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침수와 산사태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전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폭우·산사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전망이 나왔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에너지부 산하의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이하 버클리연구소) 연구팀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강우량이 늘면서 북반구 산악지역에 홍수와 산사태, 토양침식 등의 위험에 처하고 있다. 전세계 인구의 25%가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산악지대 강설량은 감소하는 반면 강우량은 증가하면서 폭우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지구 평균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높은 고도에서 평균 15% 더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3℃ 오를 경우 강우량이 45%까지 증가한다.
모하메드 옴바디(Mohammed Ombadi) 논문 제1저자는 "산악지역의 폭우가 이미 증가하고 있다"며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산악이나 하류지역에 살고 있어 이같은 위험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에 따르면 북반구의 모든 산지가 폭우 위험에 노출돼있으며 그 중에서도 캐스케이드, 시에라네바다와 같은 북미 태평양 산맥과 히말라야, 고위도 지역이 가장 취약하다. 옴바디 저자는 "북미 태평양 산맥은 만년설이 형성되는 기온이 불과 0도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라 기온이 조금만 올라도 이 강설량은 강우량으로 바뀔 것"이라며 다른 산맥보다 폭우에 더 위험하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폭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9일 밤에 전국에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산사태가 발생하고 주택·도로·농경지 등이 침수돼 인명 및 재산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경북 영주시에서는 263mm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주택 및 도로가 물에 잠겼다. 특히 30일 새벽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14개월 여아가 주택 안에 매몰됐다. 아이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정전 피해도 속출했다. 경기 봉화군 봉성면에서는 185가구가 정전됐고 소규모 하수처리장 2곳이 하천 범람으로 물에 잠겼다. 광주 동구 계림동의 한 아파트단지 3개 동에서도 정전과 단수 피해가 발생했다.
주택·도로 침수, 차량 고립으로 인한 피해도 속출했다. 광주 동구 지산동에서는 지산유원지 인근 옹벽이 일부 무너져 건물 계단과 난간이 파손됐고 전남에서는 사면 붕괴나 침수 우려 등으로 인해 207세대 303명의 도민이 일시 대피했다.
전북에서는 벼와 논 등이 잠기면서 2028헥타르 규모의 농작물 피해도 발생했다. 전북 익산에서는 지난 29일 오후 일부 도로 및 창고가 물에 잠겼다.
29일 충북 단양군에서는 굴다리를 지나던 차량이 침수돼 멈춰 서기도 했다. 차량에 탑승 중이던 3명은 고립돼있다가 119구조대에 구조됐다. 같은 날 충남 서산시 지하차도에서도 물이 갑자기 불어나는 바람에 화물차에 갇혔던 운전자와 동승자가 구조됐다.
당국은 피해조사 및 피해복구 조치를 취하고 인명피해 우려지역 등에 통제 및 대피 안내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피해 신고 접수와 현장 확인, 조치 등이 이뤄지고 있어 앞으로 피해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강우량은 29~30일 오전 9시까지 영주(이산) 263㎜, 봉화(봉화읍) 163㎜, 문경(동로) 156.5㎜, 영양군(수비) 150㎜, 봉화(춘양면) 133.2㎜, 울진군(금강송) 112.5㎜에 이르렀다. 영주, 봉화(평지), 울진(평지), 경북 북동 산지에는 여전히 호우주의보가 발령 중이다.
기상청은 7월 1일 오전까지 사흘간 전남권·제주도는 100∼200㎜, 경남권은 50∼12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내일까지도 많은 비가 내리면서 피해가 우려된다"며 "긴장을 늦추지 말고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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