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팁'(tip) 도입 여부를 놓고 며칠째 온라인이 시끌시끌하다.
미국에서는 패스트푸드점을 제외한 모든 식당에서 종업원들에게 서비스를 받는 대가로 '팁'(봉사료)을 지불해야 한다. 계산서에 아예 팁 비용을 적도록 하는 식당도 있고, 지불할 금액의 20% 내외로 팁을 자동 계산하는 식당도 있다. 별도의 임금을 받지 않는 식당 종업원들에겐 이 팁이 수입의 전부다. 호텔이나 택시 등 서비스를 받는 곳에서는 의례 팁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의례 팁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간혹 식당이나 호텔 등에서 친철하게 서비스를 받았다고 생각될 때 팁을 지불한다. 의무가 아니라 선택인 것이다. 또 미국과 달리 한국의 식당 종업원들은 임금을 받고 있어서 팁은 과외수입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서 미국처럼 팁을 요구하는 곳이 등장하면서 '팁'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카카오T는 택시에 팁 기능을 시범도입했고, 한 유명 카페에서도 계산대에 '팁박스'를 놔놓고 팁을 요구하는 일이 생기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팁 논란'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달 19일부터 실시한 카카오T블루에 대한 '팁' 기능이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 카카오T로 택시를 호출한 승객이 서비스 후기로 별점 5점을 줬을 경우에 팁 지불 창이 뜬다. 팁은 1000원, 1500원, 2000원 가운데 선택하도록 했다. 카카오는 현재 이 기능을 시범운영하고 있지만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일부 카페에서 팁을 요구하거나 '팁박스'를 목격했다는 글이 온라인에 올라오면서 '팁' 논란이 가열됐다. 지난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연남동에 팁을 요구하는 카페가 생겼다"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카운터에서 주문받는 사람이 "열심히 일하는 직원에게 팁 어떠신가요?"라고 묻더니 5%, 7%, 10% 항목이 있는 태블릿PC를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국내 한 유명 빵집에서도 카운터에 현금을 넣을 수 있는 '팁 박스'를 뒀다는 목격담도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팁에 대해 부정적이다. 고용주가 지급해야 할 임금을 손님에게 전가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실제로 한 설문조사에서 소비자 10명 중 7명은 팁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카카오택시의 팁 기능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더니 반대 의견이 71.7%로 나왔다.
일각에서는 서비스에 만족했다면 부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팁을 줘도 괜찮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서비스에 만족해 팁을 준다고 한다면, 서비스에 불만족하면 돈을 깎아주는 것이냐"며 이에 맞받아치는 의견도 있다.
팁을 자율화해도 소비자로 하여금 심적 부담감을 준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팁 박스가 있는 카페에 가봤다는 한 소비자는 "팁이 자율적이라고는 했지만 눈치가 보여 불편했다"며 "약 3만원어치를 먹고 현금 2000원을 모두 팁 박스에 넣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국내에서는 이미 근무수당이 보장되기 때문에 팁을 따로 요구하면 식품위생법에 위반될 수 있다. 현행법상 식품접객업자 준수사항으로 '영업소의 외부 또는 내부에 가격표를 붙이거나 게시하고 가격표대로 요금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때 가격표란 부가가치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손님이 실제로 내야 하는 가격이 표시된 것을 말한다.
온라인에서는 "외국의 팁 문화도 이해되지 않는데 한국도 도입한다니 싫다" "팁을 주는만큼 서비스를 받는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말고 직원 월급을 올려라" 등 팁을 비판하는 글들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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