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동안 전세계 야생동물 69%가 사라졌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10-13 11:27:08
  • -
  • +
  • 인쇄
해마다 2.5%씩 감소하는 야생동물 개체수
서식지 파괴·자원남용·기후변화 등이 원인
▲추수가 끝난 브라질의 한 옥수수밭. 경작지 확대를 위해 피운 불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사진=WWF)

지난 50여년동안 전세계 야생동물의 3분의 2가 사라졌다. 인간의 무분별한 서식지 파괴와 자원남용으로 야생동물들이 살아갈 터전이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

세계자연기금(WWF)이 런던동물학회(ZSL)와 함께 12일(현지시간) 발간한 '지구생명보고서 2022'(Living Planet Report)에 따르면, 전세계 포유류·조류·양서류·파충류·어류 등 척추동물 5230종을 대표하는 3만1821개 개체군의 규모가 1970년~2018년 사이에 69% 감소했다. 해마다 개체수가 2.5%씩 줄어든 셈이다.

일례로 남미 아마존강과 오리노코강에 사는 세계적 희귀동물인 아마존 강돌고래 '보토' 가운데 브라질 마미라우아 보호구역에 서식하는 개체군의 규모는 20여년간(1994∼2016년) 65% 감소했다. 또 콩고민주공화국 카후지-비에가 국립공원에 사는 동부 저지대 고릴라 역시 25년 사이(1994∼2019년) 개체수가 80%나 줄었다.

중남미와 카리브해 등 열대지역의 개체 감소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이 지역에서는 1970년 이후 개체군 규모가 무려 9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멸종 수준이다. 아프리카와 아시아태평양에서는 각각 66%, 55%씩 줄었다. 북미에선 20%, 유럽과 중앙아시아는 18% 감소했다.

담수생물의 감소세가 가장 심각했다. 전세계 담수생물 개체수 규모는 83%가 줄어들었는데, 이는 인간의 무분별한 포획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세계 인구의 50% 이상이 담수로부터 반경 3㎞ 이내에 살면서 이들을 수익원으로 삼아 삶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산란과 월동을 위해 강과 바다 사이를 오가는 회유성 어종도 76%나 감소했다. 이 가운데 절반은 서식지 감소와 이동경로를 막는 구조물에 의해 죽어나갔다. 미국 메인주의 페놉스콧 강에서 댐 2곳을 해체하고 나머지 댐을 정비하자, 청어 개체수가 5년만에 수백 마리에서 200만 마리로 늘어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샥스핀 등 고급 식재료로 사용되는 상어나 약재로 활용되는 가오리의 개체수도 71% 감소했다. 특히 3대에 걸쳐 개체수가 95% 감소한 장완흉상어(oceanic whitetip shark)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 동식물 목록인 적색목록 가운데 '위급(CE·Critically Endangered)'으로 재분류되기도 했다.

▲야생동물 개체수 감소 추이 (사진=WWF) 


WWF는 '지구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2030년까지 생물다양성 감소 추세를 증가세로 반전시켜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를 실현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특히 WWF는 "(생물다양성 감소) 추세는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토지이용 변화에 따른 서식지 훼손 등 인간이 유발하는 직접적 요인에 원인이 있다"며 "생태계의 재생능력을 초과하는 수준의 자원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윤희 WWF 한국지부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는 자연을 한계 이상으로 이용해온 현재의 경제시스템에 대한 경고"라며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로 전환하려면 정부, 기업, 소비자의 변화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진 국립생태원 기후생태연구실장은 "탄소중립을 위한 식재 사업을 진행할 때 단일한 외래종을 대규모로 심는 경우가 있다"면서 "생태계를 보호하고 복원함으로써 생물다양성을 증진하는 게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WWF의 지구생명보고서는 2년마다 발간된다. 이번 보고서에는 직전 보고서엔 없던 838종 1만1010개 개체군의 데이터를 추가됐다. 표본이 달라 직접적인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직전 보고서에서는 1970∼2016년 4392개 종 2만811개 개체군의 규모가 68%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관련기사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친환경 교통수단이 생태계 위협”…녹색 교통수단의 역설

기후 대응을 위해 확대 중인 저탄소 교통 인프라가 오히려 생물다양성과 도시 자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탄소배출이 줄더라도 숲

국립심포니, 폐자원으로 업사이클링..."4년간 나무 5007그루 식재 효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지난 2022년부터 폐현수막, 폐악보,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업사이클링 굿즈로 제작하면서 약 30톤의 탄소를 감축하고 278만리터

폐자원 수거하고 환경교육까지...기업들, 환경의 날 맞아 다양한 활동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기업들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들을 펼쳤다.4일 LG전자는 13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

[최남수의 ESG풍향계] 이재명 정부의 ESG정책 방향은?

굳이 이념적 경향성을 따지자면 ESG는 진보 이슈에 더 가깝다. 환경보호와 사람존중 등이 핵심 주제여서 그렇다. 실제로 각 정파가 ESG에 접근하는 움직

SK AX, 카테나X OSP 자격 획득...유럽 ESG 핵심 파트너 등극

SK AX(옛 SK C&C)가 4일 유럽 최대 자동차 공급망 ESG 데이터 네트워크 '카테나X(Catena-X)' 운영사인 '코피니티X(Cofinity-X)'로부터 온보딩 서비스 사업자(On-boa

현대홈쇼핑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아파트 2000곳으로 확대

현대홈쇼핑이 폐가전을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규모를 아파트 단지 총 2000곳으로 확대한다.현대홈쇼핑은 지속가능한 환

기후/환경

+

작년 동남아 바다 덮친 '해양 열파'...호주 면적의 5배

지난해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일대에서 발생한 해양 열파의 면적이 호주 국토의 5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5일(현지시간)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

"19개국 대표단과 시민 1만여명 참여"...2025 환경의 날, 제주서 마무리

2025 세계 환경의 날 공식 기념행사가 5일 제주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환경부가 '플라스틱 오염 종식(#BeatPlasticPllution)'

'환경의 날' 맞은 환경단체들 새 정부에 '환경 정책' 이행 촉구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단체들이 새 정부를 향해 기후 위기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 정책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환경운동연합은 5일 오전 서울

"기후위기 시계를 멈추자" 청년단체, 새 정부 기후대응 촉구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청년단체들이 국회 '기후위기 시계' 앞에서 이재명 정부와 국회의 기후 대응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기후변화청년

비가 안와서 가뭄?...더워진 대기가 수분 빼앗아 가뭄 늘었다

더워진 대기가 공기중 수분을 빨아들이면서 전세계적으로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4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 수문기후학자

전세계 하천 통해 수만년전 탄소가 대기로 방출

전세계 하천을 통해 고대에 존재하던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기존 탄소 순환 모델과 기후목표 설정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