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각각 플라스틱 포장재 재활용 '걸림돌'...재질 규제 '시급'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1-11-30 08:00:05
  • -
  • +
  • 인쇄
[지구를 지키는 순환경제] 플라스틱 폐기물 [2]
재활용 힘든 재질은 선별장에서 대부분 폐기처분
영국과 프랑스, PE·PP만 허용 복합재질 사용금지


우리나라 생활폐기물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분리수거율은 69.2%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실질적으로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22.7%에 불과하다. 나머지 플라스틱 폐기물은 대부분 매립되거나 에너지를 얻는다는 명분아래 소각된다.

이처럼 재활용 비율이 낮은 것은 사용되는 '플라스틱 재질'의 종류가 너무 많은 탓도 있다. 전문가들은 "재활용이 불가능한 재질인데도 어떤 규제도 없이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재활용 용이성을 위해 생활플라스틱 종류를 7가지로 나눈다.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폴리카보네이트(PC), 폴리프로필렌(PP),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폴리염화비닐(PVC), 폴리스티렌(PS), 복합재질(OTHER)이 이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도 이 기준을 적용해 분리수거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중에서 PET와 HDPE, LDPE, PP는 재활용이 수월하지만 PVC, PS, OTHER는 재활용을 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재질이다.

특히 PVC는 그린피스가 공인한 '최악의 플라스틱'이다. PVC는 식품포장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랩이다. 이 재질은 재활용도 안될 뿐만 아니라 불에 탈 때 염화수소가스라는 화학물질이 발생한다. 염화수소가스는 인체에 장기간 노출되면 실명하거나 기관지염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소각할 때도 특수공정을 거쳐야 한다.



PVC의 유해성이 드러나면서 환경부는 2019년부터 PVC 재질의 랩 사용을 금지시켰다. 다만 의약품과 햄·소시지류, 농·축산물을 판매할 때는 예외로 했다. 또 연매출 10억원 이하인 매장은 제한없이 랩을 사용하도록 허용했다. 그러다보니 '사용금지'라는 말이 무색하게 '랩'은 지금도 마트의 식품포장용으로 흔히 사용되고 있다.

즉석밥 용기나 배달용기에 많이 사용되는 OTHER 재질은 이론적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OTHER 재질이 재활용이 안된다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관실 관계자도 "첨가제가 원료의 순도를 일부 저하시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재활용 자체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OTHER 재질로 만든 플라스틱 쓰레기 대부분은 선별장에서 그냥 폐기처분되고 있다. 이유는 재활용 공장에서 OTHER 플라스틱이 섞이면 "제품 품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받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첨가제를 넣은 혼합재질이다보니 화학적으로 분해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배보다 배꼽'이다. 가정에서 기껏 분리배출했는데 사실상 재활용이 안되고 있는 것이다. 

추보영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복합재질팀장은 "(OTHER 재질 플라스틱은) 재활용 공장에서 받기를 꺼리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재활용이 이뤄진다고 보긴 힘들다"며 "OTHER 재질만 따로 모으는 것은 채산성이 맞지 않아 현실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도 "OTHER 재질은 비용과 인건비의 문제로 선별장에서 분류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요구르트·요거트 용기나 테이크아웃 커피뚜껑 등에 주로 쓰이는 PS 재질은 무게가 너무 가벼워 무게당 가격을 매기는 재활용 시장에서 '돈이 안되는 재질'로 꼽힌다. 이 역시 수지타산이 맞다는 이유로 재활용 공장으로 보내지지 않고 선별장에서 대부분 폐기처분되고 있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PS 재활용 원료의 판매량은 920톤으로, PE 재활용 원료가 1만5187톤 사용된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재활용도 안되는데 왜 사용하나?


▲OTHER 재질로 만들어지는 즉석밥 용기

그렇다면 재활용도 되지 않는 재질을 업체들은 왜 사용하는 것일까.

업계에서는 재활용이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OTHER 재질은 즉석밥이나 편의점 도시락 용기로 많이 쓰인다. 즉석밥이나 도시락은 상온에 장기간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재에틸렌비닐알코올 등 산소 차단을 위한 성분이 섞인 재질을 사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식품 포장재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내용물의 변질을 막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복합재질을 사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환경보호를 위해 생분해성 플라스틱 등 신소재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PVC 재질의 랩은 잘 들러붙고 습기가 차지 않는데 현재까지는 이를 완벽하게 대체할 품목이 없다. PE 재질의 랩이 개발됐지만 아직 PVC 랩의 성능을 따라오지 못한다. PE 랩을 생산하는 업체 관계자는 "아직 PE 랩의 성능은 PVC 랩의 8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끌어올리고 순환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재질 단일화가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황성연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연구센터장은 "플라스틱의 경우 단일 재질로 만들어야 재활용이 용이한데, 다른 원료가 섞인 플라스틱은 단일 물성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모로 재활용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재생 원료가 천연 원료를 대체할 수 있을 만큼의 품질이 보장돼야 재활용이 늘어날 수 있다"며 "재생 원료의 품질이 낮으면 사용될 수 있는 용도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플라스틱 재질을 단일화시켜 재활용률을 높여야 한다"면서 "그래야 재생 원료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플라스틱 재질 규제 '안하나, 못하나'

