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지에 뿌리면 비료효과로 수확량 증가
그린란드 만년설과 빙하 아래에서 풍화된 암석가루가 온실가스를 흡수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University of Copenhagen) 연구팀은 빙하 아래 탄산염 암석이 풍화작용으로 분해되면 공기중 이산화탄소(CO₂)가 달라붙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암석가루 1톤당 259kg의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덴마크의 모든 농지에 이 암석가루를 뿌릴 경우 27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덴마크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맞먹는 양이다.
연구진은 "이 과정을 자연적·인공적으로 촉진하는 것이 '암석 풍화촉진'(ERW·Enhanced Rock Weathering)"라며 "이는 대기에 있는 수십억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탄소포집과 관련해 암석 풍화촉진(ERW) 기술이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현무암이나 감람석 등 흔히 발견되는 규산염암을 이용해 탄소를 포집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영국의 언두(UNDO)라는 스타트업은 이 기술로 960만파운드(약 159억원)를 투자유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존 현무함 ERW는 인공적으로 암석을 채취해 분쇄하기 때문에 광산에서 나오는 공업부산물로 인해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비해 그린란드 암석가루는 자연에서 바로 가져다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환경오염 우려가 없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공동저자인 코펜하겐대학의 크리스티아나 디첸(Christiana Dietzen) 박사는 "다른 암석과 달리 빙하 암석가루는 가공이 필요없다"며 "그린란드의 추운 환경에서 암석은 매우 느리게 풍화하지만 따뜻한 환경에서는 빨리 풍화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그린란드의 거대한 빙상은 연간 10억톤의 암석가루를 생산한다"며 "암석가루의 잠재적 공급이 본질적으로 무한하기 때문에 일부를 제거해도 지역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진은 "ERW가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주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논문의 주저자인 코펜하겐대학 미니크 로징(Minik Rosing) 교수는 "전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한다면 매우 간단해야 한다"며 "최신 기술이 적용된 첨단 기구를 모두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단순할수록 좋으며 돌가루보다 더 단순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그린란드 암석가루는 비료 역할까지 하기 때문에 농업생산량도 늘릴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덴마크에 암석가루를 뿌린 후 옥수수와 감자 수확량이 각각 24%와 19% 증가했다. 디첸 박사는 "가나처럼 비옥도가 낮은 토양에서도 옥수수 수확량이 훨씬 증가했다"며 "가나 등의 국가에게 암석가루를 수출할 수도 있지만 운송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고려했을 때 기술이전이 적합할 것"이라고 했다.
과학자들은 "기존의 현무암 ERW와 그린란드 암석가루는 일장일단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셰필드대학교(University of Sheffield)의 데이비드 비어링(David Beerling) 교수는 "현무암의 화학성분은 빙하 암석가루보다 이산화탄소를 더 빨리 흡수하고, 작물 수확량을 더 많이 늘릴 수 있으며, 농경지 근처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그린란드 암석가루는 현무암보다 훨씬 미세하기 때문에 풍화에 더 많은 표면적을 노출시켜 빠른 탄소포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따라서 그린란드 암석가루 또한 기후위기에 싸우는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징 교수도 "꼭 하나만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두 방법 모두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내 고향인 그린란드는 빙하가 빠르게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뉴스에 자주 나온다"며 "그린란드가 단순히 문제의 증상에 그치지 않고 기후위기 해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온실가스제어((International Journal of Greenhouse Gas Control)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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