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가 바닷물 흐름도 바꿨다...바다의 CO₂ 흡수량 '뚝뚝'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3-03 17:06:33
  • -
  • +
  • 인쇄
'염기도' 높은 심층수가 흡수용량 높아
온난화로 멈춘 순환...표층수 CO₂ 포화


'탄소저장고' 역할을 하는 바다가 지구온난화로 이산화탄소(CO₂) 흡수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지구온난화는 더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텍사스오스틴대학교 지구물리학연구소 치카모토 메구미 박사연구팀은 기후 시뮬레이션을 통해 바다의 CO₂ 흡수능력이 2100년에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떨어지다가, 2300년에 그 기능이 절반으로 뚝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바다는 현재 인간이 배출하는 CO₂의 3분의 1가량을 흡수하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바다는 바닷물의 염기성 정도가 높을수록 더 많은 CO₂를 흡수할 수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바다의 표면이 따뜻한 담수로 뒤덮이면서 심층에 있는 염기성 해수와 섞이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서 바다 표층수는 CO₂가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해류의 유속이 느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해양순환은 밀도 차이로 발생한다. 북극 주변의 차갑고 염분이 높은 바닷물이 심층수가 돼 남쪽으로 내려보내지면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중위도 열대지방에서 염도가 낮고 따뜻한 바닷물이 표층수가 돼 북쪽으로 향하면서 바다가 순환된다. 이처럼 열을 분산시킴으로써 전세계 기후가 조절된다.

하지만 기온상승으로 해수의 온도가 들쑥날쑥해졌고, 바닷물의 흐름이 안정성을 잃고 있다. 또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대규모 담수가 바다로 유입됐다. 묽어진 염분농도는 해수의 밀도에 영향을 줘 불안정성을 더한다.

이렇게 되면 표층수는 심층수와의 순환이 약해져 바닷물의 CO₂ 흡수를 가로막는 장벽처럼 작용한다. CO₂ 포화도가 높아질수록 염기성 정도가 정도가 낮아지면서 흡수용량도 줄어들게 된다.

결국 바다의 CO₂ 흡수력 저하는 대기중 온실가스를 더 많이 남겨 지구온난화를 가속하고, 이는 다시 바다의 CO₂ 흡수력을 더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전까지 진행된 기후 시뮬레이션에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바다의 CO₂ 흡수력이 떨어진다는 점은 보여줬지만 바닷물의 염기성 정도를 변수로 고려하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이같은 결과에 대해 "지구온난화로 변화한 기후시스템이 스스로 돌아오지 못하게 되는 여러 '임계점'(티핑포인트) 가운데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연구팀은 CO₂ 배출이 최악에 이르는 상황을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지구촌에서 진행되는 온실가스 배출 저감 노력을 고려하면 실제 이런 지경에 이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치카모토 박사는 "(가능성은 작지만) CO₂ 배출이 금세기는 물론 다음 세기와 그 이후에 바다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이해하기 위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할 필요가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콜로라도대학의 페드로 디네지오 부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지구가 바다를 비롯한 기후 관련 각종 임계점을 넘지 않도록 CO₂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점을 강력히 상기해 주는 것"이라면서 "이것이든 빙상의 붕괴든 인류의 미래에 어떤 비용을 치러서라도 피해야 하는 서로 연결된 일련의 위기가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논문 공동저자로 2021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 작성에 참여하기도 한 콜로라도대학의 니키 로벤두스키 교수는 "이번 논문은 기후변화 문제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것에 의해 악화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가 밝혀낸 기후변화에 반응하는 대양의 메커니즘은 탄소순환과 과거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미래 문제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돕는 새로운 연구 분야를 열 것"이라고 덧붙였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美투자 압박하면서 취업비자는 '외면'..."해결책 없으면 상황 반복"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의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 체포·구금 사태는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미

기후/환경

+

해양온난화 지속되면..."2100년쯤 플랑크톤 절반으로 감소"

해양온난화가 지속되면 2100년쯤 바다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하는 역할을 하는 남조류 '프로클로로코쿠스'(Prochlorococcus)의 양이 절반

곧 물 바닥나는데 도암댐 물공급 주저하는 강릉시...왜?

강릉시가 최악의 가뭄으로 물이 바닥날 지경에 놓였는데도 3000만톤의 물을 담고 있는 평창의 도암댐 사용을 주저하는 까닭은 무엇일까.9일 강릉 오봉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낙뢰로 인한 산불 증가"...기후위기의 연쇄작용 경고

기후위기가 낙뢰로 인한 산불을 더욱 빈번하게 발생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머세드 캠퍼스 시에라 네바다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