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쏟아지는 빗줄기…원인은 '대기의 강'?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3-07-17 17:44:25
  • -
  • +
  • 인쇄
지구온난화로 '대기의 강' 점점 더 확장
한반도와 일본 등 동아시아도 영향권
▲집중호우에 피해를 입은 주민 (사진=연합뉴스)

전국에 호우특보가 발효되고 최대 7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는 등 전례없는 '물폭탄' 장마의 원인으로 '대기의 강' 현상이 지목되고 있다.

17일 기상청과 중앙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전남북-충청-경북 지역 곳곳에 누적 강우량 500~600㎜를 기록하고, 곳곳에서 인명피해와 산사태, 침수 등 재산피해가 속출할 만큼 많은 비가 쏟아진 원인으로 '대기의 강' 현상이 꼽혔다.

대기의 강(Atmospheric river)은 대기중에 농축된 수증기가 하늘의 좁은 통로를 따라 마치 강물처럼 흐르는 현상으로 주로 미국과 서유럽 서쪽 해안지역에 상륙해 종종 대홍수를 일으킨다. 실제로 올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전역에 대기의 강으로 인한 잦은 폭우와 폭설로 산악마을이 눈에 묻히거나 홍수가 발생해 큰 피해를 입었다. 겨울철 누적강수량이 수영장 4300만개를 가득 채울 정도였다.

동아시아에는 여름철 북태평양 고기압의 북쪽 가장자리를 따라 대기의 강이 자주 출현하는데 6월에는 중국 동남부 지역과 일본 남쪽 해상에서 대기의 강 빈도가 높아졌다가 7월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을 따라 북쪽으로 확장해 한반도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친다.

여름철 강한 강수의 61%가 대기의 강 영향을 받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 2020년 54일이나 이어진 가장 긴 장마와 지난해 8월 강남을 침수시켰던 집중호우도 대기의 강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16일 오전 한반도 상공에 자리잡은 대기의 강 (영상=국가기상위성센터)

이번 한반도에 형성된 대기의 강은 차고 건조한 대륙성 고기압과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 사이에서 남서쪽에서 북동쪽으로 좁고 긴 띠가 만들어진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 5일간 충청권과 전라권, 경북북부 내륙을 중심으로 대기의 강이 형성돼 시간당 80~100㎜의 강한 비를 뿌렸고, 이번주 중반까지도 한반도 남부와 중부를 오르내리며 최대 200~300㎜의 비를 더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오전까지 충청권에는 100~200㎜ 더 내리고, 남해안 일대와 제주 산지에는 각각 400㎜, 500㎜ 이상의 장맛비가 예보됐다.

문제는 기후위기로 대기의 강이 점점 더 위협적으로 변한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일부 지역에서 약하게 나타나던 현상이 기후변화로 지구온도가 심해지면서 갈수록 세력이 커지고 피해지역도 광범위해지고 있다.

허창회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17일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지구 전체 기온이 높아지면서 대기중 수증기량이 증가할 수 있다"며 "더 많은 수증기가 대기의 강을 타고 움직이면서 훨씬 더 많은 양의 비나 눈을 뿌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에 내린 폭우로 총 40명이 숨지고 34명이 실종되는 등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앞으로 200~300mm의 강한 비가 더 쏟아질 것으로 전망돼 '대기의 강'으로 인한 피해는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박스피'에 속타는 기업들...축 처진 주가 살리기에 '안간힘'

주요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주식시장이 휘청거리며 맥을 못추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 배당성향 높이기 등 일제히 주주가치 제고를 통한

빙그레, 내년 5월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

빙그레가 22일 열린 이사회에서 2025년 5월에 지주회사 '빙그레홀딩스'와 사업회사 '빙그레'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의했다.분할 후 지주회사는 신규사업투

SPC그룹, 연말 맞아 임직원 물품기증 캠페인 진행

SPC그룹이 연말을 맞아 임직원들이 함께 물품을 기부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돕는 '기부, GIVE(기브)해' 캠페인을 진행했다.22일 서울 양재동 'SPC1945' 사

'부당대출' 눈감아준 조병규 우리은행장 결국 연임 실패

손태승 전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을 알고도 눈감아줬다는 의혹에 휩싸인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결국 연임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어난다. 22일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노들섬 설치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가 노들섬에 세워졌다.아모레퍼시픽재단은 '다시 보다, 희망의 빛 1332'라는 이름의 공병 트리를 만들어 노들섬

'플라스틱 제로' 선언해놓고...GS25 '초코바' 막대는 플라스틱

'플라스틱 제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던 GS25가 아이스크림 막대에 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해 빈축을 사고 있다.편의점 GS25는 지난 6월 20일 넷플릭스와 손

기후/환경

+

'최악 스모그'에 파묻힌 인도 뉴델리..."기후변화로 대기질 더 악화"

인도 뉴델리가 학교까지 문을 닫을 정도로 최악의 스모그가 덮친 원인은 기후변화에서 기인된 것으로 분석됐다.22일 인도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인

[COP29] 1조달러 확보 결국 실패?...기후재원 '텅빈' 합의문 초안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1조달러의 신규 기후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가 결국 실패로 돌아갈 전망이다. 폐막 하루전 나온 '신

아제르바이잔, COP29.com 도메인 뺏기고 뒤늦게 접속차단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고 있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의 공식 웹사이트 주소가 'COP29.com'이 아닌 'COP29.az'가 된 배경에는 환경

거목이 뿌리째 뽑혔다…'폭탄 사이클론' 美서북부 강타

미국 서북부 지역이 1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폭탄 사이클론'으로 쑥대밭이 됐다. 시속 163㎞에 달하는 초강풍에 거리 곳곳에서 나무들이 뿌리째 뽑히고

[COP29] 관광도 NDC 포함되나...'관광분야 기후행동 강화 선언' 출범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8.8%를 차지하는 관광산업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포함시켜 정부가 관리하도록 하는 국제 이니셔티브가 추진된다.20일(현

"AI기술로 기후변화 대응한다"…코이카, 유엔기후변화협약과 협약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리우협약, 파리기후변화협정 등의 합의를 이뤄낸 기후변화대응협의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협력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