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이용해 탄소포집한다고?...MS가 낙점한 '이 기술'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5-22 17:34:58
  • -
  • +
  • 인쇄
암석 풍화할 때 '탄산염'으로 포집되는 CO2
분쇄해 기간 단축...비료로 써 확장성 극대화
▲'암석 풍화촉진'(ERW) 기술을 통한 탄소포집에 쓰이는 현무암 가루 (사진=언두)


암석이 풍화할 때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점에 착안해 인위적으로 풍화작용을 촉진시켜 빠르게 탄소포집 효과를 내는 기술이 눈길을 끌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탄소포집기술 스타트업 언두(UNDO)는 기후벤처투자사 로워카본캐피털과 AENU로부터 960만파운드(약 158억원) 규모 신규투자를 유치했다. 인간이 환경에 끼친 영향을 '무른다'(Undo)는 뜻을 이름에 담은 이 업체는 '암석 풍화촉진'(ERW·Enhanced Rock Weathering)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ERW는 수십만년에 걸친 암석의 풍화작용을 수십년 단위로 앞당기는 기술이다. 현무암이나 감람석 등 지표면에서 흔히 발견되는 규산염암은 비가 내리면 빗물이 머금고 있는 이산화탄소와 작용해 풍화한다. 이때 이산화탄소는 '탄산염' 형태로 암석에 포집된다. ERW는 절벽 주변이나 광산에 널부러진 암석 조각이나 철강 부산물들을 모아 가루로 빻고, 빗물과 접촉하는 면적을 늘려 지상에 넓게 펴발라 이산화탄소가 더 빠른 속도로 '탄산염' 형태로 포집될 수 있도록 풍화를 촉진한다.

언두는 ERW가 농가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효율을 극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규산염암은 마그네슘, 칼슘, 카륨, 인 등 풍부한 무기질을 함유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식물 뿌리와 토양 미생물과 직접 접촉하면서 더 빨리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게 되고, 토양 산도를 적절하게 유지할 수 있다. 비료 역할을 보조하기 때문에 농작물 수확량을 늘리거나 축산업용 목초지에도 쓰일 수 있다.

▲언두의 ERW 기술 소개 도표. 돌멩이를 분쇄해 목초지에 뿌리면 빗물과 작용해 이산화탄소가 '탄산염'을 비롯한 각종 무기질로 땅속에 포집되게 된다. (자료=언두)


지난 4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언두를 첫 ERW 공급사로 낙점했다. 언두는 이 협약을 통해 영국에만 2만5000톤의 현무암을 농지에 뿌려 향후 20년간 이산화탄소 5000톤을 포집한다는 계획이다. 언두에 따르면 전세계가 ERW 도입에 나설 경우 해마다 40억톤의 탄소포집이 가능하다. 언두는 2030년 누적 탄소포집량 10억톤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50년 탄소포집 처리량 목표를 100억톤으로 정해 놓고 있다. 앞으로 배출될 탄소저감만으로 부족해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대기중으로부터 끌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나무를 심으려 해도 대규모 부지를 마련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고, 썩거나 불타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직접공기포집(DAC) 기술은 비용과 에너지효율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아 아직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확장성을 갖춘 ERW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 ERW의 원료가 광산에서 나오는 공업부산물을 포함하는 만큼 독성 오염물질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우선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언두 최고사업책임자(CCO) 라이언 킹은 "브라질은 100년 이상 현무암을 분쇄해 농지에 비료로 공급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부작용이 밝혀진 사례는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옥스포드대학교의 탄소포집 전문가 스티브 스미스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언두의 ERW에 대해 "전체적으로 봤을 때 충분히 화학적으로 가능한 이야기"라면서도 "다만 실제 포집량과 포집된 탄소가 궁극적으로 어디로 가는 지에 대해 밝혀내 측정 방식을 표준화하는 게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언두는 MS와의 계약분인 현무암 2만5000톤을 시작으로 실제 의도한 대로 탄소포집 효과가 나타나는 지 검증할 계획이다. MS도 검증 사업에 참여해 감사를 진행한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 활성화 대책 하반기 발표"

정부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을 활성화하는 대책을 하반기 발표하겠다고 밝혔다.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탄소크레딧 유

화석연료 보험 늘리는 국내 손보사들...기후위험 대응력 높이려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화석연료 배제를 선언하고 있지만 국내 석탄 보험은 1년 사이에 82%가 늘어날 정도로 기후위기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이승준

네이버·국립생태원, 생물다양성 보호 나선다

네이버와 국립생태원이 13일 생물다양성 대응 및 생태계 보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네이버 본사에서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네이버와 국립생태

"이게 정말 세상을 바꿀까?"...주춤하는 'ESG 투자'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 기류가 거세진 가운데, 각 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ESG 투자의 실효성 문제가 거론되고

SK이노베이션, MSCI ESG평가서 최고등급 'AAA' 획득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최고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ESG 평가기

산재사망 OECD평균으로 줄인다...공시제와 작업중지권 확대 추진

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 공시제, 작업중지권 확대 등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앞두고 있

기후/환경

+

'루돌프' 못보는 거야?...세기말 온난화로 80% 줄어든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북유럽과 북극 등에 서식하는 야생 순록 개체수가 지난 수십 년간 3분의 2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로 간다면 세기말

신라때 만든 저수지 인근 공장화재로 유해물질 '범벅'...물고기 떼죽음

신라 시기에 만들어진 국보급 저수지가 인근 화장품 공장 화재로 발생한 유해물질에 의해 오염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14일 연합뉴스에 따르

"현 2035 NDC는 위헌"...국가온실가스 결정절차 가처분 신청

정부의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결정절차에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와 기후위기 헌법소원

에어로졸의 반전...지구 식히는줄 알았더니 온난화 부추겨

햇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냉각효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한다고 알려진 에어로졸이 오히려 온난화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광

[연휴날씨] 폭우 끝 폭염 시작…낮에는 '찜통' 밤에는 '열대야'

물벼락을 맞았던 서울과 수도권은 광복절인 15일부터 또다시 불볕더위가 찾아온다. 폭우 끝에 폭염이 시작되는 것이다. 광복절을 시작으로 이번 연휴

잠기고 끊기고 무너지고...수도권 200㎜ 물폭탄에 곳곳 '물난리'

7월 경남과 광주를 할퀴었던 집중호우가 이번에는 수도권 일대를 강타하면서 많은 피해를 낳았다.13일 서울과 수도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집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