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존재감 점점 커지고 있다" 경계령
지난 20년동안 유엔 기후회담에 참석한 화석연료 기업인 또는 관계자들이 7200명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21일(현지시간) 미국 기후시민단체연합(Coalition of advocacy groups)은 이같은 사실을 밝히며 "이들의 존재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역대 기후회담 회의에 참석한 사람 가운데 화석연료 회사 또는 관련단체에 소속 및 제휴돼 있으면 화석연료 이해관계자로 분류했다. 하지만 비공개로 파견된 로비스트는 집계가 안됐다. 올 11월말 열리는 COP28 회의부터는 모든 참석자가 자신의 소속을 명시하도록 규정이 개정됐다.
연합의 일원인 원주민환경네트워크(Indigenous Environmental Network)의 수석담당자 브레나 투 베어스(Brenna Two Bears)는 공식적으로 집계된 회의 참석자 7200명에 대해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공개되지 않은 화석연료 로비스트가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이번 분석에 따르면 전세계 화석연료 기업들의 직원들은 2003년 이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 최소 945차례 참여했다. 쉘은 115차례나 파견해 가장 많은 로비스트를 보낸 기업으로 드러났다. 에니(Eni)는 104차례 파견했고, 브라질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Petrobras)는 68차례 파견했다. 쿠웨이트 석유(Kuwait Petroleum)과 비피(BP)는 각각 58차례, 56차례 파견했다.
커티스 스미스(Curtis Smith) 쉘 대변인은 "매년 소수의 직원만 COP에 참석해 최신 정책동향을 수집하고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한다"며 "우리는 COP 회의를 비롯한 부분에서 업계 전반의 투명성을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화석연료 기업들은 직원을 직접 파견하는 것보다 협회를 통해 우회적으로 파견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시민단체 연합은 "화석연료 무역협회 대표들은 최소 6581회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특히 BP, 셰브론(Chevron), 엑손모빌(ExxonMobil) 등이 회원사로 있는 국제배출권거래협회(IETA)는 회의에 최소 2769회 참석했다.
그동안 화석연료 회사들은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와 전환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회사들도 기후회담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쉘의 기후변화 고문인 데이비드 혼(David Hone)은 "우리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작성하는 데 도움을 줬다"며 "제안서의 많은 부분이 협정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IETA도 대변인을 통해 "기업이 기후협상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며 "우리는 해결책의 일부가 되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회의 참석 이유를 밝혔다.
반면 기후활동가들과 정치인들은 "화석연료 기업들이 COP 회의 등에서 너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해 되레 해결책 마련에 걸림돌이 됐다"고 지적했다. 셸던 화이트하우스(Sheldon Whitehouse) 미 상원의원은 "COP 회의에서 기업의 존재는 오랜 문제였다"며 "나는 이번 COP28에서 화석연료 기업과 관련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연합은 "화석연료 업계의 존재감은 기후회담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많은 환경·오염 회담에도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주 열린 플라스틱 오염 억제를 위한 국제회의에서도 총 143명의 화석연료 및 화학산업 로비스트가 등록했다. 해당 협상은 플라스틱의 단계적 생산 중단에 대한 법적구속력이 있는 조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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