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비화 설비 없어 소각·매립…비닐봉투 금지 무색
환경부가 올 1월 친환경 인증을 중지한 PLA(Poly Lactic Acid) 소재 생분해성 비닐봉투를 편의점에서 2024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환경부는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원칙적으로 1년의 계도기간이 지나면 편의점에서는 일회용 비닐봉투를 제공할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생분해성 일회용봉투는 2024년까지 사용이 가능하도록 고시를 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편의점과 제과점들은 '자원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지난 24일부터 고객들에게 일회용 비닐봉투를 제공할 수 없다. 다만, 정부는 법 위반에 따른 300만원 과태료 부과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그러나 환경부가 생분해성 비닐은 지급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편의점과 제과점들은 1년의 일회용 비닐봉투 금지 계도기간이 끝난 후에 생분해성 비닐봉투를 유상으로 지급할 수 있게 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생분해성 일회용 비닐봉투에 대한 친환경 인증은 중지했지만 이미 제작해놓은 생분해성 비닐봉투들이 많아서 이 물량을 소진할 때까지 허용하기로 했다"면서 "다만 2024년까지만 허용하고 그 이후로는 지급금지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생분해성 일회용 비닐봉투는 자연상태에서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생분해성 비닐은 적정한 온도와 습도가 갖춰진 퇴비화 시설이 없으면 분해되지 않는다. 이에 환경부는 올 1월 생분해성 비닐에 대해 친환경 인증을 중지한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친환경 인증 중단으로 피해를 본 업체들의 입장을 고려해 생분해성 비닐봉투만 예외적으로 지급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편의점들은 친환경 인증표시가 있는 '생분해성 일회용봉투' 구매를 서두르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와 마포의 편의점에서는 일회용 비닐봉투 대신 생분해성 비닐봉투를 구매하도록 권유하기도 했다. 일반 일회용 비닐봉투는 50원인 반면 생분해 비닐봉투는 100원으로 2배 차이가 난다.
게다가 생분해성 비닐봉투는 겉면에 '이 제품은 매립시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려주세요'라고 적혀있어서 소비자들에게 '생분해는 친환경'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도 있다.
뿐만 아니라 퇴비화 설비가 없어 매립 또는 소각할 수밖에 없는 생분해성 비닐봉투를 2024년까지 허용하게 되면 결국 일반 일회용봉투를 소각·매립하는 것과 같은 환경오염을 일으키게 된다.
또 한번 친환경 인증을 받은 생분해성 비닐은 계속해서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회용 비닐봉투 금지 취지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서울 성동구에 사는 A씨는 "일회용 봉투처럼 매립하거나 소각해야 하는 생분해성 비닐봉투를 2024년까지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이해가 안간다"며 "심지어 50원을 더 주고 봉투를 구매해야 하는데 소비자 부담만 가중시키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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