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장인' 박봉재 "내가 43년째 소파 만드는 이유는..."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2-12-27 09:30:02
  • -
  • +
  • 인쇄
'봄소와' 소파 제작파트 최고책임자
"내년에도 패브릭 소파 대세 이어갈 것"
▲43년째 소파만 만들고 있는 '소파 장인' 박봉재 봄소와 전무

"소파를 만들기 시작한지 43년 됐지만 아직도 연구하고 배우고 있다."

국내 '소파 장인' 박봉재 봄소와 전무의 말이다. 한평생 소파 만들기에 몰두했으면 이제 질릴 법도 하지만 그는 아직도 소파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전남 신안에서 상경했을 때가 17살 때"라며 "당시 서울 금호동에 있는 소파공장에 취직하면서 소파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파 공장에서의 근무는 그닥 녹록치 않았다. 박봉재 장인은 "선배들에게 욕은 기본이고 맞으면서 어깨 넘어로 소파 만드는 것을 배웠다"면서 "11년쯤 되니까 내 손으로 소파 하나를 완성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게 되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40여년 전만 해도 소파는 부의 상징이었다. 소파 가격이 워낙 비싸다보니 돈푼깨나 있는 집에서만 주로 구매했기 때문이다. 

박봉재 장인은 "1960년대 아파트가 건설되기 시작하면서 서구 생활양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고, 거실과 안방 그리고 부엌 등의 공간이 분리되면서 공간별 필요한 가구들이 생산되기 시작했다"면서 "그런 가구들 가운데 소파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에서만 살 수 있었다"고 했다. 그만큼 소파 제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 중 하나였다.

어깨 넘어 배운 기술로 90년대 들어 그는 자신의 이름 석자를 내걸로 소파를 만들기 시작했다. 박 장인은 "스케치한 소파 디자인을 재단, 재봉, 목공, 시트 등 모든 작업과정을 거치면서 실물로 완성시키는 것을 '가다'라고 하는데, 가다를 시작한 이후 내 이름 석자를 내걸고 소파를 연구하고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50대 초반쯤 경제적으로 안정됐을 때 개인사업을 작게 운영했지만 지금은 모두 접고 봄소와에서 소파를 연구하는데 매진하고 있다는 박 장인은 "일평생 소파를 만드는 일에만 집중한 탓인지 사업하고는 체질이 맞지 않는 것같다'며 웃었다. 현재 그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봄소와 생산공장에서 소파제조파트 최고책임자를 맡고 있다.

▲박봉재 장인은 "재단과 재봉, 목공, 시트까지 소파제작 전 과정을 배우는데 11년이 걸렸다"고 했다.

과거와 달리 이제 소파는 더이상 고급가구가 아니다. 20년전 4인용 가죽소파가 300만~400만원에 판매됐는데 지금도 비슷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그래서 박봉재 장인은 요즘 국내 소파 제조업에 대해 위기감을 느낀다. 그는 "예전에는 마진을 많이 붙여서 판매한 것도 있지만 그간의 물가상승을 생각하면 소파 가격은 제자리"라며 "인건비와 자재비가 무섭게 올라가고 있어서 이대로 가다간 소파 제조업에 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걱정했다. 

그가 40년 넘게 소파 연구를 접을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럽처럼 프리미엄 소파 브랜드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박 전무는 "디자인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제품에 대한 로열티를 높여야 한다"면서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아울러 그는 2023년 소파 디자인은 패브릭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ESG와 탄소중립 기조로 천연가죽에 대한 공급과 수요가 현저히 줄어드는 대신 기능성 원단으로 만든 패브릭 소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전무는 "내년에는 비건 키워드가 강세여서 리사이클, 업사이클에 대한 공급과 수요도 증가해 '패브릭+비건'이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컴투스·카겜·위메이드...ESG 경영성과 담은 보고서 속속 발간

위메이드와 컴투스, 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게임사들이 ESG 경영 성과를 담은 ESG 보고서를 속속 발간했다.위메이드는 보고서를 통해 △ESG 경영 체계 △

EU '그린 클레임 지침' 무산…정치적 이유로 좌초되는 첫 사례

유럽연합(EU)이 기업의 허위 친환경 마케팅을 막기 위해 추진해온 '그린 클레임 지침(Green Claims Directive)' 입법이 무산될 처지다.지난 2023년 3월 처음 제안

우리銀, 4000억 규모 ESG 후순위채 발행

우리은행이 4000억 규모의 후순위채권(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을 ESG채권 형태로 발행했다고 24일 밝혔다.이번 채권은 10년 만기, 고정금리 연 3.31%로 발

대한항공 '그린 스카이패스 프로젝트'...도심숲 조성한다

대한항공이 스카이패스 회원과 함께 환경에 기여하는 '그린 스카이패스(GREEN SKYPASS)' 2차 프로젝트를 실시한다고 23일 밝혔다.그린 스카이패스는 대한항

'삼천리 70년' 나눔과 봉사 실천..."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삼천리는 지역사회 곳곳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면서 나눔상생을 실천하고 있다.20일 삼

네이버, 2024년 재생에너지 사용 통해 온실가스 9144톤 감축

네이버가 지난해 탄소배출량을 3만925톤(tCO2eq) 절감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통해 감축한 온실가스가 9144톤에 달했다.네이버는 20일 발간한 '2024 통합보

기후/환경

+

6월 체감온도가 46℃...美 중부·동부 '지글지글' 끓는다

미국 중부와 동부가 '6월 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NWS)은 이번 폭염이 이번주 중반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유타주 솔

'아시아 온난화' 지구평균보다 2배 빠르다

지난해 기록적인 폭염과 해수면 상승, 해양열파, 극한강수로 몸살을 앓았던 아시아는 지구평균보다 2배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잠잠한 대서양...6월말인데 허리케인 발생건수 'O'인 까닭

올해 대서양이 잠잠하다. 대서양 허리케인 시즌은 6월부터 시작되는데 올해는 6월이 3주나 흘렀는데도 아직 첫번째 허리케인도 발생하지 않았다. 바닷

비닐봉투 사용금지 했더니...해안쓰레기가 줄었다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거나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펼친 결과, 해안에서 발견된 비닐쓰레기가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비닐봉투에 의한 동물

비 오면 벽체 내려앉아...세계문화유산 무령왕릉 5호분 보존처리 시급

단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는 '극한호우'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주 무령왕릉 5호분이 장마철 등 강우량이 많은 시기에 토양에 수분이 증가하면서 벽체

지구 기온 4℃ 오르면...2100년 식량 생산량 절반으로 '뚝'

지구온난화로 인해 2100년에 이르면 식량 생산량이 절반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솔로몬 샹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팀은 지구 평균기온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