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멈춘 순환...표층수 CO₂ 포화
'탄소저장고' 역할을 하는 바다가 지구온난화로 이산화탄소(CO₂) 흡수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지구온난화는 더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텍사스오스틴대학교 지구물리학연구소 치카모토 메구미 박사연구팀은 기후 시뮬레이션을 통해 바다의 CO₂ 흡수능력이 2100년에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떨어지다가, 2300년에 그 기능이 절반으로 뚝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바다는 현재 인간이 배출하는 CO₂의 3분의 1가량을 흡수하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바다는 바닷물의 염기성 정도가 높을수록 더 많은 CO₂를 흡수할 수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바다의 표면이 따뜻한 담수로 뒤덮이면서 심층에 있는 염기성 해수와 섞이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서 바다 표층수는 CO₂가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해류의 유속이 느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해양순환은 밀도 차이로 발생한다. 북극 주변의 차갑고 염분이 높은 바닷물이 심층수가 돼 남쪽으로 내려보내지면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중위도 열대지방에서 염도가 낮고 따뜻한 바닷물이 표층수가 돼 북쪽으로 향하면서 바다가 순환된다. 이처럼 열을 분산시킴으로써 전세계 기후가 조절된다.
하지만 기온상승으로 해수의 온도가 들쑥날쑥해졌고, 바닷물의 흐름이 안정성을 잃고 있다. 또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대규모 담수가 바다로 유입됐다. 묽어진 염분농도는 해수의 밀도에 영향을 줘 불안정성을 더한다.
이렇게 되면 표층수는 심층수와의 순환이 약해져 바닷물의 CO₂ 흡수를 가로막는 장벽처럼 작용한다. CO₂ 포화도가 높아질수록 염기성 정도가 정도가 낮아지면서 흡수용량도 줄어들게 된다.
결국 바다의 CO₂ 흡수력 저하는 대기중 온실가스를 더 많이 남겨 지구온난화를 가속하고, 이는 다시 바다의 CO₂ 흡수력을 더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전까지 진행된 기후 시뮬레이션에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바다의 CO₂ 흡수력이 떨어진다는 점은 보여줬지만 바닷물의 염기성 정도를 변수로 고려하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이같은 결과에 대해 "지구온난화로 변화한 기후시스템이 스스로 돌아오지 못하게 되는 여러 '임계점'(티핑포인트) 가운데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연구팀은 CO₂ 배출이 최악에 이르는 상황을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지구촌에서 진행되는 온실가스 배출 저감 노력을 고려하면 실제 이런 지경에 이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치카모토 박사는 "(가능성은 작지만) CO₂ 배출이 금세기는 물론 다음 세기와 그 이후에 바다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이해하기 위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할 필요가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콜로라도대학의 페드로 디네지오 부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지구가 바다를 비롯한 기후 관련 각종 임계점을 넘지 않도록 CO₂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점을 강력히 상기해 주는 것"이라면서 "이것이든 빙상의 붕괴든 인류의 미래에 어떤 비용을 치러서라도 피해야 하는 서로 연결된 일련의 위기가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논문 공동저자로 2021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 작성에 참여하기도 한 콜로라도대학의 니키 로벤두스키 교수는 "이번 논문은 기후변화 문제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것에 의해 악화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가 밝혀낸 기후변화에 반응하는 대양의 메커니즘은 탄소순환과 과거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미래 문제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돕는 새로운 연구 분야를 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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