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 닥치는 올여름 극한날씨 더 심해
5월 이후 북미지역 최고기온이 40℃를 훌쩍 넘어서는 폭염이 계속 이어지면서 3억4000만명에 달하는 미국 인구의 절반이 극심한 기후에 직면하게 됐고, 이로 인한 전력수요 급증으로 전력망 공급에도 차질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엘니뇨가 닥치면서 올여름에 폭염과 산불, 열대성 폭등 위험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보여, 기후변화가 전력 등 인프라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참여과학자연합(Union of Concerned Scientists, UCS)은 "미국 국립기상청(NWS) 데이터를 통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며 "수요일(22일) 기준으로 미국에서 51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극한기후에 노출되며, 이 중 약 3분의 1이 연방정부가 지정한 취약지역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또 NWS는 "이른바 '위험의 계절'이라고 부르는 5월~11월 사이가 큰 고비"라며 "점점 더 격렬해지는 폭풍과 폭염, 산불이 미국을 포위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라고 했다. 실제로 최근 며칠동안 미시시피 밸리 하류와 걸프 연안 중부주를 강타한 폭풍으로 전력선이 끊어지고 가옥이 붕괴되는 등 해당 지역은 초토화됐다.
텍사스주 오스틴은 21일(현지시간) 오후 체감온도가 48℃에 달하는 등 극심한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텍사스 중부의 애빌린도 42℃(체감 44℃)를 기록했고, 동부의 해리슨 카운티도 37℃(체감 49℃), 북부의 댈러스는 36℃(체감 44℃)를 기록하는 등 곳곳에서 예년보다 훨씬 높은 기온을 나타내면서 텍사스 전역에 폭염경보와 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텍사스의 이같은 폭염특보는 지난 15일부터 일주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약 2900만명이 거주해 미국에서 캘리포니아주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지역인 텍사스에서 폭염이 계속되면서 전력 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에 텍사스 전력망의 90%를 관리하는 텍사스전력위원회(Electric Reliability Council of Texas)는 지난 19일 전력 수요가 7만9304㎿로, 지난해 6월의 일일 최고기록인 7만6718㎿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텍사스의 일일 전력 수요 역대 최고 기록은 지난해 7월 20일의 8만148㎿였는데, 텍사스전력위원회는 오는 26일 전력 수요가 8만3277㎿에 도달하며 종전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측했다.
폭발적인 전력수요 증가로 정전이 우려되자 텍사스전력위원회는 전날 주민들에게 "안전한 상황이라면 오후 4∼8시에 자발적으로 전기 사용을 줄여달라"고 공지했다. 미국의 정전현황 집계사이트 파워아우티지(poweroutage.us)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텍사스의 2만3652가구가 정전된 상태다.
후안 데클레-바레토(Juan Declet-Barreto) UCS 기후취약성 사회과학자 선임연구원은 "올해 폭염경보의 약 10%는 기후위기와 연관된 명확한 '기후신호'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고온 추적단체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의 기후변화 지수에 따르면 텍사스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더위가 3배 더 심해졌다. 이에 많은 과학자들은 "기후위기가 더 강렬하고 장기적인 폭염, 폭풍, 가뭄, 홍수를 부추기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가 계속 이어지면 전력공급 부족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텍사스에서는 이미 정전사태가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북미전력신뢰성공사(North American Electric Reliability Corporation)는 "올여름 북미의 3분의 2 지역에서 전력공급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UCS 기후 및 에너지 프로그램 정책담당 레이첼 클리터스(Rachel Cleetus) 이사는 "이것은 기후변화가 우리 인프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또다른 신호"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여름은 꽤 더운 여름이 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은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폭풍과 홍수, 화재, 가뭄으로 인해 약 1650억달러의 피해가 발생했고, 이는 1980년 기록이 시작된 이래 역대 세번째로 피해가 큰 한해였다. 또 이로 인해 474명이 사망했다. 문제는 앞으로 폭염 등 극한기후로 인한 사망자가 더 늘어나며, 피해액도 더 커진다는 점이다.
USC의 바레토 연구원은 "이 작업을 수행하고 이를 설명하는 모든 목적은 사람들에게 기후변화가 이미 큰 문제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큰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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