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주의 일침날리며 역사 중요성 강조한 '백암 박은식'

뉴스트리 / 기사승인 : 2021-09-04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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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이야기] 탈중화적 민족주의 역사서 집필
최초의 단군자료집 '단조사고' 비롯 '한국통사' 등 저술
▲백암 박은식 선생
한말의 유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백암 박은식 선생은 1859년 9월 30일 황해도 황주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밀양이며, 자는 성칠(聖七), 호는 겸곡(謙谷)·백암(白巖)·태백광노(太白狂奴) 등을 섰다. 대종교단에서는 박기정(朴箕貞)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10세 이후 부친에게서 한학을 배웠던 그는 일찍부터 신기영·정관섭같은 정약용의 문인들과 접촉하며 실학사상을 체득했다. 26세를 전후해 박문일·박문오 형제에게서 주자학을 본격적으로 사사받았다. 1898년 9월 장지연이 창간한 '황성신문' 주필로 민중계몽에 나섰고, 만민공동회와 더불어 반봉건·반침략 투쟁을 벌이던 독립협회에도 가입했다.

또 성균관의 후신인 경학원 강사와 한성사범학교 교관을 지내면서 교육개혁에 관한 글을 집필했다. 1904년 '학규신론(學規新論)'을 간행하는 한편 서우학회(西友學會)를 발기하고 1908년 그 후신인 서북학회의 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기관지 '서우' '서북학회월보'의 주필로도 활동했다. 이런 교육·학회 활동뿐만 아니라 '황성신문'이 복간되자 자리를 옮겨 1910년 폐간될 때까지 일제의 침략상을 고발하는 언론활동을 계속했다.

이밖에도 그는 1909년 '유교구신론(儒敎求新論)'을 발표해 유교개혁을 주장하고, 장지연 등과 대동교(大同敎)를 창건해 종교부장으로 활동하면서 유교계를 친일화하려는 일제의 공작에 대항했다. 또 지행합일(知行合一)을 강조하는 양명학을 주창하기도 했지만 1911년 대종교에 입교한 이후로는 탈중화적인 민족주의 역사서술에 혼신을 기울였다.

특히 1911년 만주 환인현으로 망명해 윤세복과 더불어 대종교를 이끌면서, 그 정신으로 '몽배금태조' '대동고대사론' '동명왕실기' '발해태조건국지' '천개소문전' 등 여러 편의 사론들을 집필했다. 근대 최초의 단군자료집인 '단조사고'를 엮기도 했다. '한국통사'와 '한국독립운동지혈사' 역시 이런 정신의 연장에서 저술된 것이다.


백암 박은식은 우리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사대주의적 병폐를 이렇게 비판했다.

"우리 한국은 4천여년 문명한 옛나라이니, 4천여년간에 역사의 광채도 빛날 것이요, 4천여 년간에 영웅의 공업도 빛날 것인데 종래의 누습(陋習)이 제나라 역사는 발휘하지 않고 남의 나라 역사를 전송(傳誦)하며, 제나라의 영웅은 숭배하지 않고 남의 나라 영웅을 떠받들었다. 소미 통감(少微通鑑)은 아이들이라도 모두 외우지만 동국통감(東國通鑑)은 노성한 선비도 읽지 않으며, 항우(項兩)·한신(韓信)의 사적은 초동목수(樵童牧竪)도 말할 수 있으되, 을지문덕(乙支文德)·양만춘(梁萬春)의 공업은 학사도 잘 아는 이가 드물다. 그러는 중에 일종 맹목적인 학자의 무리가 존화(尊華)라는 두 글자를 칭탁하고, 노예적민 학문을 서로 전하여 가르치고 배와서 국민에게 떠들어대므로, 국성(國性)이 소침하고 국수(國粹)가 마멸(磨滅)되게 되었으니, 어찌 웃을 일이 아니며, 어찌 개탄할 일이 아니리오."

그는 또 '천개소문전(泉蓋蘇文傳)'을 통해 당나라 세력을 끌어들여 동족국가인 고구려·백제를 패망하게 한 신라명장 김유신과 본래 우리나라 사람이지만 공명심에 끌려 중국으로 가서 당나라 명장이 됐던 설인귀(薛仁貴)에 대해서는 이렇게 혹평하기도 했다.

"삼국시대의 인물을 논하건대 김유신은 국가주의를 가진 자요, 설인귀는 개인주의를 가진 자이다. 김유신은 우리나라는 땅이 작고 군사가 적으니, 당나라의 원조를 빌려야 한다고 하였으며, 설인귀는 구차스러운 작은 나라에서 나고 늙는 것보다는 혁혁한 큰 나라에 가서 공명을 세우리라 하였으니, 저들이 모두 그 목적은 달성하였지만 독립 자주의 자격은 결핍한 자이다. 그러므로 김유신의 남긴 폐단은 일종의 의리성을 전하여 주어서 사대구안(事大局安)하고 자강(自强)을 도모하지 않는 국민의 선조가 되었고, 설인귀는 자기의 공명을 탐내어 조국을 물어뜯었으니 이것은 매국노의 괴수라, 다시 무엇을 말하리오."

1912년 상하이로 옮긴 그는 대종교의 중심인물이었던 신규식 등과 함께 독립운동 단체인 동제사(同濟社)를 조직했다. 또 상하이에 박달(博達)학원을 세워 교포자제를 교육했다. 1914년 잠시 홍콩에 머물다 다시 상하이로 돌아와 '국시일보(國是日報)'의 주간이 됐는데, 이때 '안중근전'과 '한국통사'를 저술했다. 1915년 상하이에서 이상설·신규식과 함께 신한청년당을 조직하고, 당의 취지서와 규칙을 작성했다. 신규식과 함께 대동보국단(大同輔國團)을 조직해 단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1918년에 러시아에서 한인교포 잡지 '한족공보(韓族公報)' 발행에 관여하기도 했다. 1919년 3·1운동 직후 임시정부가 수립되자 그는 임시정부의 기관지 '독립신문'의 사장이 됐고, 1924년 임시정부 국무총리 겸 대통령 대리로 임명됐다. 이듬해인 1925년 3월 이승만이 탄핵되자 임시정부 제2대 대통령이 됐다.

이때를 전후해 임시정부는 독립운동의 이념·방법·지연·인맥 등의 파벌 암투로 내분을 겪고 있었다. 그는 독립운동의 대동단결을 위해 임시정부 헌법을 개정, 대통령제를 국무위원제로 고치고 그해 8월 개정된 헌법에 따라 국무위원을 선임하고 자신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특히 1922년에는 상하이 지역의 대종교 총책임을 맡아, 조완구·김두봉과 더불어 대종교 포교에 심혈을 기울였다.

대한민국 정부는 1962년에 박은식 선생에게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다.


   
    글/ 민인홍
    법무법인 세종 송무지원실 과장
     대종교 총본사 청년회장
     민주평통 자문위원(종로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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