바 '납치광고'를 해온 악성파트너사 10곳에 대해 형사고소를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납

기후/환경

+

스위스 빙하, 2015년 이후 1000개 사라졌다...'전체의 25%'

스위스 빙하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2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빙하연구소(GLAMOS) 연구팀은 2015년 이후 스위스 빙하가 약 25% 사라졌다

10억달러 피해 입힌 '괴물산불' 43%가 최근 10년에 발생

피해 금액이 10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산불의 약 절반이 최근 10년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2일(현지시간) 칼럼 커닝햄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 박

"고기는 일주일 한번"...'지구건강식단' 하루 사망자 4만명 줄인다

고기를 적당히 먹어도 식량 부문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하루 전세계 사망자를 최소 4만명씩 줄일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2일(현지시간) 요

유럽의 녹지, 매일 축구장 600개만큼 사라진다

유럽 대륙의 녹지가 개발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영국과 유럽 전역의 위성 이미지를 분석한

기후대응 촉구한 교황...트럼프 겨냥한듯 "지구 외침에 귀기울여야"

교황 레오 14세가 사실상 기후회의론자들을 겨냥해 "지구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라"며 일침을 가했다.교황은 1일(현지시간) 로마 바티칸에서 열린 생태

"산불특별법, 산림 난개발 우려...대통령 거부권 행사해야"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산불방지법'에 대해 환경단체들이 반발하면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환경운동연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