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부터 '반려견 목욕부스'까지...'반도체 대란'에 아우성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05-10 17:45:03
  • -
  • +
  • 인쇄
자동차 생산라인 멈추고 가전도 물량달려
"내년까지 이어져...중국 의존 시장구조탓"


미국의 중국 제재로 시작된 '반도체 대란'이 자동차 업계를 시작으로 전 산업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대란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4월 반도체 칩 부족으로 현대차 울산·아산 공장 생산라인이 중단되면서 코나와 아이오닉5, 그랜저, 쏘나타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5월에도 생산조정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2분기 생산목표 달성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포드, 폭스바겐, 재규어 랜드로버도 생산량을 대폭 삭감하면서 공장 문을 닫고 직원들을 해고했다. 닛산은 아예 차량용 내비게이션 지원을 멈췄다. 레놀트는 특정 모델들의 핸들 뒤 디지털 화면을 부착하지 않는다.

플루리미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의 패트릭 암스트롱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포드, BMW, 폭스바겐이 모두 공급병목현상에 시달리고 있으며 적어도 18개월동안 공급대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완성차 제조업계의 생산차질로 렌터카 업체들까지 불똥을 맞고 있다. 미국 렌터카업체 '허츠'(Hertz)는 싼값에 한꺼번에 대량구매해서 대여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했다. 그런데 이번 반도체 칩 대란으로 렌터카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허츠는 현재 '옥션'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9일(현지시간) 대만 TSMC 마크 리우 회장은 "6월말까지 자동차 업계 고객사들의 최소한의 요구 조건은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독일 반도체기업 인피니언 최고경영자(CEO) 라인하르트 플로스는 "지금처럼 반도체가 전 산업분야에서 호황을 누린 적이 없었다"며 "수요와 공급이 재조정될 때까지 분명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년은 너무 길고, 적어도 2022년은 되어야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LG전자와 삼성전자 역시 TV와 가전제품에서 부진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모바일 기기와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반도체 품귀현상이 일어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FT는 내다봤다.

기술발전으로 반도체 칩은 칫솔, 토스트 기계, 건조기 등 쓰이지 않는 제품이 드물 정도다. 이 가전제품들도 모두 반도체 대란의 영향을 받고 있다. 심지어 '반려견 목욕부스'도 공급 차질을 겪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에 기반을 둔 기업 CCSI는 반려견 목욕부스를 만든다. CCSI 대표 러셀 콜드웰은 회로판 공급자로부터 기존 반도체 칩 공급이 힘들어졌다고 전해들었다. 콜드웰 대표는 "반도체 대란이 영세사업체부터 대형 재벌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구석이 없다"며 "공급 가능한 반도체 칩으로 선회하려면 회로판을 다시 설계해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CCSI의 반려견 목욕부스 (출처=dogwashsystems.com)

전문가들은 반도체 시장이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이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각국은 반도체 칩 생산량을 늘리고 '기술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유럽위원회(EC)는 200~300억유로(약 27~40조원)를 투자해 현재 전세계 반도체 칩 생산량의 10%에 불과한 유럽의 생산비율을 20%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에 세계 종합반도체기업(IDM) 1위인 미국 인텔은 유럽에 반도체 제조공장 건설을 제의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지난 6일 독일 각료를 만난데 이어, 다음날 브뤼셀에서 티에리 브레튼 역내 시장담당 집행위원을 만났다. 팻 겔싱어 CEO는 "우리가 미국과 유럽 정부에 요구하는 건 아시아에 비해 더 경쟁력 있는 여건을 여기(유럽)에 마련하자는 것"이라며 반도체 제조공장을 짓기 위해 80억유로 규모의 공공보조금을 지원해줄 것을 제의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셀트리온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친환경 포장재 71% 전환

셀트리온은 지속가능한 경영 활동 및 성과를 담은 '셀트리온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4-2025'를 27일 발간했다.셀트리온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

넷마블, CSRD 반영한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넷마블이 재생에너지 도입, 기술혁신 및 연구개발, 정보보안 등 ESG 경영 주요 성과를 공개했다.넷마블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과 지

배출권 구매하고 온실가스 감축?...소송 당하는 기업들 급증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온실가스를 상쇄했다고 주장한 기업들이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기후소송이 그만큼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런던정경대(LSE

엔씨, 탄소배출량 절반으로 감축…'ESG 플레이북 2024' 발간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탄소배출량을 전년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했다.엔씨소프트가 지난해 ESG 경영 성과를 담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ESG 플레이북(PLAY

우리금융, 다문화 장학생 1000명 대상 18.9억 장학금 지원

우리금융이 올해 다문화 장학생 1000명을 선발하고, 18억90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한다고 26일 밝혔다. 우리금융은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의 '다문화 장학사

계면활성제 대체제 나오나...LG전자 '유리파우더' 실증 나선다

LG전자가 세탁세제 원료인 계면활성제를 대체할 수 있는 기능성 신소재 유리파우더 '미네랄 워시(Mineral Wash)'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실증에 나선다.LG

기후/환경

+

덴마크가 의장국 되는 EU...'그린딜' 후퇴 제동 걸리나?

덴마크가 오는 7월부터 유럽연합(EU) 이사회 의장국에 오르며, 자국의 기후정책을 농업 분야까지 확대시키려는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최근 환경규제

경기도, 전국 최초 '기후격차 해소 기본조례' 제정

경기도가 기후위기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기후격차 해소에 관한 기본조례'를 전국 최초로 제정했다.경기도는 기후격차 등

[주말날씨] 대부분 지역에 '비'...'후텁지근' 체감온도 30℃ 이상

이번 주말에는 장맛비가 전국적으로 오라가락한다. 남부 내륙은 30℃를 웃도는 무더위가 덮치겠다.토요일인 28일은 전국이 대체로 흐린 가운데 대부분

챗GPT로 학교숙제?..."원자력으로 계산기만 쓰는 격"

인공지능(AI)의 탄소배출량이 모델 및 질문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질문 수준에 따라 최대 6배, AI 모델 수준에 따라서는 최대 50배까지도

배출권 구매하고 온실가스 감축?...소송 당하는 기업들 급증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온실가스를 상쇄했다고 주장한 기업들이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기후소송이 그만큼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런던정경대(LSE

"대구가 작아졌다"…1990년대 이후 몸집 절반 줄어든 이유

1990년대 이후 대구의 몸길이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이유가 인간의 포획활동을 회피하기 위한 유전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인간이 몸집이 큰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