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띵동~…'자율주행 로봇'이 배달왔어요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12-13 16:56:38
  • -
  • +
  • 인쇄
현대차, 호텔·주상복합서 실증사업
아파트 동·호수 찾아 문앞까지 배달
▲현대자동차그룹에서 공개한 실내·외에서 서비스되는 배송로봇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연말 한 호텔 앞 로비. 입실 수속을 기다리며 길게 늘어선 투숙객들. 진열장을 둘러보다 널부러진 여행가방 사이로 뛰노는 아이들. 이 어수선한 북새통을 한 신입 직원이 물 흐르듯 멈춤 없이 지나간다. 배달음식과 각종 객실용품을 잔뜩 이고도 단숨에 엘리베이터 앞으로 직행한 그가 땀 한 방울 흘리는 법 없이 말끔한 얼굴로 남긴 한마디. "다음에 타겠습니다. 먼저 가세요"

주제넘지 않은 침착함과 한결같은 공손함으로 무장한 그는 바로 '자율주행 배송로봇'이다.

13일 현대자동차그룹은 호텔과 주상복합단지에서 로봇을 활용한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 실증사업을 시작했다. 미래 자동차 핵심 노하우인 전동화·자율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자동차 너머의 모빌리티 분야까지 본격적으로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해당 사업은 경기도 수원의 주상복합단지 '광교 앨리웨이'와 경기도 화성시 소재 '롤링힐스 호텔'에서 진행된다. 이는 지난 2021년 3월 우아한형제들과 배송·물류로봇 연구개발 목적으로 체결한 업무협약의 일환이다. 배송 서비스에 투입된 로봇은 지난 1월 현대차그룹이 국제소비자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공개한 플러그 앤 드라이브 모듈(Plug & Drive Module·PnD모듈)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광교 앨리웨이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배송 로봇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배송로봇은 구동을 담당하는 하부 PnD모듈 위에 저장 공간이 결합된 형태다. 상단 저장 공간에 필요한 물건을 두고, 장착된 화면을 통해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PnD모듈에 자율주행 기술이 접목돼 주어진 환경에서 최적화된 경로를 찾아 물건을 배송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장애물 앞에서 멈추지 않고, 자연스레  회피할 수 있어 기존 서비스 로봇 대비 빠르고 안전한 배송이 가능하다.

일례로 '광교 앨리웨이'에서의 서비스는 고객이 주상복합단지와 연결된 쇼핑센터에서 주문한 음식을 로봇이 정확한 동·호수를 찾아 각 세대 현관 앞까지 배달하는 D2D(Door to Door) 방식이다. 배송로봇은 무선통신으로 공동현관문을 열어 아파트 내부에 진입하고, 엘리베이터 관제 시스템과 연동해 엘리베이터를 호출한 뒤 주문 세대로 배송한다.

이밖에도 '롤링힐스 호텔'에서 투숙객들은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카카오톡 챗봇을 통해 간단한 식음료와 객실용품을 주문할 수 있다. 주문한 물건이나 음식을 로봇이 직접 투숙객의 방문 앞까지 배달하고, 실시간 배송조회도 가능하다.

▲롤링힐스 호텔에서 현대자동차그룹 배송 로봇이 서비스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배송로봇은 문 열림을 감지하고 사람을 인식해 고객이 직접 손을 대지 않아도 자동으로 저장 공간을 개방하고, 서비스 대상 고객을 구분해 적절한 화면과 음성을 송출한다. 게다가 엘리베이터와 연동된 신호로 사람의 도움 없이 층간 이동이 가능하며, 엘리베이터 안의 인원을 파악해 탑승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다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판단도 가능하다.

최근 물류·유통업계는 로봇이 실내·외를 오가며 사람의 도움 없이 현관문 앞까지 배송하는 '라스트마일'(Last Mile: 소비자에게 가는 최종 단계) 배송에 주목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체 상품 운송 과정에서 드는 비용의 53%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 앞까지 가는 마지막 단계 '라스트마일'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라스트마일 배송이 유통 효율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의의가 크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실증사업 결과를 토대로 서비스를 보완하여 운영 로봇 대수와 시간을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로보틱랩스 현동진 상무는 "공용화가 가능한 PnD모듈을 기반으로 개발된 배송로봇은 부드러운 회피가 가능한 자율주행이 적용돼 복잡한 환경에서도 더 빠르고 안전하게 배송할 수 있다"며 "이번 실증사업을 통해 대형 리조트와 같이 배송 서비스가 필요한 다양한 공간으로 사업을 꾸준히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LB생명과학-HLB 합병 철회…주식매수청구권 400억 초과

HLB생명과학이 HLB와 추진해오던 합병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리보세라닙 권리 통합과 경영 효율성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해왔지만, 주식매

KCC, 울산 복지시설 새단장...고품질 페인트로 생활환경 개선

KCC가 울산 지역 복지시설 새단장에 힘을 보태며 사회공헌을 지속하고 있다.KCC가 지난 29일 울산해바라기센터 보수 도장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추

SK AX, EU 에코디자인 규제 대비 '탄소데이터 통합지원 서비스' 제공

SK AX(옛 SK C&C)가 유럽연합(EU)의 공급망 규제 본격화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이 민감 데이터를 지키고 규제도 대비할 수 있도록 '탄소데이터 대응 통합

안전사고 나면 감점...ESG평가 '산업재해' 비중 커지나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산업재해가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31일 ESG 평가기관에 따르면 기업의 ESG 평가에서 감점 사례

SK온-SK엔무브 합병결의..."8조 자본확충해 사업·재무 리밸런싱"

SK온과 SK엔무브가 11월 1일자로 합병한다. 지난 2월 SK온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한지 6개월만에 또다시 덩치를 키운다.SK이노베이션과 SK

'텀블러 세척기 사용후기 올리고 상품받자'...LG전자, SNS 이벤트

스타벅스 등 커피 매장에서 LG전자 텀블러 전용세척기 'LG 마이컵(myCup)'을 사용한 후기를 소셜서비스(SNS)에 올리면 LG 스탠바이미나 틔운 미니 등을 받을

기후/환경

+

남극 해저에 332개 협곡 발견…남극 빙붕 녹이는 역할?

남극 해저에 수천미터 깊이의 거대한 협곡들이 촘촘히 분포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자들은 이 지형이 해류 흐름과 빙붕 붕괴를 결정짓는 통로

시간당 200㎜ 폭우...'물바다'로 변한 美 뉴욕·뉴저지

미국 뉴욕·뉴저지주에 시간당 최대 200㎜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져 물바다로 변했다.31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은 이날 밤까지 미 동부 해안지역에

[주말날씨] 뙤약볕 속 '찔끔' 소나기...다음주 남쪽부터 '비'

8월 첫 주말도 전국이 폭염으로 신음하겠다. 소나기 예보가 있지만 폭염을 가시게 하기엔 역부족이다. 오히려 습한 공기로 체감온도는 더 높아질 수 있

[알림]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참가기업 모집

뉴스트리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기후테크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2030 재생에너지 3배 늘리기로 해놓고...96개국 국제합의 '헌신짝'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3배 늘리자는 전세계 합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국가가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글로벌 싱크탱크 엠버(Ember)가

심해 9533m서 생물군락 첫 관측…"거대한 탄소 순환생태계 발견"

북서태평양 수심 9533m에 이르는 심해에서 생물군락을 발견하고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인간이 탑승한 잠수정으로 극한의 수압과 어둠을 뚫고 내려가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