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2만원대 탄소배출권 EU "14만원선까지 인상될 것"
유럽연합(EU)의 탄소장벽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질 전망이다.
18일(현지시간) EU이사회, EU집행위원회, 유럽의회는 지난 16일부터 약 30시간의 회의 끝에 각 산업에 대한 탄소배출 감축목표치와 탄소배출권 가격을 20%씩 상향하는 내용으로 '탄소배출권거래제'(ETS)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ETS는 산업시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각 EU 회원국에서 정한 수준을 초과했을 때 초과량에 대한 배출 권리를 사고 팔 수 있도록 한 제도다. EU 역내에 위치한 발전소와 공장 1만여곳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EU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한다는 내용으로 내세운 '핏포55(Fit for 55)' 구상의 일환이다.
이번 ETS 강화 개편안에 따르면 EU는 ETS를 통한 2030년 탄소배출 감축목표치를 2005년 대비 62%로 상향한다. 이는 이전 목표치인 2005년 대비 43%에 비해 20%포인트(p)가량 오른 수치다. 해운, 폐기물 소각 분야로도 적용 분야가 확대됐고, 2027년부터 건물과 도로교통 분야까지 추가돼 거의 모든 경제 영역이 포함될 예정이다. 다만 에너지 가격 급등 시 건물과 도로교통 분야에 대한 시행 시기는 1년 연기된다.
'무료할당제'도 폐지된다. 무료할당제는 EU가 그간 역내 산업군의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 배출량 수준까지는 탄소배출권을 구매하지 않아도 되도록 예외를 둔 장치다. 하지만 지난 13일 EU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에 합의하면서 역외 기업들도 동등한 탄소배출 비용을 지불하게 됐고, 역내 산업군을 보호하기 위한 무료할당제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날 유럽의회 환경위원회 의장 파스칼 캔핀(Pascal Canfin)은 "이번 개편안 시행 이후 탄소배출권 가격은 현행 80~85유로 선에서 100유로까지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는 국가들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우리 돈으로 14만원 수준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탄소배출권은 1톤당 2만원대에 불과하다. 당장 CBAM이 시행될 경우 유럽에 수출하는 우리 기업은 7배가량의 관세를 더 내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개발도상국들은 탄소배출량 측정도 어려운 상황에 EU가 기후위기 대응을 내세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개도국들은 EU와 CBAM 면제 등 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이밖에도 EU는 탄소배출권 수익을 활용해 녹색전환에 따른 영세기업과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867억유로(약 120조원)의 '사회기후기금'을 신설하는 데 합의했다.
이번 개편안은 EU 27개 회원국의 동의와 유럽의회의 표결을 거쳐 오는 2023년 1~2월께 확정돼 2026년부터 2034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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