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거리 '굴껍데기'의 변신...탄소 99% 줄이면서 수입대체 효과도 기대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3-06 09:57:02
  • -
  • +
  • 인쇄
PMI바이오텍, 굴껍데기로 '고순도 탄산칼슘' 생산
용액공정으로 불순물 제거..."글로벌 시장 노린다"
▲굴 껍데기로 순도 99.5%의 탄산칼슘을 생산하는 PMI바이오텍의 박정규 대표 ©newstree

"여름철 통영 거제쪽 해안가 안 가보셨죠? 굴 썩는 냄새가 어마어마합니다."

우리나라 굴 껍데기 발생량은 연간 30만톤에 달한다. 굴 껍데기는 강력한 플라스틱 코팅사(絲)로 칭칭 감겨있다. 떼어내기 어렵다고 그대로 바닷속에 투기하는 바람에 해양·미세플라스틱 오염원으로 국제적인 지탄을 받고 있다. 건져서 쌓아두자니 악취가 난다.

그렇다고 태워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코팅사에 첨가된 가소재는 발암물질 2군으로 분류된 휘발성 유기물질(VOC)이다. 게다가 소각하면 굴 껍데기 1톤당 400kg가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만 해마다 20만톤의 굴 껍데기가 소성로에서 1000℃ 이상의 열로 태워지고 있다.

이처럼 처치곤란한 굴 껍데기를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자원으로 탈바꿈시키는 곳이 있다. 바로 PMI바이오텍이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의 박정규 대표는 "굴 껍데기는 92%가 탄산칼슘으로 이뤄져있다"면서 "태우면 부산물로 탄산칼슘이 남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수 있지만 소금기나 모래 등 불순물이 섞여있어 순도가 매우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순도가 낮은 탄산칼슘은 쓰임새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PMI바이오텍은 굴 껍데기를 태우지 않고 녹이는 방식을 택했다. 굴 껍데기를 '용액공정'으로 탄산칼슘을 추출하는 기업은 PMI바이오텍이 세계에서 유일하다.

박 대표는 "굴 껍데기를 녹이면 소금기 등 불순물을 쉽게 걸러낼 수 있기 때문에 고순도 탄산칼슘을 얻을 수 있다"면서 "처리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 산업과 연계하면 수익성도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골칫덩이가 된 굴 껍데기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PMI바이오텍이 굴 껍데기를 녹이는 용액공정 원리는 간단하다. 묽은 염산으로 굴 껍데기를 녹이면 칼슘이 이온 상태로 바뀐다. 어디든 통과할 수 있는 칼슘은 필터를 통과하게 된다. 굴 껍데기에 달라붙어 있는 모래가루, 뻘, 철가루 등의 불순물은 필터에 걸러진다. 이 찌꺼기는 위탁업체에 맡겨 절차에 맞게 처리한다.

굴 껍데기를 녹이면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포집해 정제작업을 거친 칼슘과 반응시킨다. 이렇게 하면 순도 99.5%의 '시약급' 탄산칼슘이 만들어진다. 순도 97.5%인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BASF)의 탄산칼슘 제품보다 순도가 더 높다. 바스프는 암석을 소성로에서 태워 탄산칼슘을 추출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만, PMI바이오텍은 이산화탄소를 99% 저감할 수 있다. 1kg당 단가도 바스프의 70% 수준으로 저렴하다.

▲용액공정을 거쳐 제조된 구연산칼슘(왼쪽)과 탄산칼슘 정제시설 (사진=PMI바이오텍)


순도가 높은 탄산칼슘은 활용처가 매우 많다. 제지를 만들 때 탄산칼슘은 종이 속의 빈틈을 채우는 '충전재'로 쓰인다. 종이의 원료인 펄프를 줄이기 위해 탄산칼슘 충전재가 약 40%가량 사용되고 있다. 이밖에도 두부나 우유 등에 식품첨가물로도 활용되고, 건강기능식품이나 세제, 사료, 친환경 비료 등의 원재료로도 사용될 수 있다.

