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기상이변의 수가 10년전보다 5배 증가
홍수와 가뭄 등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상 재해의 원인이 기후위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주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Emilia-Romagna)의 일부 지역은 단 36시간만에 연평균 강우량의 절반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졌다. 이번 홍수로 수천 에이커의 농지가 물에 잠겼으며, 18일(현지시간)까지 약 2만명이 집을 잃었고 13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자연기구(WWF)이탈리아 지부는 "에밀리아로마냐 강둑을 따라 물을 흡수하는 숲과 초목을 제거한 것이 피해를 더 키웠다"며 "수년간 규제되지 않은 건축과 산업 규모의 농업이 가져온 결과"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같은 극한기후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지난해 9월에는 이탈리아 중부지역에서 발생한 돌발 홍수로 11명이 사망했으며, 스페인과 프랑스 남부의 농부들은 수년째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는 유럽 전역에서 전례없는 폭염이 발생했다.
기상학자들은 "유럽 전역에서 대기중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극한 기상 현상도 빈번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탈리아 환경지질학회(SIGEA)의 파올라 피노 다스토레(Paola Pino d’Astore) 박사는 "기후변화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으며 우리는 그 결과를 경험하고 있다"며 "기후변화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새로운 표준"이라고 말했다.
다스토레 박사는 "이탈리아와 같은 반도 국가는 특히 기후위기에 취약하다"며 "양쪽에 있는 바다가 급속히 온난화됨에 따라 극한 기후 현상이 더욱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반도 국가인 우리나라도 시사되는 대목이다.
실제 지난해 8월 이탈리아 시칠리아 남부섬 시라쿠사(Syracuse)의 최고 온도는 48.8℃를 기록한 바 있다. 이는 유럽에서 측정된 기온 중 가장 높은 기온이다. 지난 10년간 이탈리아의 평균 기온은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2.1℃ 높은 수치다.
현지 기후운동가들은 "지금까지 기후위기 최전선은 남쪽에 있었기 때문에 기후위기에 가장 책임이 적은 사람들이 최악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말이 자주 나왔다"며 "하지만 이제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조만간 다른 유럽 국가들도 극한 기후의 공격에 직면할 것이다"고 우려했다.
가장 먼저 큰 타격을 입는 부분은 농업이다. 현지 농민단체 콜드리레띠(Coldiretti)에 의하면 이탈리아에서 토네이도, 거대한 우박, 낙뢰 등 지난 여름에 기록된 기상이변의 수가 10년 전에 기록된 수보다 5배 많다. 콜드리레띠는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작물 수확량이 최대 45%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도 황급히 개입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이탈리아 환경부는 최초의 기후 적응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현지 환경단체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WWF 이탈리아 지부는 "비상사태에 대처하는 방법을 넘어 일상적인 계획의 영향을 고려하는 기후변화 적응 정책이 점점 더 시급해지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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