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 요구하는 택시와 카페...美 팁 문화 한국에 상륙?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8-23 12:11:47
  • -
  • +
  • 인쇄
▲엑스(X)에서 캡처한 모 유명 빵집의 팁 박스

국내 '팁'(tip) 도입 여부를 놓고 며칠째 온라인이 시끌시끌하다. 

미국에서는 패스트푸드점을 제외한 모든 식당에서 종업원들에게 서비스를 받는 대가로 '팁'(봉사료)을 지불해야 한다. 계산서에 아예 팁 비용을 적도록 하는 식당도 있고, 지불할 금액의 20% 내외로 팁을 자동 계산하는 식당도 있다. 별도의 임금을 받지 않는 식당 종업원들에겐 이 팁이 수입의 전부다. 호텔이나 택시 등 서비스를 받는 곳에서는 의례 팁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의례 팁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간혹 식당이나 호텔 등에서 친철하게 서비스를 받았다고 생각될 때 팁을 지불한다. 의무가 아니라 선택인 것이다. 또 미국과 달리 한국의 식당 종업원들은 임금을 받고 있어서 팁은 과외수입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서 미국처럼 팁을 요구하는 곳이 등장하면서 '팁'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카카오T는 택시에 팁 기능을 시범도입했고, 한 유명 카페에서도 계산대에 '팁박스'를 놔놓고 팁을 요구하는 일이 생기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팁 논란'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달 19일부터 실시한 카카오T블루에 대한 '팁' 기능이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 카카오T로 택시를 호출한 승객이 서비스 후기로 별점 5점을 줬을 경우에 팁 지불 창이 뜬다. 팁은 1000원, 1500원, 2000원 가운데 선택하도록 했다. 카카오는 현재 이 기능을 시범운영하고 있지만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일부 카페에서 팁을 요구하거나 '팁박스'를 목격했다는 글이 온라인에 올라오면서 '팁' 논란이 가열됐다. 지난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연남동에 팁을 요구하는 카페가 생겼다"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카운터에서 주문받는 사람이 "열심히 일하는 직원에게 팁 어떠신가요?"라고 묻더니 5%, 7%, 10% 항목이 있는 태블릿PC를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국내 한 유명 빵집에서도 카운터에 현금을 넣을 수 있는 '팁 박스'를 뒀다는 목격담도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팁에 대해 부정적이다. 고용주가 지급해야 할 임금을 손님에게 전가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실제로 한 설문조사에서 소비자 10명 중 7명은 팁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카카오택시의 팁 기능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더니 반대 의견이 71.7%로 나왔다.

일각에서는 서비스에 만족했다면 부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팁을 줘도 괜찮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서비스에 만족해 팁을 준다고 한다면, 서비스에 불만족하면 돈을 깎아주는 것이냐"며 이에 맞받아치는 의견도 있다.

팁을 자율화해도 소비자로 하여금 심적 부담감을 준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팁 박스가 있는 카페에 가봤다는 한 소비자는 "팁이 자율적이라고는 했지만 눈치가 보여 불편했다"며 "약 3만원어치를 먹고 현금 2000원을 모두 팁 박스에 넣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국내에서는 이미 근무수당이 보장되기 때문에 팁을 따로 요구하면 식품위생법에 위반될 수 있다. 현행법상 식품접객업자 준수사항으로 '영업소의 외부 또는 내부에 가격표를 붙이거나 게시하고 가격표대로 요금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때 가격표란 부가가치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손님이 실제로 내야 하는 가격이 표시된 것을 말한다.

온라인에서는 "외국의 팁 문화도 이해되지 않는데 한국도 도입한다니 싫다" "팁을 주는만큼 서비스를 받는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말고 직원 월급을 올려라" 등 팁을 비판하는 글들이 지배적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배출권 구매하고 온실가스 감축?...소송 당하는 기업들 급증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온실가스를 상쇄했다고 주장한 기업들이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기후소송이 그만큼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런던정경대(LSE

엔씨, 탄소배출량 절반으로 감축…'ESG 플레이북 2024' 발간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탄소배출량을 전년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했다.엔씨소프트가 지난해 ESG 경영 성과를 담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ESG 플레이북(PLAY

우리금융, 다문화 장학생 1000명 대상 18.9억 장학금 지원

우리금융이 올해 다문화 장학생 1000명을 선발하고, 18억90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한다고 26일 밝혔다. 우리금융은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의 '다문화 장학사

계면활성제 대체제 나오나...LG전자 '유리파우더' 실증 나선다

LG전자가 세탁세제 원료인 계면활성제를 대체할 수 있는 기능성 신소재 유리파우더 '미네랄 워시(Mineral Wash)'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실증에 나선다.LG

카카오, ESG 보고서 '2024 카카오의 약속과 책임' 발간

카카오가 2024년 한해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련 주요 활동과 성과를 담은 ESG 보고서 '2024 카카오의 약속과 책임'을 25일 발간했다.카카오는 2024년 AI

4대 금융 ESG평가 '최우수'...LG·현대차·KT·SKT 한단계 하락

KB금융, 신한지주, 우리금융, 하나금융 등 4개 금융지주사가 ESG경영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LG, 현대자동차, KT, SK텔레콤은 모두 한계단 하락했다.

기후/환경

+

챗GPT로 학교숙제?..."원자력으로 계산기만 쓰는 격"

인공지능(AI)의 탄소배출량이 모델 및 질문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질문 수준에 따라 최대 6배, AI 모델 수준에 따라서는 최대 50배까지도

배출권 구매하고 온실가스 감축?...소송 당하는 기업들 급증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온실가스를 상쇄했다고 주장한 기업들이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기후소송이 그만큼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런던정경대(LSE

"대구가 작아졌다"…1990년대 이후 몸집 절반 줄어든 이유

1990년대 이후 대구의 몸길이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이유가 인간의 포획활동을 회피하기 위한 유전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인간이 몸집이 큰

열돔에 갇힌 美 대기오염도 악화...뉴욕 3일째 '오존 경보'

미국 중부와 동부를 뒤덮은 열돔 현상이 폭염뿐 아니라 대기질까지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뉴욕과 롱아일랜드 지역은 지상오존 농도

보조배터리부터 전자담배까지...'패스트테크' 전자폐기물 주범

패스트푸드, 패스트패션에 이어 일명 '패스트테크'로 알려진 저가의 소형 전자제품들이 전세계 전자폐기물 문제의 주범이 되고 있다.패스트테크는 휴

졸업식 도중 150명 '열사병'…美 1.6억명 열돔에 갇혀있다

미국 동부에 위치한 뉴저지주의 한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학생 150여명이 열사병으로 쓰러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현재 미국은 열돔 현상으로 1억6000만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