실제로 고순도 탄산칼슘을 구연산과 결합시킨 구연산칼슘 시장만 놓고 보더라도 2017년부터 26% 성장해 2023년 시장규모가 8억7230만달러(약 1조14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 업체들과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국내 탄산칼슘 시장규모는 781억원에 이르지만, 98% 이상 고순도 탄산칼슘은 전량 수입하는 실정이다.

현재 PMI바이오텍은 거제에 굴 껍데기로 300톤 규모의 탄산칼슘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박 대표는 "2027년에 거제에서 배출하는 굴 껍데기 5만톤 전량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시설을 확장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미국, 일본, 호주, 중국 등 전세계적으로 굴 양식 규모가 커지고 있어 굴 껍데기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만 해도 굴 생산량이 500만톤을 넘어선 상황이다. 박 대표는 "수산부산물 자원가치가 어마어마하고, 해양환경을 지키는 일이 갈수록 중요시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가기보다 PMI바이오텍과 같은 시도를 통해 충분히 환경보전, 재활용, 온실가스 저감 부문에서 세계적으로 앞서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사업이 안정화되면 어업부산물 쓰레기 문제와 자원순환을 위한 지원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체계적으로 지자체와 협업해 실리콘밸리와 같은 세계적인 친환경 단지를 만들어 지역균형 발전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부 '위약금 면제' 수용한 SKT..."정보보호에 7000억 투자" 결정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로 번호이동한 가입자에 대해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SKT는 침해사고 발생전인 4월 18일 기

우리은행 'G.우.주 프로젝트' 시행...경기도 보호아동 위해 6억 지원

우리은행이 'G.우.주 프로젝트'를 통해 보호아동을 위해 4년간 매년 1억5000만원을 지원한다.우리은행은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

이재명 정부의 ESG 정책과 기업의 대응전략은...KEMI, 17일 세미나

한국ESG경영개발원(KEMI)이 오는 17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파인홀에서 '이재명 정부의 ESG 정책과 기업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ESG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3일

방시혁 하이브 의장 서울대 문화관 재건축에 50억 기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모교인 서울대학교에 기부한 50억원이 서울대 문화관 재건축에 사용된다.서울대는 3일 오후 6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 문화관 중강

KCC '2025 ESG 보고서' 발간...온실가스 '스코프3'까지 확장

KCC가 ESG경영 성과와 지속가능 전략을 담은 '2025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했다고 3일 밝혔다.올해 11번째로 발간되는 이번 보고서는 지속가능경영보고

"중대재해는 기업 ESG평가의 핵심리스크...등급 차감요소로 작용"

'중대재해'가 기업의 가치와 ESG 평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ESG 평가 및 투자자문기관 서스틴베스트가 3일 발간한 '중대재해

기후/환경

+

바닐라·유제품 생산량도 감소?...기후변화로 생산량 감소세

바닐라와 유제품 등 전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식품과 향신료가 기후변화에 의해 생산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샬럿 와테인

美 캘리포니아 반년만에 또 '대형산불'...폭염과 강풍에 불길 확산

올 1월 로스앤젤레스(LA) 대형산불로 몸살을 앓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또다시 대형산불이 발생했다.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산림소방국(Cal Fire)에

"더이상 못 참겠다"…환경부, 계양산 러브버그 직접 방제

인천 계양산에 떼로 나타났던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로 인해 주민들의 불편이 커지자, 환경부가 결국 직접 방제에 나섰다.최근 계양산 정상을

때이른 폭염에 '가장 더운 6월'...1년만에 평균기온 또 갈아치웠다

올 6월 우리나라 전국 평균기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역대 가장 더웠던 6월'로 기록됐다.4일 기상청이 발표한 2025년 6월 기후특성에 따르면 6월 전

'불지옥'으로 변한 유럽...독일과 그리스 산불 계속 확산

역대급 폭염이 덮친 유럽에서 유럽으로 인한 산불이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가득이나 뜨거운 대기를 더 뜨겁게 달구고 있다. 3일(현지시간) dpa통신 등에

[주말날씨] 낮 최고 36℃ '찜통더위'...밤에도 28℃ '열대야'

이번 주말도 낮밤을 가리지 않고 찜통더위가 이어지겠다. 중부지방은 대체로 흐리고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가끔 구름많겠다.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