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화학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이에 따른 사상자도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사업장들이 위치한 지방자치단체는 화학물질 유출사고에 대한 최소한의 대비조차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 화학사고 예방은 물론 제대로 된 사고 대응 능력도 갖추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환경부 산하 화학물질안전원에서 제출받은 '지역 화학사고 대응 계획 및 조례제정 현황'에 따르면 지역 화학사고 대응 계획과 화학물질 안전관리 조례를 둘 다 갖추고 있는 광역시도와 지자체는 245곳 가운데 48곳(19.6%)에 불과했다.
화학물질 안전관리 조례는 101곳에서 제정됐으며, 지역 화학사고 대응계획은 70곳만 수립된 것으로 확인됐다.
광역시도 가운데 화학물질 안전관리 조례가 없는 곳은 서울과 대구, 강원이었으며, 지역 화학사고 대응 계획이 없는 곳은 부산, 광주, 대구, 강원, 충남, 충북, 전북, 경북, 경남이었다. 대구와 강원은 둘 다 마련돼 있지 않았다.
2020년 11월 인천 남동공단에서는 공장 폭발 사고가 발생해 작업자 3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지만 해당 공장이 위치한 인천 남동구는 여전히 화학물질 안전관리 조례와 지역 화학사고 대응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5월 경남 고성의 한국남동발전 삼천포발전본부에서 수산화나트륨이 누출돼 2명이 부상당했는데, 경남 고성군 역시 조례와 대응 계획이 마련돼있지 않았다.
전국의 지자체는 지난 2020년 3월 화학물질관리법 개정으로 화학사고에 대비해 대응 계획을 수립할 의무가 있다.
화학물질안전원이 파악한 최근 5년간(2019년~2023년 7월) 화학사고는 총 345건이다. 2019년 58건에서 2020년 75건, 2021년 93건으로 매년 증가했다가 지난해 66건에 이어 올해는 53건으로 감소했다.
반면 해당 기간 화학사고로 인한 사상자 수는 2019년 33명(사망 1명)에서 2020년 61명(사망 4명), 2021년 61명(사망 4명), 2022년 70명(사망 3명)에 이어 올해는 36명(사망 3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시도별로는 경기도가 8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울산과 충남이 38건 △경북 30건 △전남 25건 △충북 24건 △경남 23건 순이다.
이주환 의원은 "화학사고는 사업장과 지자체 역량에 따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지만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 날로 증가하고 있는 화학사고를 제대로 대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환경부는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사고 대응 계획을 수립하고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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