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파괴하면 수출 못한다"...EU '공급망 실사' 합의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12-07 13:25:39
  • -
  • +
  • 인쇄
원자재부터 가공품까지 관련 품목 수입금지
위반시 매출 4% 벌금…COP15 힘실어주기

유럽연합(EU)이 산림파괴를 유발하는 품목에 대한 역내 유통과 판매를 원천차단하는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6일(현지시간) EU이사회와 유럽의회는 팜유나 대두 등 원자재는 물론 가구, 제지 등 가공품까지 무분별한 산림파괴와 관련된 모든 품목에 대한 수입 제재법안을 마련하기로 잠정합의했다. EU이사회와 유럽의회는 각각 유럽의 상원과 하원 역할을 맡아 입법기관으로서 작동하고 있다.

중국(24%)에 이어 전세계 산림파괴의 16%를 차지하는 EU는 산림파괴 기여도가 2번째로 큰 주체다. EU는 국제무역을 통해 매년 20만3000헥타르(㏊) 규모의 산림을 파괴하고 있고, 이 때문에 1억1600만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산림벌채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전세계 온실가스의 10%를 발생시킨다.

EU의 이같은 조처는 단기적으로는 7일부터 진행되는 '제15차 유엔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 힘을 실어주고, 장기적으로는 2023년부터 시범도입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앞서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제재 목록에는 대두, 소고기, 팜유, 목재, 코코아, 커피 등 원자재와 해당 원자재에서 파생되는 가죽, 초콜릿, 가구, 고무, 숯까지 포함됐다. 제재 목록에 포함된 항목을 다루는 기업들은 취급 제품이 2020년 이후 이산화탄소 보존량이나 생물다양성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산림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라고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들은 위성좌표, DNA 분석 등 '검증가능한' 방법으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공급망 실사의무를 지게되고, 이를 어길 시 EU회원국에서 발생한 매출의 4%가 벌금으로 부과된다.

신규 법안에 의해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국가들은 브라질,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등지다. 이들 국가는 공급망이 복잡하고, 모니터링 방식이 어려워 비용이 많이 들고, EU기관이 기업 내부망에까지 접속하게 되면 정보유출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법안이 시행되면 대기업의 경우 18개월, 중소기업의 경우 24개월 내 법안에 따라야 한다.

환경단체들도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보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60만㎢에 달하는 세라도 지역이 벌채 가능한 지역에 포함돼 있는데, 브라질의 열대 사바나 지대인 세라도는 세계적인 생물다양성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신규 법안은 원주민의 문화와 생활의 기반이 되는 산림에 대해 생산국에서 이미 법적인 보호를 받는 곳으로만 한정하고 있어 이를 확대해야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유럽의회는 향후 2년간 규제 대상으로 삼을 산림지역과 원자재, 그리고 생태계 가치 평가 방식 등을 보완할 계획이다.

이번 합의를 마치고 크리스토프 한센(Christophe Hansen) 유럽 국민당(EPP) 의원은 "COP15에 앞서 산림 황폐화를 재정의하고, 더 많은 원자재를 규제대상으로 삼았다"며 "산림파괴의 최전방에서 싸우는 원주민들을 지켜주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또 COP15에 앞서 전세계 숲을 보호하기 위해 각국이 영감을 받을 수 있도록 이번 신규 법안이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ESG 정책 중 '기본법 제정'과 '공시 의무화' 가장 시급해"

ESG 정책 가운데 기본법 제정과 공시 의무화가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 기업들의 목소리다.한국ESG경영개발원(KEMI)은 지난 17일 여의도 FKI타워 파인홀에서

한숨돌린 삼성전자...이재용 사법리스크 9년만에 털었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회장의 무죄가 확정되면서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9년째 이어지던 '사법리스크'를 털어냈다. 그동안 1주일에 두번씩 법정에 출두

"잔반 없으면 탄소포인트 지급"...현대그린푸드, 단체급식에 '잔반제로' 보상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종합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가 '탄소중립포인트' 제도에 신설된 '잔반제로' 항목을 단체급식업계 최초로 실제 단체급식 사업장에

"노사 칸막이 없는 문화"…LG CNS '노사문화 우수기업'에 선정

AX전문기업 LG CNS가 상호 존중과 대화, 협력을 바탕으로 한 모범적 노사문화를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아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2025년 노사문화 우수기

KB국민은행, 금융취약계층 위한 '도움드림창구' 운영한다

KB국민은행이 금융취약계층을 위해 '도움드림창구'를 새롭게 운영한다.KB국민은행은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은 물론 7세 이하 자녀를 동반한 보호자

기아, 오토랜드화성 사업장에 PPA 재생에너지 첫 도입

기아가 국내 사업장 중 처음으로 오토랜드화성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도입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재생에너지 전력은 지난 2월 한국남동발전과 체결한

기후/환경

+

산불 휩쓴 산청...600㎜ 넘는 물폭탄에 곳곳 산사태

올봄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던 경남 산청군에 이번에 6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산불로 회복되지 못한 산림이 폭우에 깎여 곳곳에 산사태가 발

농경지 1만3000ha 침수 피해…'극한호우'에 밥상물가도 '비상'

한달치 비가 하루에 쏟아지는 '극한호우'로 전국의 농경지 1만3000헥타르(ha)가 침수되면서 농산물 가격폭등이 예상되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브라질 의회 '환경허가 완화법' 의결..."환경규제 사실상 붕괴"

올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리는 브라질에서 환경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환경허가 완화법'이 의회를 통과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법

경기도민 절반 '장마철 피해대처 방법' 모른다...소득별 정보격차 커

경기도민의 절반은 장마철 피해를 어떻게 예방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 저소득층의 재해대응 인지도는 고소득층보다 25.

美 재생에너지 심사는 '깐깐하게' 석탄재 정화규제는 '느슨하게'

미국 정부가 풍력·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심사는 강화하면서 석탄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유독성 석탄재의 정화 시한은 늦추기로 하는 등 재

역대급 '극한호우'...왜 충청과 남부에 비구름대 몰리나?

지난 16일부터 충청권과 남부지역을 강타하고 인명피해까지 낸 폭우의 원인이 지구온난화로 심화된 '대기의 강' 현상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18일 기상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