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감소뿐 아니라 해양순환도 온도변화에 영향
전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현상인 '엘니뇨'나 '라니냐'를 좌우하는 적도지역 태평양 수온변화 원인이 극지방의 해빙감소 외에도 해양순환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극지방 해빙감소와 해양순환은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이산화탄소 증가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니냐'는 동태평양 적도지역 바닷물이 평상시보다 낮아지는 현상으로, 이 시기에는 지구온도가 전반적으로 낮아진다. 반대로 동태평양 적도지역 바닷물이 평상시보다 올라가는 '엘니뇨' 현상이 나타나면 지구온도는 올라간다. 엘니뇨가 시작되면 폭염과 가뭄이 극심해진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과학과 강사라 교수와 포항공대,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코넬대, 듀크대 공동 연구팀은 이산화탄소 증가가에 따라 태평양 수온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 분석과정에서 태평양 수온구조가 고위도(극지방)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지금까지 여러 연구에서 태평양 수온구조 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기작들이 제시됐고, 실례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고위도 해빙 감소는 열대 동태평양 수온을 더 상승시킨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 그러나 실제 지구에서는 해빙 감소 외에도 해양순환의 변화, 온실효과 등 다양한 요소의 작용으로 태평양 수온구조 변화가 일어나지만, 이에 대한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에 강사라 교수팀은 열대 태평양 수온구조 변화에 대한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지구의 기후를 재현하는 기후시스템모델을 활용했다. 먼저 이산화탄소 증가에 따른 지구의 기후변화를 모의한 후, 해빙 면적 감소 및 해양순환의 변화 등 태평양 수온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요소들을 개별적으로 파악했다.
이를 기후모형에 각각 적용해 기후변화 요소가 태평양 수온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구분했다. 그 결과, 태평양 수온구조는 열대 해양의 지역적인 변화만큼이나 고위도의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북극과 남극의 해빙 감소는 열대 동태평양의 수온상승을 초래하는 반면, 남극의 해양순환은 열대 동태평양의 수온을 차갑게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논문의 제1저자인 강사라 교수는 "열대 태평양의 기후변화가 남극해의 해양순환이나 해빙 감소와 같은 고위도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기후변화 대응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복잡한 기후시스템의 반응을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실험방법을 제시했으며 태평양 외에도 지역적인 기후시스템 반응을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데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또다른 이유는 현재 기후모델이 관측되는 태평양 수온구조를 모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는 전 지구에 상대적으로 균등하게 증가하지만, 지난 반세기동안 동태평양의 온도는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서태평양의 온도는 올라갔다. 하지만 기존 기후모형은 동서의 수온편차를 균등하게 모의하고 있다. 열대 태평양의 수온구조가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따른 지구의 평균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태평양 수온구조의 실제 관측과 모델의 정보 편차는 기후전망의 신뢰성을 훼손 가능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공동교신저자로 참여한 포스텍 신예철 연구원은 "기후변화는 현재 진행중이고 태평양의 수온구조와 고위도 기후는 지금도 상호작용하고 있을 것이다"며 "이번 연구는 남극해로 유입되는 담수 변화와 같이 모형에 반영되지 못한 남극 기후변화의 요인들이 관측과 모형의 수온구조 편차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 5월 11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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