우리나라도 부분적으로 플라스틱 재질에 대한 규제에 나서고 있다. 우선 환경부는 2022년 6월부터 커피전문점에서 사용하는 '테이크아웃 컵'의 재질을 PET로 통일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018년 환경부와 16개 커피전문점이 재질 단일화를 위한 자발적 협약을 추진한 것에서 한발짝 나아간 것이다. 다만 이외 정부의 직접적인 재질 규제는 전무한 실정이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관계자는 "현재 플라스틱 재질 단일화를 위한 별도의 규제는 없다"며 "대신 복합재질로 제품을 만들었을 때 포장제 재질구조 평가에서 불이익을 주거나 복합재질 중 특히 재활용이 어려운 재질은 별도로 표기해 일반쓰레기로 버리게 유도하는 등의 간접적인 규제 위주로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생산자 규제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반면 유럽을 중심으로 해외에서는 다각적인 방법으로 생산자를 규제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플라스틱 포장재 중에서 PE, PP 단일재질만 허용하고 있다. 이외 재질과 OTHER 등 복합재질은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 검정색 플라스틱 포장재도 사용하지 못한다. 

이동학 쓰레기센터 대표는 "재질 단일화는 중요한 문제"라며 "복합재질 플라스틱은 단일재질에 비해 재활용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 이 대표는 "기업은 제품을 폐기하는 단계까지 고려해서 생산해야 된다"며 "정부는 규제를 통해 기업이 플라스틱 재질을 통일하게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삼천리 70년' 나눔과 봉사 실천..."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삼천리는 지역사회 곳곳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면서 나눔상생을 실천하고 있다.20일 삼

네이버, 2024년 재생에너지 사용 통해 온실가스 9144톤 감축

네이버가 지난해 탄소배출량을 3만925톤(tCO2eq) 절감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통해 감축한 온실가스가 9144톤에 달했다.네이버는 20일 발간한 '2024 통합보

사외이사 안건 찬성률 95.3%...상장사 이사회는 '거수기'로 전락?

사외이사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95.3%에 달하는 등 올 상반기 국내 상장사들의 이사회 기능과 감사 독립성이 전반적으로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손기원의 ESG인사이드] 보여주기식 'ESG공시' 벗어나려면?

ESG 공시는 더이상 선택이 아니다. 지속가능성 정보가 자본과 규제의 흐름을 결정짓는 시대,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 수준을 점검하고 공시 역량을 평가

노동자 사망사고·압수수색 이후...SPC '컴플라이언스 위원회' 출범

노동자 끼임 사망 사고로 압수수색을 받았던 SPC그룹이 윤리·준법 체계를 감독하는 상설독립기구인 'SPC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구성하고 19일 출

틱톡, 광고 제작과정 탄소배출까지 체크한다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이 송출되는 광고는 물론, 해당 광고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측정한다.16일 틱톡에 따르면, 플랫폼 내 광고 캠

기후/환경

+

지구 기온 4℃ 오르면...2100년 식량 생산량 절반으로 '뚝'

지구온난화로 인해 2100년에 이르면 식량 생산량이 절반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솔로몬 샹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팀은 지구 평균기온

항공권에 '비행세' 부과하면...기후기금 167조원 확보 가능

항공권에 '비행세'를 부과하면 기후피해 회복기금으로 연간 1060억유로, 우리돈 167조2000억원 이상을 모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19일(현지시간)

올해도 미국은 '열돔'에 갇혔다...다음주까지 폭염 시달려

올해도 미국의 폭염은 더 뜨겁고 길어질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NWS)에 따르면 이번 주말 중서부에서 동부 연안에 이르는 지역에 열돔 현

환경공익사업 지원금을 로비에 활용?...EU, NGO 자금조사 착수

환경 등 공익사업을 수행하라고 지급된 유럽연합(EU)의 보조금이 NGO들의 정치적 로비에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EU가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

퍼붓다 그쳤다 반복...수도권 '국지성 폭우'로 피해 속출

인천 등 수도권 곳곳에 강한 비가 쏟아졌다 그쳤다는 반복하는 국지성 호우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기상청은 일부 지역을 제외한 인천 전역과 경기

우리 바다 북태평양보다 2배 빠르게 산성화...원인은?

우리나라 바다가 빠르게 산성화·온난화되고 있다.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포항공과대학교(POSTECH)와 동해, 서해, 남해 전역을 대상으로 2015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