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목재로 화합물 만드는 과정 생성되는 전자를 활용
나무 찌꺼기로 화합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얻은 전자(electron)로 '태양광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에너지만으로 수소 생산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어 '그린 수소' 상용화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류정기·장지욱·장성연 교수팀은 목질계 바이오매스 가운데 '리그닌'만 분해해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얻고, 이 과정에서 추출된 전자를 태양광 수소 생산에 쓰는 '고효율 수전해 기술'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이 기술에는 페로브스카이트 광전극이 쓰였으며, 외부 에너지 공급없이 태양광 에너지만으로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
목질계 바이오매스 '리그닌'은 주로 폐기되는 물질이었다. 구조가 복잡해 쉽게 분해되지 않고, 150℃ 이상의 고온과 고압으로 생성한 화합물도 경제성이 낮았다. 그러나 목질계 바이오매스에서 '리그닌' 비중이 20~30%인 만큼, 이를 유용한 물질로 만들려는 시도는 꾸준히 진행됐다.
류정기 교수팀은 목질계 바이오매스에서 리그닌만 분리해내기 위해, 몰리브덴(Mo)을 기반으로 하는 저렴한 물질 '인몰리브덴산'(Phosphomolybdic acid, PMA)를 촉매로 사용했다. 저온(60℃)에서 PMA에 넣고 목질계 바이오매스를 반응시키자 리그닌만 분해돼 '바닐린'이라는 유용한 물질이 만들어졌다.
연구팀은 리그닌이 바닐린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전자를 추출해 수전해 기술의 단점 보완에 활용했다. 수전해 기술은 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를 얻는 기술인데, 기존 방식은 수소와 함께 발생한 산소로 인한 폭발할 가능성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었다. 또 수전해 기술 중 태양광 에너지를 연료로 전환하는 '태양광 수소 생산 시스템'들은 높은 에너지가 필요해 전기에너지를 추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연구팀은 리그닌의 변환 중에 얻은 전자를 활용해 산소 발생을 막는 수전해 시스템을 설계했다. 또 가시광선 전체 영역의 빛을 흡수하는 페로브스카이트 광전극을 적용해 수소 생산량을 늘렸다. 그 결과 이 시스템은 태양광 아래에서 20시간동안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었다.
논문 제1저자인 최유리 유니스트 에너지화학공학과 연구교수는 "이 시스템은 넓은 범위의 태양광을 흡수해 수소를 만들고, 산소나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며 "후속 연구를 통해 그린 수소 생산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태양광 수소의 생산성 향상'과 '목질계 바이오매스의 활용'이라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잡았다는 데에 의미가 크다.
류정기 교수는 "기존 태양광 수전해 시스템보다 적은 에너지로 그린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며 "촉매를 활용한 목질계 바이오매스의 선택적 분해 기술은 셀룰로오스의 구조의 변형 없이 리그닌만 선택적으로 분해하기 때문에 목질계 바이오매스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구성 성분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경제적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는 최유리 연구교수 외에도 라시미 메흐로타(Rashmi Mehrotra) 연구원, 이상학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고, 김용환 유니스트 교수와 이재원 전남대 교수가 자문했다. 연구수행은 한국연구재단 '나노 및 소재 기술개발사업-미래기술연구실' 및 '원천기술개발사업-탄소중립기술개발'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10월 3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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