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만 해도 오염물질 노출…규제 필요"
도로·교통 부문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절반 이상이 배기가스가 아닌 '타이어 마모'인 것으로 나타나 대기오염과 건강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2일(현지시간) 영국 통계청은 1970~2021년 연간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발생량 수치를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도로·교통 부문은 미세먼지의 12%, 초미세먼지의 13%를 발생시키면서 가장 큰 오염원으로 지목됐다.
도로·교통 부문 내 대기오염 물질 발생원 1위는 52%를 차지한 '타이어 마모'였다. 이어 노면표시에 쓰인 페인트와 도로 자체의 마멸이 24%로 뒤를 이었다. 승용차 배기가스는 15%, 화물 및 대형 수송차량 배기가스는 10%에 불과했다. 영국 통계청은 강력한 정부 규제 덕에 1996년부터 배기가스 배출량이 줄었고, 따라서 상대적으로 타이어 마모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배기가스가 줄었다고 안심할 수 없다는 게 과학자들의 입장이다. 영국 내에서 해마다 2만6000~3만8000명이 조기 사망하는데, 여러 요인 가운데 미세먼지도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UCL) 연구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매년 600만톤의 타이어 마모 입자가 발생한다. 이 조각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더 작은 경우 대기중에 떠올라 사람들의 폐속으로 흡입되고, 더 큰 경우 빗물을 타고 하수도로 흘러들어가 바다와 하천을 오염시키는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타이어 마모로 발생한 미세 입자들은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벤조티아졸, 납이나 아연 따위의 중금속 등이 포함돼 있다. 모두 내분비계 교란, 대사질환, 발암 등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독성 화학물질이다.
이에 대해 UCL 기계공학과 탄젱추 박사는 "배기가스에 가려져 타이어 마모에 대한 위해성은 평가절하돼 있다"면서 "모든 차량을 배기가스 배출이 없도록 전동화한다고 해도 계속해서 차량으로 인한 오염물질들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UCL 연구팀에 따르면 현대에 들어 자동차들의 효율이 향상되면서 배기가스로 발생하는 미세먼지보다 타이어 마모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최대 2000배 많은 사례까지 확인됐다. UCL 국립심폐연구소 테리 테틀리 교수는 "타이어 마모로 인한 건강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면서 "단순히 보도로 이동하기만 해도 타이어로 인한 오염물질에 노출되기 때문에 이같은 입자들에 대한 영향을 이해하는 게 필수적"이라며 타이어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에 대해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타이어 마모와 균열을 막기위해 첨가되는 고무 산화방지제 '6PPD-퀴논'이 연어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해당 물질의 사용 금지 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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