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신축 데이터센터 중 11개 경기남부 몰려
정부가 2030년까지 5억3600만톤의 탄소를 줄이는 '그린뉴딜'을 추진하면서, 정작 디지털시대의 '전기먹는 하마' 데이터센터에 대한 탄소저감 대책은 전혀 세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데이터센터에서 소비하는 전력량이나 탄소배출량도 조사하지 않고 있다.
17일 정부 관계자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력소모량이나 탄소배출량 등을 자체 조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필요한 경우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KDCC)에 의뢰한다고 했지만, KDCC는 2017년 이후부터 관련조사를 제대로 진행한 적이 없다.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0년초반 50여개에 불과했던 데이터센터 수는 2023년에 205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KT와 LG유플러스, 네이버 등 국내 ICT기업들이 앞다퉈 데이터센터를 늘리고 있고, 최근에 자산운용사들까지 데이터센터 건립에 가세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돈이 되는 인프라 사업으로 꼽히고 있어서다.
문제는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전기사용량도 덩달아 늘어난다는 점이다. 데이터센터는 전력발전소나 항공산업과 맞먹는 양의 탄소를 배출한다. 전문가들은 2030년에 이르면 전세계 데이터센터에서 소모하는 전력량이 3000TWh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세계 전력소비의 8%에 해당한다. 2020년 597개에 달했던 전세계 데이터센터는 현재 건립중이거나 건립예정인 219개까지 합치면 816개로 늘어난다. 연면적 2만2500㎡(약 6806평) 규모에 10만대가 넘는 서버를 갖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만 집계해도 그렇다.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는 냉방 50%, IT장비 35%, 사무실 관리 15%로 알려져 있다. 데이터센터의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냉방의 효율화가 그만큼 중요하다. 이에 세계 각국은 데이터센터가 탄소배출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영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폐열을 활용해 지역냉난방과 데이터센터를 연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정부에서 탄소사용효율(CUE), 에너지재활용효율(ERE) 등 다양한 지표로 기업을 평가하고,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는 기업의 폐열을 활용할 수 있도록 산업폐열회수지원(IHRS)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IHRS는 관련 사업의 기획단계부터 상업 가동을 할때까지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획단계에서는 최대 29만파운드(약 4.6억원), 가동단계에서는 최대 150만파운드(약 23억원)를 지원한다.
우리나라도 폐열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열지도'를 마련해 에너지의 발생지와 수요지를 한 눈에 확인하도록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열에너지를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법체계가 미흡하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근거한 보조금 사업은 대기업을 배제하고 있고, 지원규모도 매우 적은 편이다.
말레이시아는 데이터센터를 설립할 때 자산과 기술에 대해 친환경 인증을 받으면 법적소득의 70%까지 세금을 면제해주는 '녹색투자조세특별조치'(GITA)를 시행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GITA를 통해 지난 5월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0억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설립 유치에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서도 KDCC에서 자체 지표를 활용해 '그린데이터센터 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KDCC의 지표는 단순 PUE(Power Effectiveness·전력 효율 지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PUE는 전력효율을 나타낼 뿐 전체 전력소모량을 나타내지 않는다. 따라서 환경에 대한 위해 평가 및 개선 방향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게다가 민간인증제다보니 강제력이 없어 유명무실한 제도가 됐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데이터센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데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자료도 미비하다보니, 지원책도 미비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친환경 그리드'를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정책도 전무하다. 공급안정성과 효율성 등을 이유로 한국전력이 전력공급을 책임지도록 하는 구조여서,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하려면 '녹색 프리미엄' 요금을 더 내야 한다.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오히려 가로막고 있다.
친환경 그리드는커녕 데이터센터의 전력수급을 위한 기본적인 인프라도 고려되지 않고 있다. 오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경기도에 건립중인 데이터센터 13개 중 11개가 경기 남부지역에 몰려있다. 이미 경기 남부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비롯해 제조시설이 많아서 전력소모가 크다. 여기에 데이터센터들까지 가동되면 전력공급 차질은 불보듯 뻔하다.
이에 대해 KDCC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설립허가를 하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지역갈등의 원인이 되는 송전선로를 신설하는 대신 '분산에너지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내년에 '그린 데이터센터인증제'를 고도화할 계획이고, 관련법안도 보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가 소모하는 전력도 문제지만, 데이터센터 설립에 투입되는 콘크리트와 철근도 문제다. 데이터센터를 새로 건립하는 것보다 노후화된 데이터센터를 개조하면 탄소배출을 8배가량 절감할 수 있다. 이에 다른 나라들은 건축 자재에 포함된 탄소까지 측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완전히 손을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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