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들이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최종 합의문에 '화석연료 퇴출' 문구가 빠진 것에 대해 일제히 환영하며 "한숨돌렸다"는 반응이다.
예정일을 하루 넘겨 지난 13일(현지시간) 타결된 COP28 최종 합의문에는 '화석연료에서 멀어지는 전환(transitioning away)을 가속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당초 100여개국의 요청으로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이 최초안에 담겨있었지만 산유국들과 개발도상국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단계적 퇴출' 문구는 빠지고 '멀어지는 전환'을 대신 넣었다.
최종 합의안이 200여개 당사국들의 만장일치로 통과되자, 가장 환영하는 쪽은 역시 산유국들이었다.
COP28에 참석한 패트릭 푸야네(Patrick Pouyanne) 토탈에너지(TotalEnergies) 대표는 성명을 통해 "이번 COP28은 서방 국가, 개발도상국, 석유 및 가스 생산국들이 가장 어려운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며 "COP28 의장인 술탄 알 자베르(Sultan al-Jaber)를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미국석유협회(American Petroleum Institute)도 "화석연료의 완전한 퇴출을 요구하는 100여개국의 목소리가 결국 무사됐다"며 "이번 협상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이번 합의안에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것인가다. 이에 대해 화석연료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 대부분은 "COP28 합의가 화석연료 업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여기고 있다. 합의문이 발표된 이후 BP, 쉘(Shell), 엑슨모빌(ExxonMobil), 셰브론(Chevron) 등 거대 석유기업들의 주가에 큰 변동이 없는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심지어 주요 산유국들과 화석연료 기업들은 일제히 석유를 증산할 채비를 하고 있다. COP28 의장국 아랍에미리트(UAE) 국영석유회사 아드녹(Adnoc)은 최근 "2027년까지 일일 생산량을 10% 이상 늘려 하루에 500만배럴을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노르웨이 화석연료 기업단체인 오프쇼어노르웨이(Offshore Norway)도 "석유 및 가스 부문에 대한 투자가 내년에 9% 증가해 약 2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는 COP28 회담 기간동안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지지하는 행보를 보였지만, 화석연료 퇴출이 무산되자 즉시 투자확대를 결정한 것이다.
엑손모빌과 셰브론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마이크 서머스(Mike Sommers) 미국석유협회 대표가 소셜서비스(SNS)를 통해 "너무 멀고 너무 빠른 명령은 되레 비생산적"이라며 "COP28 협상가들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에 동의하지 않음으로써 이를 깨달은 것"이라고 언급해 이들을 대변한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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