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전쟁 여파로 세계 에너지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란이 미국의 핵시설 공습에 대응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추진하자, 전세계 원유·가스 수급망에 비상이 걸렸다. 아시아 수입국들도 대체 공급처를 모색하면서 시장불안이 확대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미국이 22일(이란 현지시간) 이란 핵시설 세 곳을 공격하면서 본격화됐다. 이란 의회는 이에 대응해 호르무즈 해협 폐쇄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최종 결정은 국가안보회의와 최고지도자에게 넘겨졌다. 이 해협은 전세계 해상 원유 수출량의 30%, 액화천연가스(LNG)의 25%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다.
이란은 핵시설 세 곳을 타격한 미국에 대해 "전면 대응"을 경고했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도 직접 언급했다. 아직 해상 운송에 물리적 차단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에너지 시장은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다.
북해에서 생산되는 저유황 경질 원유인 브렌트유 가격은 72달러에서 78달러로 뛰었으며, 골드만삭스는 해협 봉쇄 시 150달러 이상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가가 10달러 오를 경우 미국 소비자물가는 0.5% 상승한다. 130달러를 돌파할 경우 미국 물가는 5.5%에 달하고, 휘발유 가격은 지금의 2배 이상 오를 전망이다.
이스라엘도 레비아탄과 카리쉬 가스전 가동이 중단되며 국내 전력 비용이 상승했고, 이집트·요르단 가스 수출도 멈췄다. 중동산 LNG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대체 수급처가 마땅치 않아 경기 침체 위험에 직면했다.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아시아 지역도 긴장하고 있다. 일본, 인도, 한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부터 에너지 안보 대책을 강화해 왔고, 이번 사태로 비상대응 체계에 돌입했다. 2023년 기준 전체 LNG 수입의 절반 이상을 중동과 러시아에 의존한 한국은, 호르무즈 해협 차단시 가격 급등과 물량 확보 모두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여름철 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와 겹칠 경우, 전력요금 인상과 산업계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더라도 장기적 공급 차질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본다. 싱가포르의 유가 컨설턴트 회사 PVM의 분석가 타마스 바르가는 "과거 유가 급등 사례는 대부분 수개월 내 안정됐다"고 말했다. 사우디·UAE의 해협 우회 파이프라인, 미국 비축유 등 대체 자원도 일부 존재한다.
실제 1991년 이라크-쿠웨이트 전쟁, 2003년 이라크전,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에도 유가는 단기 급등 후 수개월 내 회복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보다 여유 생산 능력이 줄었고, 공급망 리스크가 다층적으로 얽혀있다는 점에서 신속한 복구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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