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 가하면 분자 구조 느슨해져 배출
많은 사람들이 에어프라이어 바닥에 깔아서 사용하는 '종이 호일'이 고열을 가하면 미세플라스틱이 배출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10여년 전 '알루미늄 호일'의 유해성이 지적되기 시작하면서 '종이 호일'은 이를 대체할 제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천연펄프로 만들어져 훨씬 친환경적이고 종이니까 유해물질 걱정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종이 호일'은 친환경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고 있다.
'종이 호일'은 양면에 내열성·내수성 강화를 위해 실리콘과 같은 폴리실록세인(Polysiloxane)이라는 고분자물질(플라스틱)이 코딩돼 있다. 이 성분은 인체에 무해하다고 알려진 데다 염분과 산성에 강해 식료품을 포장할 때 안전하다. 그러나 고열을 가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폴리실록세인은 열을 가하면 분자구조가 느슨해지면서 미세플라스틱으로 방출된다. 이렇게 방출된 미세플라스틱은 고열로 데우는 음식의 표면에 달라붙게 된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유기화학 연구소 위르겐 H.그로스 교수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종이 호일을 조리에 사용한 후 식품의 접촉 표면을 분석한 결과, 폴리실록세인 중합체가 검출됐다.
상명대 화학에너지공학과 강상욱 교수는 6일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종이 호일을) 100℃ 전후의 온도에서 한두번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안되지만 200℃ 이상의 고온에서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품마다 다르지만 보통 종이 호일의 내열 온도는 220~240℃로 표기돼 있는데 이는 본격적으로 분해되기 시작하는 지점"이라며 "이보다 낮은 160℃ 정도의 열로도 분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종이 호일은 천연펄프를 사용했기 때문에 친환경인증제품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리콘 성분이 코팅된 종이 호일은 코팅지로 만들어진 종이컵, 영수증, 종이 봉투와 마찬가지로 종이로 분리배출할 수 없고 일반쓰레기로 버려져 소각하거나 매립되기 때문에 '친환경' 제품이라고 보기 어렵다.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들 상당수가 고열에서 음식을 조리할 때 종이 호일을 널리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등어나 삼겹살 등 기름이 많이 나오는 재료를 조리할 때 뒷처리를 깔끔하게 하기 위해 종이 호일을 사용하기도 하고, 에어프라이어의 경우엔 전용 종이 호일이 나오기도 한다.
가스레인지 불의 온도는 평균 1000℃여서 프라이팬 표면 온도는 최소 200℃에 달하는데 여기에 종이 호일을 놓고 고기를 구우면 미세플라스틱이 음식에 묻어날 수밖에 없다. 에어프라이어 역시 평균 180℃ 이상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현재 종이 호일에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 유해성은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어 '유해물질 검출 위험'이 있다고 단언하긴 힘들다. 하지만 강 교수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을 뿐 무해하다고 볼 수 없다"며 "최근에는 스티로폼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의 유해성을 밝힌 연구도 나오고 있어 종이 호일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 역시 조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종이 호일은 말그대로 내열성이 있을 뿐 난연성 소재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 열을 가해 사용하면 화재 위험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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