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량 적은데 물 증발량 많아지며 악순환
현재 최악의 가뭄이 시달리는 시리아와 이란, 이라크가 위치해 있는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지역이 극한가뭄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지구온난화가 지목됐다. 원래 이 지역은 극한가뭄 현상이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지역인데 온난화로 인해 가뭄 발생주기가 매우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8일(현지시간) 국제기후위기 분석·연구기관 세계기상특성(World Weather Attribution,WWA)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가 본격화된 이후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유역에 극심한 가뭄이 10년마다 한번씩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온난화 이전에는 이 같은 가뭄이 250년만에 한번씩 일어난 것과 비교하면 빈도가 25배 증가했다.
이란 셈난대학교(Semnan University)의 모하마드 라히미(Mohammad Rahimi) 교수는 "우리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이미 서아시아의 수천만명의 삶을 상당히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그리고 온난화가 더 진행되면 시리아, 이라크, 이란은 더욱 살기 힘든 곳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WWA는 "기상 데이터와 기후모델을 사용해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약 1.2℃ 상승한 이후 이 지역의 가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비교했다"며 "그 결과 2020년 이후 이 지역을 강타한 극한기후는 기후위기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 WWA는 "원래 이 지역은 예전부터 강수량이 적었는데 극한기후로 물이 더 많이 증발되면서 극심한 가뭄이 더 빈번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가령 이란에서는 과거 80년에 한번씩 극심한 가뭄이 발생했지만, 오늘날에는 평균 5년마다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며 "지구온난화가 더 심화되면 이런 가뭄은 더욱 흔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보고서는 "이 지역은 분쟁과 정치적 혼란이 빈번하다"며 "이로 인해 사람들이 가뭄 등 기후재난에 대응할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라나 엘 하지(Rana El Hajj) 적십자 기후센터 연구원은 "정치적 분쟁과 가뭄은 서로의 악영향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분쟁은 토지 황폐화, 물관리 인프라 악화, 사회안정망 붕괴를 초래해 기후재난의 취약성을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재난은 사람들의 삶을 더 황폐하게 만들어 결국 정치적 분쟁이 증가하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짚었다.
실제 이 지역의 가뭄은 지역민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시리아에서는 200만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했고 인구의 60%인 1200만명이 식량 불안을 겪고 있다. 이란의 경우 주요 농업지역이 가뭄의 직격탄을 맞아 식량가격이 급등했다.
그런데 기후재난에 직면한 지역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2022년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는 전세계적으로 더 빈번하고 치명적인 재난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올 8월 과학자들은 연구논문을 통해 "2023년의 극한날씨는 앞으로 닥칠 더 심각한 영향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기후위기와 극한기상 현상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의 공동대응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다가오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화석연료를 빠르게 퇴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임페리얼 칼리지런던(Imperial College London) 소속 기후연구가 프리데리케 오토(Friederike Otto) 박사는 "화석연료 연소를 중단하지 않는 한 이같은 가뭄은 계속 심화될 것이 자명하다"며 "국제사회가 화석연료 퇴출에 동의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물부족으로 고통받고, 더 많은 농부들이 난민이 되며, 많은 사람들이 슈퍼마켓에서 식료품 구입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등 모두가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오토 박사는 "가뭄의 위협은 온난화되는 세계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지역 농부의 생계를 파괴하고 국제식량 공급망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며 "더욱이 부유국은 이에 상대적으로 적절히 대응할 수 있지만 가난한 국가들은 그럴 돈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설령 선진국일지라도 그 안의 저소득층은 중산·상류층에 비해 기후위기에 취약한 것은 마찬가지"라며 "화석연료가 어떻게 불평등을 증가시키는지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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